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내몬 직장 내 괴롭힘”…파주S 골프장, 캐디 ‘갑질’ 논란에도 나 몰라라

“죽음 내몬 직장 내 괴롭힘”…파주S 골프장, 캐디 ‘갑질’ 논란에도 나 몰라라

  • 기자명 홍찬영
  • 입력 2020.11.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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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법원읍에 있는 S골프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캐디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 골프장은 K대 사학이 운영하는 법인이다.

유족 측은 캐디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밝히고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가는 등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자 간의 갈등으로 일어난 것이라며 정황을 축소하는 데만 급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에 대해 <더퍼블릭>은 더 자세히 파헤쳐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27세 캐디 극단적 선택직장 내 괴롭힘 논란

 

▲ S골프장 캐디였던 배씨의 생전 사진. 배씨는 지난 9월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진=유족 측)

[더퍼블릭=홍찬영 기자]16일 복수의 언론매체에 따르면 지난 9월 파주 'S골프 파빌리온'에서 캐디로 근무하는 배모씨가 모텔방에서 번개탄을 피워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배씨는 27세의 젊은 여성이다. 


유족 측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배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며 사측에 진상 규명 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배씨가 생전에 쓴 일기와 가족을 비롯 동료 직원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등의 내용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특히 유가족 측은 배씨가 사망하기 전인 8월 29일, 골프장에서 관리하는 직원 인터넷게시판에 배씨가 ‘캡틴님께’라는 호소하는 글을 올렸는데, 20분만에 삭제한 것을 문제 삼았다.

부당함에 대한 폭로와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얘기에도 이에 대한 상담·조사를 하지 않고 정황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지적이다.

배씨는 해당 게시판에 “사람들 간에 개인 감정 넣어서 치우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불합리한 상황에 누군가 얘기를 한다면 제발 좀 들어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저를 밑바닥까지 망가뜨려주신건 잊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겼었다.

이는 다른 캐디들은 본인과 같은 피해를 받지 말라는 취지에서 쓴 글로 보이지만, 해당 글은 이내 삭제됐고, 배씨는 게시판에서 강퇴당했다.

글을 남긴 2주가 지난 시점인 9월 14~15일 사이 배씨는 한 모텔에서 자살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 역시 이틀 뒤인 16일에 공식적인 자살로 결론냈다.

배씨가 글에서 겨냥한 대상은 이 골프장 캐디를 관리하고 있는 직장 내 고위 관리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리자는 고인이 재입사 이후에는 캐디들을 통솔하는 ‘캡틴’ 직급이 돼 있었다.

배씨의 일기장에서도 이 캡틴을 의미하는 듯한 특정 인물에 대한 얘기가 반복됐다. ‘출근해서 제발 사람들 괴롭히지 마세요’, ‘지난일을 약점잡아 저만 보면 괴롭히듯 장난인듯 툭툭 내뱉는 말’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고가 세간에 알려지자, 한 골프 카페에서는 자신들도 해당 캡틴에게 비슷한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댓글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 해당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자 한 골프 카페에서는 배씨의 유서 등에서 언급된 '캡틴'의 갑질을 폭로하는 글이 이어졌다. (사진=유족 측)

본인을 S골프장 전 직원이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저 캡틴 때문에 그만뒀다”면서 “무전에 대고 인격모욕적인 말을 하고, 항상 신인같은 할 말 못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 괴롭혀 왔다”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 역시 “해당 골프장은 캐디 피를 착복하는 등 각종 갑질로 유명한데, 필히 조사해주길 바란다” “이 사건 터지기 전부터 캡틴에 대한 소문으로 입사안하는 사람 많았다” "저 캡틴 일낼줄 알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배씨가 근무했던 캐디라는 직업은 급여없이 일당으로 돈을 버는 특수고용직이다 보니, 지위를 이용한 갑질과 직장내 괴롭힘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십상이다.

이에 관련해 청와대 게시판 등에서 골프장 운영 개선을 해 달라는 목소리가 예전부터 올라오고 있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갑질 정황에 문제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측 나 몰라라 대응에 유족 분노…“사과조차 못 받아” 


배씨의 죽음에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안일한 대응을 보이고 있어 논란은 더 집중되고 있다. 


지난 10월 배씨의 언니 A씨는 국민청원글을 통해 “지금 이글 작성하는 오늘(10월 1일)까지 회사에서는 단 한번의 연락도 오지 않았다”면서 “1인 시위를 할 때, 그제 서야 관계자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사장장님 저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배씨가 사망 후 한번도 조의를 표하는 연락도 없다가 골프장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니 그제야 모습을 나타냈다는 것.

A씨가 골프장 정문앞에서 펼친 진상요구 내용은 ‘상사의 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난 내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K대는 즉각 진상파악 하라’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자 사측의 한 관계자가 A씨를 찾아와 영업 방해를 중단하라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이 사망했는데, 위로는 커녕 영업방해를 운운하는 모습에 유족들의 공분은 더 커졌다.

사측의 이같은 행태에 파주시의회 의원도 해당 사건의 사항이 중대하다고 판단, 사측에 진상 규모 촉구를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국민의힘 조인연 부의장과 안명규, 최창호, 윤희정, 이효숙 의원 등 5명의 의원은 지난 9월30일 성명서를 내고 배씨의 진상조사와 처벌,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또한 <파주바른신문>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0일 배씨의 유족들과 파주시의회 의원들은 골프장 회의실로 찾아가 사측과 대면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사측의 한 관리자와 고인의 유서 등 에서 언급된 캡틴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배씨의 죽음을 “회사와 연관짓지 말라”면서 구체적인 답변은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사내 갑질이 아니라 노동자 간의 갈등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에 유족들은 거칠게 항의했고, 자리에 참석한 파주시의회 의원 역시 “유족들의 격한 말을 해줘도 다 들어줘도 모자랄 마당에 고인의 죽음을 회사와 연관시키지 말라는 식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유족에게 먼저 제대로 된 사과를 한마디라도 했나”라며 질책했다.


진상조사도 부실...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될까


▲ S골프장 전경

이후 사측은 진상조사를 실시한다고 했으나, 이마저도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A씨는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조사가 어떻게 이뤄지고 어떠한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연락 조차도 아예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K대와 법인에 전화 취재를 시도했지만 아직 답변은 오고 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유족들은 해당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돼 처벌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캐디 처럼 직업이 특수한 경우, 신고와 조사 모두 사업주의 직접적인 영향 하에 놓일 수 밖에 없어 적용 여부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수차례 내놓기도 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근무자들 편에 서서 이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별도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더퍼블릭 / 홍찬영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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