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뉴스]국가철도공단의 철피아 관행…퇴직자들 재직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지속?'

[뒤끝뉴스]국가철도공단의 철피아 관행…퇴직자들 재직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지속?'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4.0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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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철도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국가철도공단(철도공단)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퇴직자들이 근무하는 회사에 설계 용역을 몰아줘 ‘철피아(철도 마피아) 일감 나눠먹기’라는 질타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철피아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공단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낙찰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은혜 “철피아라는 말이 달리 나오는 게 아니다”

지난해 10월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가철도공단, 주식회사 에스알,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로지스㈜,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유통㈜, 코레일테크㈜ 등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코레일과 철도공단을 상대로 퇴직자들이 취업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행태를 지적했다.

김은혜 의원은 우선 코레일을 겨냥해 “철도공사의 최근 5년간 건축물 건축설계 공모를 봤는데, 총 8건으로 이 중 ‘혜원까치종합건축사무소(혜원까치)’와 ‘종합건축사사무소근정(근정)’이 총 6건을 따낸다. (건축설계 공모의)75%를 두 회사가 독식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84억원의 설계용역 중 혜원까치가 3건에 26억원 그리고 근정도 3건에 37억원을 수주했다. 두 회사가 수주한 금액이 총 금액의 63%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어떻게 이렇게 발주를 넣었다하면 낙찰이 됐을까.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두 회사가)일을 잘하는가”라고 손병석 코레일 사장에게 따져 물었다.

손병석 사장은 “혜원까치하고 근정이 철도사업을 많이 해서 노하우가 있다. 실제로 공공건축물 설계 발주할 때는 설계심사를 해서 그 심사 점수에 따라 당선작이 결정되는 그런 시스템인데, 저도 이렇게 특정 건축사무소가 계속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좀 오픈시켜서 더 많은 참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그런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지금 (철도업계)가족 분들이 퇴직한 뒤에 이 사무소에 대대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철피아라는 말이 달리 나오는 게 아니다. 혜원까치는 (공모에 투찰을)넣으면 넣는 대로 100% 수주를 해갔다”며 “아까 (언급한)세 번 가져간 게, 세 번 신청했는데 세 번 다 100% 가져갔고, 근정은 (낙찰율이)75%인데 25%를 왜 못 따갔는가 했더니 혜원까치에 줬더라. 이게 공기업인가, 민간회사인가”라고 재차 따졌다.

김 의원은 이어 “지난 2011년 국감에서 혜원까치가 철도공사 자회사냐는 지적을 받은 게 있는데, 9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코레일이 철도업계 퇴직자가 취업한 회사와)나눠 먹기 하면서 부채가 16조원 아닌가. 이런 게 ‘철피아’, ‘일감 나눠 먹기’라고 하면 공모를 왜 하느냐. 제가 볼 때는 내부자 거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들러리 선 다른 기업은 알아서 고사되라는 것인가. 불공정 경쟁, 불법 담합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청구돼야 될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손병석 사장은 “설계공모를 해서 객관적인 심사를 거쳐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인데, 예를 들어 업체 간에 어떤 담합이 있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 저희 철도공사에서 밝혀내는데 한계가 있지 않나 이런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한계가 있다면 감사원 감사,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혐의에 대한 고발이 수반돼야 된다”고 지적했다.

퇴직자 회사들의 위력…끼리끼리 밀어주고, 당겨주고?

김은혜 의원은 코레일 뿐 아니라 철도공단을 향해서도 “혹시 이게 코레일만의 문제인가 해서 철도공단도 한번 봤는데, 혜원까치와 근정은 여기서도 위력을 보인다”면서 “실제 낙찰률이 대단하다. 성공률이 거의 신의 손이다. 혜원까치가 5년간 철도공단 설계공모에 참여한 건수 20건 중 15건 수주해서 75%, 근정도 18건 설계공모에 참여해 13건 수주해서 73%”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당시 김상균 철도공단 이사장을 향해 “이것 혹시 두 회사는 넣으면 낙찰률 75%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라는 내부 하한선 규정이라도 있느냐”며 “어떻게 두 회사가 이렇게 찰떡처럼 낙찰이 되느냐”고 따졌다.

