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2구역 간담회, 주민 참관 거부 논란…SH, 특정건설사 ‘입찰참가자격 박탈’ 압박

김영일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7 10: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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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간담회 현장. 주민들의 간담회 참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민대표회의 측과 주민들 간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경찰까지 출동해 중재에 나서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주민 제공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1호 공공재개발 사업지인 흑석2구역이 시공사 선정 재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가 주재하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참석해 시공사 입찰 재공고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재입찰에서도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 형태로 전환돼 1차 입찰에 단독으로 응찰한 삼성물산이 수주를 따낼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입찰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주민대표회의 등은 이를 묵살한 채 재입찰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이다.

주민대표회의‧SH 등이 참석한 간담회…주민 참관 거부에 경찰 출동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사무실에선 주민대표회의를 비롯해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사업 시행자인 SH 관계자, 서울시 및 동작구청 관계자가 참석한 간담회가 열렸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흑석2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재공고 관련 사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9일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을 마감한 결과 삼성물산만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유찰된 바 있다. 당초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경쟁 구도가 예상됐지만 대우건설은 시공사 선정 방식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문제 삼으며 입찰을 포기했다.

간담회 다음날인 지난 12일 주민대표회의 위원장 이모 씨는 시공사 선정 입찰 재공고를 발표했다. 재입찰 마감기한은 오는 9월 5일 오후 3시까지이고, 재입찰에 앞서 내달 3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런데 입찰 재공고 사안이 논의됐던 간담회 당일, 경찰까지 출동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흑석2구역 일부 주민들은 주민대표회의와 SH 관계자 등의 ‘밀실 간담회’를 우려해 이날 주민대표회의 사무실을 찾아 참관을 요청했지만, 주민대표회의 등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주민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한 것이다.

 

 

흑석 2구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신규입찰’로 진행돼야 더 나은 조건의 제안서를 건설사들로부터 받아들 수 있다. 하지만 주민대표회의는 신규입찰이 아닌 기존 입찰 조건 등이 그대로 유지되는 입찰 재공고를 발표한 것이다. 재입찰에서 삼성물산이 또 단독으로 입찰한다면 삼성물산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그동안 일부 주민들은 기존 입찰 조건이 주민들에게 불리해 새로운 입찰참여견적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입찰 재공고가 아닌 신규입찰로 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통상적인 입찰참여견적서엔 공사비와 이주비, 특화내용, 분담금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건설사들 간 비교견적이 가능한데, 흑석2구역의 경우 견적서에 평당 공사비와 이주비 조달 내용만 담겨 있어, 주민들이 각 건설사별 제안 조건을 비교해 더 나은 업체를 선정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주민대표회의 및 SH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 대한 참관을 요청한 것인데, 주민대표회의 등은 이를 거절했다는 것.

주민대표회의는 배임죄, SH는 직무유기?…신규입찰 아닌 재공고, 주민들 ‘권리 제한’ 논란

주민들의 간담회 참관을 거부하면서 경찰까지 출동한데 대해, SH는 <본지>에 “지난 11일 간담회는 주민대표회의에서 주관했으며, SH가 내용설명을 진행했다”면서 “설명내용이 적정한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 및 동작구청도 참석했다”고 했다.


