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 ‘해결’ 외친 文 정부…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 외친 文 정부…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 기자명 김수진
  • 입력 2017.09.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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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수진 기자] 현재 정부는 ‘친노동자 성향’을 가진 진보정권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비정규직 규모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수준(11.4%)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위해 취임 사흘째인 지난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인천국제공항은 전체 직원의 84%가 비정규직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며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어서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발생해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안전과 생명 관련 업무 노동자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원칙과 기준을 전면 재조정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해 공공기관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속에 비정규직의 눈물이 멈출 수 있게 됐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내재됐다. 바로 ‘비정규직’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다.


사용자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추산하는 비정규직 규모는 14.9%다. 이와 달리 노동계는 44.5%로 추산한다. 약 30%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문 대통령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노동계 기준대로라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4분의 3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와 달리 경총 주장대로라면 이미 OECD 수준에 근접해 국내에는 비정규직 문제 자체가 없다. 불과 3.5%포인트만 줄이면 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통계청은 2002년 7월 발표된 노·사·정 합의문에 근거해 비정규직 통계를 발표해왔다. 통계청 기준 비정규직 비율은 32.8%다. 경총보다는 17.9포인트 높고, 노동계보다는 11.7%포인트 낮다. 노사도 모자라 정부까지 비정규직을 다르게 정의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임시·일용직 중 정규직은 비정규직으로 보지 않지만 노동계는 이 또한 비정규직으로 간주한다. 정부는 파견·용역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분류하지만, 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하는 경우 정규직으로 여긴다. 반면 노동계는 그런 경우도 비정규직에 포함한다. 경총은 기간제, 단시간, 파견, 일일 근로자 등만 비정규직으로 인정한다. 용역 근로자 중에선 일부만 해당한다.


이처럼 노·사·정이 모두 비정규직을 각각 다르게 정의하면서 더 큰 문제를 잉태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비정규직의 정의부터 정확히 내려야 한다.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앞으로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형태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도 “다만 외주화한 용역·파견 근로자를 직접고용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인지는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비정규직 정의를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관련 문제가 계속해서 터질 것이다”면서 “비정규직 정의를 좀 더 적극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더퍼블릭 / 김수진 sjkim@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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