김상균 당시 이사장은 “공정하게 (설계 공모)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심사를)하는데, 좀 더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김 의원은 “어떻게 (혜원까치와 근정)두 군데만 그렇게 똑같이 낙찰률이 높아지는지, 또 퇴직자들이 다시 이곳으로 들어가 가족끼리, 끼리끼리 함께 나눠주면서 그렇게 코레일이 세워지고 철도공단으로 이어진데 대해 고발과 감사청구를 함께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철도공단 퇴직자 재직 회사, 신축 설계공모 10건 중 6건 낙찰

이처럼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철도업계 퇴직자들이 취업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철피아 행태가 지적됐음에도, 철도공단에선 여전히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공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조달공고 낙찰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철도공단이 발주한 ‘신축 설계’ 공모는 총 10건이었다.

▶과천선 과천지식정보타운역사 신축 설계 ▶춘천∼속초 철도건설 양구역사 신축 기본설계 ▶춘천~속초 철도건설 인제역사 신축 기본설계 ▶춘천~속초 철도건설 속초역사 신축 기본설계 ▶춘천~속초 철도건설사업 백담역사 신축 기본설계 ▶KR철도어린이집 신축 기본 및 실시설계 ▶춘천~속초 철도건설 화천역사 신축 기본설계 ▶충청권광역철도 오정 외 1개 역사 신축 기타 기본 및 실시설계 ▶충청권광역철도 용두 외 1개 역사 신축 기타 기본 및 실시설계 ▶충청권광역철도 도마 외 1개 역사 신축 기타 기본 및 실시설계 등으로 10건 모두 ‘수의시담’으로 진행됐다.

수의시담은 공모 기관과 수의계약을 맺을 입찰 업체 간 가격 협상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신축 역사 설계 사업은 설계 디자인 공모 심사를 통해 당선된 업체와 수의계약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올 1분기 10건의 ‘신축 설계’ 공모 가운데 6건을 철도공단 퇴직자가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회사가 낙찰 받았다.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됐던 혜원까치는 지난 3월 9일 철도공단이 발주한 ‘춘천~속초 철도건설 속초역사 신축 기본설계’ 입찰 공모 낙찰자로 선정됐다. 수주금액은 6억 2041만원이었다.

앞선 3월 3일 ‘충청권광역철도 용두 외 1개 역사 신축 기타 기본 및 실시설계’ 입찰 공모에서도 혜원까치가 8억 9694억원으로 낙찰됐다.

혜원까치는 2건의 철도공단 낙찰만으로도 올 1분기 15억원이 넘는 실적을 올린 것이다. 혜원까치의 정모 부사장과 박모 전무는 철도공단 출신이다.

근정 역시 철도공단이 지난 3월 3일과 16일 발주한 ‘충청권광역철도 오정 외 1개 역사 신축 기타 기본 및 실시설계’ 및 ‘과천선 과천지식정보타운역사 신축 설계’ 공모에 낙찰됐다. 낙찰금액은 각각 10억 331만원, 9억 3258만원이었다.

철도공단 낙찰을 통해 혜원까치보다 더 높은 금액의 실적을 올린 근정의 조모 사장과 이모 전무도 철도공단 퇴직자 출신이다.

아울러 철도공단 출신 2명이 전무로 재직하고 있는 한국종합건축사무소 또한 ‘춘천~속초 철도건설사업 백담역사 신축 기본설계’ 및 ‘춘천~속초 철도건설 인제역사 신축 기본설계’ 공모에 공동도급업체로 참여해 낙찰을 받았다. 두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은 6억 3742만원이다.

 

▲ 국가철도공단 국정감사 답변서

반박에 나선 철도공단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체 선정”

철도공단의 올 1분기 ‘신축 설계’ 공모 10건 중 6건을 철도공단 출신이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혜원까치 및 근정, 한국종합건축 등이 낙찰 받은데 대해, 철도공단 측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낙찰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철도공단의 철피아 행태를 지적한 <조선비즈> 보도에 해명자료(8일자)를 낸 철도공단은 “공단은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국토교통부)에 정해진 절차 및 방법에 따라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설계자가 제출한 공모안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 및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설계공모 작품 심사 시 심사위원에게 업체 정보를 미공개하고, 업체 입회하에 심사위원 풀(pool)에서 무작위 추첨해 심사위원을 선정하며, 매 건마다 별도 외부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공단은 작품심사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1사 1공구와 신진 건축사 제한공모 등을 통해 설계사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신진 건축사의 우수한 작품이 선정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 중에 있다”고 부연했다.

유사한 시기에 공모되는 설계 공모 건을 모아 여러 건을 동일시기에 공고하고, 입찰 업체는 1개 설계 공모 건에만 작품을 제출토록 하는 게 1사 1공구 제도다.

신진 건축사 제한공모는 철도 건축설계 경험이 없는 역량 있는 신진 건축사(만 45세 이하)들이 설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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