SH 관계자는 “간담회를 주민대표회의 위원들 대상이었으며,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오신 주민들 전체를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출입을 통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민들 대상 간담회는 오늘(16일)부터 금요일(20일)까지 5일간 진행한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SH 측의 입장에,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재입찰 공고를 발표해놓고 주민들 상대로 간담회를 진행한다는 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이 다 틀어진 후에야 뒤늦게 대책을 세움)’ 아닌가”라며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오신 주민들 전체로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출입을 통제했다’는 것도 말장난 아닌가. 그날 참관을 요구한 주민 몇 명만 참관시켰어도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일부 주민들은 당초 입찰참여견적서 항목 등을 수정해 오는 6월 3일 예정된 현장설명회 때 공사비와 이주비, 특화내용, 분담금 등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수정된 입찰참여견적서 양식을 건설사들에 전달하자는 입장인데, 주민대표회의는 주민들 의견을 묵살했다. 주민 총회를 통한 의결을 하지 않고 재공고를 밀어붙였다”면서 “이에 따라 주민대표회의는 직무상 배임죄에, 사업 시행자인 SH는 직무유기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H 관계자는 “최초 입찰공고는 유찰시 재입찰을 공고하는 것으로 주민대표회의가 의결한 사항”이라며 “절차상으로는 별도의 주민대표회의 의결은 필요하지 않지만 입찰절차에 대한 주민들의 의문이 있으므로 충분한 이해설득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민대표회의로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흑석2구역 입찰참여규정 7조 4항은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자가 2명 미만인 경우 재공고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재공고 시 최초 입찰에 부칠 때 정한 가격과 그 밖의 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는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의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거론했듯 흑석2구역 입찰참여견적서엔 평당 공사비와 이주비 조달 내용만 담긴 탓에 기존 입찰지침을 세부적으로 수정하는 등 신규입찰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요구이고, 이를 묵살한 채 기존 입찰사항을 재공고하는 것은 주민들의 권리를 극도로 제한하는 등 그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란 게 법조계 일각의 시각이다.

“대우건설 입찰참가자격 박탈하지 않으면 해지할 것”…‘삼성물산 밀어주기’ 아니냐는 의구심

한편, 주민대표회의 및 SH가 관여한 간담회 다음날 신규입찰이 아닌 입찰 재공고가 발표된 데에는 앞서 경고가 누적된 건설사의 입찰을 사실상 차단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흑석2구역 최종 응찰에 불참하기에 앞서, 조합원 개별 홍보행위로 경고 2회를 받았으며, 불법홍보 2건이 적발돼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물산, GS건설 등도 각 1회의 경고가 있다. 3회 이상의 경고를 받으면 입찰 자격이 전면 박탈된다.

이런 가운데 SH가 주민대표회의에 대우건설의 입찰참가자격을 박탈하지 않을 경우 주민대표회의와 맺은 협약을 해지하겠다고 압박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 SH가 주민대표회의에 전달한 공문에는 불법홍보행위 사례가 적시됨과 함께 “현재까지도 우리 공사(SH)로 불법행위들이 지속적으로 제보가 되고 있는 상황으로 입찰주체인 주민대표회의 조속한 후속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며, 만약 이러한 불법행위의 적발에도 해당 건설업자(대우건설)의 입찰참가자격 박탈이 이뤄지지 않고 사업이 진행된다면, 입찰안내서 또는 관련 법령 위반으로 주민대표회의와 우리 공사가 맺은 협약의 해지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리오니 주민대표회의의 현명한 판단으로 사업이 본궤도에 안착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명시돼 있었다.

SH가 주민대표회의에 특정건설사의 입찰참가자격 박탈을 압박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데 대해, SH 관계자는 “건설업자 선정의 권한은 주민대표회의에 있다. 다만, SH는 건설업자의 선정이 적법하게 이뤄진 것인지 검토 후 계약을 체결한다”며 “따라서 SH는 입찰참가자격 박탈대상이 되어 입찰참여가 무효화된 건설업자와는 법률상 계약체결이 불가능하므로 당연한 절차에 대하여 통지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의 신규입찰 의견을 묵살한 채 시공사 선정 입찰 재공고를 발표한데 이어, SH가 주민대표회의에 대우건설의 입찰참가자격 박탈을 압박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사실이 확인되는 등 일각에선 일련의 과정이 결국 특정건설사를 밀어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SH가 특정건설사를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 SH는 “SH는 도시정비법, 입찰안내서, 정비사업계약업무처리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개별 홍보 등에 대한 경고는 ‘신고-건설업자 소명-주민대표회의 및 SH 법률검토-경고’ 절차로 진행했다”며 “신고가 됐다고 해서 다 경고가 부여된 것도 아니다(대우 11건 신고 4건 적발, 삼성 4건 신고 1건 적발, 2건 법률검토 중)”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동일 건에 대해서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동일하게 경고조치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 홍보관 설치 논란에 이어 이번엔 신규입찰이 아닌 재입찰 공고로 주민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SH 주도 하에 삼성물산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는데, SH의 속내는 뻔한거 아닌가. 삼성물산과의 수의계약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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