[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령-심층분석]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겸하는 살아있는 권력의 방탄조끼?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령-심층분석]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겸하는 살아있는 권력의 방탄조끼?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0.07.2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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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시행령…野 “과거 독재정권에서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

▲ 미래통합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청법 시행령 잠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주혜, 유상범, 조수진 의원.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이르면 내달 4일부터 시행된다.

지난 1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월 공포, 내달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 골자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주도록 하고(형사소송법 개정안), 또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선거 범죄 등으로 제한(검찰청법 개정안)한 것이다.

종전에는 경찰은 모든 수사와 관련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했고, 검사가 지휘하면 경찰은 이를 따라야 했으며, 경찰이 수사한 사건은 모두 검찰로 송치해야 함에 따라 수사종결권이 없었다. 아울러 검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제한 없이 수사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면 경찰 권한은 확대, 검찰 권한은 축소되는 검경 관계의 일대 전환을 맞게 된다.

이 같은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한편에서는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 비판을 제기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비대해진 검찰 권력의 견제’라는 옹호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권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시행령 잠정안(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법무부 등 관계기관에 시행령안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이에 대해 ‘과거 독재정권에서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독재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에 대해 짚어봤다.

檢 수사 권한 대폭 축소

살아있는 권력 ‘치외법권’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이독경(牛耳讀經), 막무가내인 문재인-민주당 정권의 폭정을 막아낼 힘은 결국 우리 국민들 밖에 없다”며 “국민 한 분 한 분이 독재정권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함께 맞서 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을 독재 정권으로 규정한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라 비판하며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그의 경제부흥 성과까지 폄훼하던 현 집권세력이 독재로 규정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은 왜 독재 정권이라 비판받는 것인가. 다시, 제1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주목해 보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공정과 정의, 인권과 평등, 사법부 독립, 여성 친화 정책 등을 내세우면서 국민의 표를 얻어 출범한 정부인데, 과연 이러한 가치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인가”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부정·비리와 그 수사 과정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의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관리 및 단체 운영의 실태와 그 수사 과정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드러난 불공정과 기회 박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 전반의 윤석열 검찰총장 핍박과 축출 시도 ▶김경수 경남도지사, 은수미 성남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봐주기 판결 ▶안희정·오거돈·박원순 등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의 성추행 실상과 처리 과정, 이루 열거하기도 숨이 찰 지경”이라고 했다.

집권세력 인사들이 그동안 입만 열면 외쳐왔던 가치에 반하는 위선적인 내로남불, 그럼에도 집권세력에게만 관대한 수사와 판결.

2017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행정부의 수장이 된 문재인 대통령은 대법관 10명 가운데 5명,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6명을 중립성이 의심되는 특정 성향 단체 출신들로 임명하면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사법부를 장악했다.

야당으로부터 독재 정권이란 쓴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

출범을 앞두고 있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어 내달 4일 시행 예정인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청와대가 시행령 잠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데 대해서도 독재란 비판이 나온다.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은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청법 시행령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 잠정안을 법무부 등 관계기관에 보냈다고 한다.

시행령 잠정안에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이 담겨 있는데, 검사의 수사 범위를 ▶4급 이상 공직자의 범죄 ▶부패범죄에서 3000만원 이상 뇌물죄 ▶마약범죄 중 밀수 등의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정하고, 그 밖에 규정되지 범죄 가운데 국가 사회적으로 중대하거나 국민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5급 이하 공직자 범죄 ▶부패범죄에서 3000만원 미만 뇌물죄 ▶마약범죄 중 마약소지죄 등은 경찰이 수사하게 되고, 아울러 3급 이상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공수처까지 출범하게 되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위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당초 검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제한 없이 수사를 할 수 있었으나, 지난 2월 개정된 검찰청법 4조(검사의 직무)에 따라,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등으로 수사 범위가 제한됐다. 이런 상황에 시행령까지 더해지면 검찰의 수사 권한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국가 사회적으로 중대하거나 국민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받게 되면 사실상 법무부 장관이 수사 여부를 판단하는, 다시 말해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셈이 된다.

모법(母法)인 검찰청법 상충

이 때문에 시행령 잠정안이 모법(母法)인 검찰청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검찰청법 제4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검사의 권한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며 “수사개시 범위를 국한시킨 것은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어 “시행령 초안은 검찰청법이 보장하는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 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고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그리고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 검찰총장의 임기를 단임 2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청의 독립성은 종래 법무부가 수시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검찰이 ‘정치의 시녀’가 된 것을 방지하고자 보장된 것”이라며 “그런데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정부가 ‘그 밖의 규정되지 않는 범죄’에 대해 법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법무부 장관의 자의적 판단을 초래할 수 있고, 반대로 그 밖에 명시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 사전승인 규정이 없다면 마찬가지로 검찰의 자의적 판단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살아있는 권력 입맛대로 수사 개시

검찰의 독립성 및 중립성을 헤치는, 즉 살아있는 권력이 수사를 쥐락펴락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검찰 수사를 할지 말지를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고 수사하라는 것은 과거 독재 정권에서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한마디로 권력형 비리 등에 대한 검찰의 반부패 수사 기능을 약화시키고, 검찰의 수사 중립을 훼손하는 개악(改惡)”이라고 쏘아붙였다.

조 의원은 “청와대 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권력형 비리 사건은 수사 대상과 방법에 대한 결정권이 법무부 장관에게 넘어가게 돼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조국 씨 같은 법무부 장관은 자신과 가족들을 향한 검찰 수사 개시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공작 사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사건 같은 수사는 시작도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조 의원은 또 “수사 대상을 ‘4급 이상’, ‘5급 이하’ 등 칼로 무 베듯 나눌 수 없다. 마약 범죄 사건은 마약의 밀반입과 유통을 따로 떼서 수사하지 않는다”면서 “검찰 힘 빼기, 검찰 수사권 박탈에만 골몰해 수사 현실도, 법령체계도 무너뜨린 초법적인 안이 나온 것”이라 개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밉다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겸하는 길’을 열어놓는 것, 이것 자체가 이 정부가 얼마나 공정과 정의, 법치와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행령 잠정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검찰 무력화 청와대 손으로 완성”…K-독재

미래통합당은 ‘독재’라고 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지난 21일자 논평에서 “결국 울산선거 공작 의혹, 유재수 비리무마 사건, 조국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죄를 물어 검찰 무력화를 청와대 손으로 완성시키는 셈”이라고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임기 2년도 남지 않은 정권이 ‘사법 직할부대’, ‘괴물 시행령’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며 “살아있는 권력은 앞으로 ‘치외법권’으로 둔다는 선언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정부.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겠다던 ‘깨끗하고 장대한’ 취임사는 어디로 갔나”라며 “시중엔 ‘K독재’라는 쓴웃음까지 나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검찰청법에 어긋나고, 검찰의 독립성 및 중립성을 헤칠 수 있으며, 독재라는 쓴 소리까지 나오는 청와대 주도의 검찰청법 시행령(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에 대해, 대검찰청은 “국가의 범죄 및 부패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법무부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시행령이 시행될 경우 검찰의 범죄 및 반부패 수사 노하우와 역량이 사라지게 돼 효과적으로 부패를 차단하는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집권세력이 공수처에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청법 시행령까지 밀어붙이는 이유는 그만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을 겨냥하고 있는 검찰의 칼날이 두렵다는 방증이지 싶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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