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다시 생각하다 3

독일을 다시 생각하다 3

  • 기자명 유명종 정치+경제연구소장
  • 입력 2016.12.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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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환경이 경쟁력이다.

라이프치히 전차노선 거리

독일의 노동관련 법규는 매우 엄격한 편이다. 그만큼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법규가 마련되고 이것이 잘 지켜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우리나라 노동법도 나름 잘 되어있는데 산업현장에서 이것이 잘 시행이 안되고 대강 지켜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라 생각된다. 결국 문화와 환견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들이 모여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독일은 ‘원칙과 신뢰’가 매우 강한 사회라고 생각된다.


이번에는 시간이 많지 않아 독일 여행을 할 기회는 적었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시내까지 환승 시간을 이용해 잠시 다녀왔다. 특이한 것은 지하철 노선이 매우 발달되었는데 입구에 표를 점검하는 개찰구가 없었다. 마치 우리나라 KTX 기차를 타는 것과 흡사하게 운영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알아서 티켓을 끊고 열차에 탑승했다. 티켓 종류도 많아서 어떤 티켓을 끊었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웠다. 소위 무임승차도 얼마든지 가능한 환경이었다. 필자도 잠시 망설이다 티켓을 끊고 탔는데 몇정거장 가니 승무원들이 다니면서 랜덤으로 티켓을 검사하였다. 대부분 문제가 없이 통과하는 모습이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고속도로였다. 라이프치히에서 공항까지 가는 도로는 분명 고속도로였는데 톨게이트가 없었다. 그리고 속도 제한도 없었다. 당연히 1차로는 고속주행 차에게 양보하고 각자 필요한 속도에 맞춰 운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는 1차로를 막고 100km로 달리는 차량으로 인해 2,3차로가 곡예운전의 장이 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속도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도 ‘알아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서 운전하리라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것이라 생각되었다.


독일 기업의 근무 조건은 대부분 유연근무제가 적용된다고 한다. 그래서 평일에 좀 더 일하면 일한 만큼 다른 날 근무시간을 차감하여 사용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금요일에는 대부분 오전 근무를 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초과근무해도 다음날은 정상근무해야 하는 것분위기와는 다르다. ‘룰’이 적용되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각자의 패턴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하는 환경은 우리도 숙고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라이프치히 크리스마스 마켓의 상점

라이프치히에서 재미있는 것은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는데 성탄절을 앞두고 약 1개월 정도 야시장이 거리와 주요 광장에서 열리는 것이다. 여기서 수많은 사람들이 퇴근후에 광장에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며 따뜻한 와인인 ‘글루바인(gluwein)’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겨울의 독일은 해가 오후 3시 40분 정도면 졌다. 긴 밤시간을 가족과 동료들이 대화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리고 오래된 토마스 교회에서는 금요일 저녁에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를 했다. 필자도 2유로를 내고 보았는데 한 시간 동안 루터교 사제가 진행하는 바흐의 선율은 지친 일상에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라이프치히 대학 야경

라이프치히 중심부에 라이프치히 대학이 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매우 현대적인 외관을 한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현지 연구원에게 대학관련 제도에 대하여 물어보니 입학은 쉬운 편이지만 졸업이 어렵다고 하였다. 통상 입학생 중에 30% 정도가 졸업까지 간다고 하였고 대부분은 유급을 하거나 다른 전공으로 옮긴다고 했다. 한마디로 진짜 공부할 사람들만 전공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독일의 대학진학율은 우리보다 훨씬 낮다. 대부분 마이스터고 같은 제도를 활용하여 고교 졸업 후 직장으로 간다. 또한 강소기업인 집안의 전통을 이어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독일도 고령화 문제를 안고 가는 것은 동일하다. 그래서 독일의 세금제도는 결혼여부와 자녀수에 따라 차등적용 된다. 미혼직장인은 40%, 결혼하면 30%, 자녀를 낳으면 수에 따라 감세된다고 한다. 세제도 합리적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식자재 가격은 매우 낮게 형성되었고 가공품 물가는 ‘인건비’가 가미될수록 높게 형성되었다. 한마디로 서비스 비용이 높게 책정되었다는 것이다. 최저 시급이 높게 형성되어야 서민들이나 청년들이 살만한 사회가 될 것이다. 또한 전기나 수도요금이 매우 비싸게 형성되어 낭비를 하지 않도록 요금제에 ‘환경적 고려’가 되었다. 최근 한전의 누진제가 무너진 전기요금 체계를 보면서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거리를 수놓은 전차들, 중세풍 건물과 조화를 이룬 현대식 건물, 고풍스런 교회에서 들려오는 파이프 오르간 선율, 광장에서 오가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분위기 등은 길고 쌀쌀한 겨울을 따뜻하게 만드는 요소들인 것 같다.


유럽시장은 오래되고 안정된 것이라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활력과 여유가 있으면서도 문화, 예술, 환경 등이 어우러져 조화롭게 발전하고 있었다. 사실 독일도 1945년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잿더미가 되었던 국가였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우리와 큰 차이가 없던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세계적인 경제강국으로 올라선 것은 원칙을 지키면서 사회적 신뢰도가 높게 형성되었다는 것과 특유의 근면함에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근면함이라면 둘째가라면 서운할 정도이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면 ‘사회적 신뢰도’와 ‘일과 삶의 조화’라 생각되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신뢰도는 낮은 편이다. 특히 정치권과 지도자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또한 일과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불안하고 힘겨운 일상을 살고 있다. 이 두 가지를 회복하는 것이 내년도 우리나라 지도자들의 과제라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신뢰사회’를 만들어가는데 노력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잡아가면 좋겠다.


필자/ 유명종 JH엔지니어링 경영지원이사. 정치+경제연구소소장.
생활정치와 벤처 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서 지속가능한 대안을 만드는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퍼블릭 / 유명종 정치+경제연구소장 famousser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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