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의 불편한 진실] 양념통을 쏟은 참혹한 댓가

[검수완박의 불편한 진실] 양념통을 쏟은 참혹한 댓가

  • 기자명 김종연
  • 입력 2022.04.2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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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열흘 전 법정에서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당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근무했던 손씨가 증인으로 섰다. 그는 줄곧 법정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히려 판사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위증”이라고 다그쳤다고 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은 부정선거 사건 중 하나다. 심지어 2020년 1월 기소됐지만 당시 김미리 부장판사가 1년 3개월 동안 공판 준비기일만 진행했다. 1심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진실은 밝히기도, 처벌도 어려워졌다.

5년 내내 ‘검찰개혁’만 외치더니 결국 검수완박의 실현이 눈앞에 닥쳤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의장과의 중재안을 미리 알았다고 했다. 국회의원들도 의원총회에서 중재안을 통과시켰다.

여론은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을 지게 되는데 왜 똥물에 손을 같이 담그냐”, “중재가 아니고 야합이다”라고 비난했다.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이 대표는 윤 당선인이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전에 ‘중재안 재논의’라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윤의 사람이라고 불리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꼬리를 내렸고, 이 대표의 말처럼 국민의힘은 재논의 끝에 중재안을 먼저 파기했다.

▲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검수완박 입법폭주 중단하라'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급기야 막판에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이 여론에 편승했다. 강원랜드 사건을 거론해 의원들을 설득했다면서 마녀사냥에 동참했다. 언론은 복수의 관계자의 말이라면서 “권성동이 강원랜드 수사 때 검사에 모욕 당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더니 이준석 대표의 핵심관계자인 하태경 의원 등의 말은 따로 받아썼다. 어찌 됐건 모든 프레임은 의원총회에서 설득재료로 쓰였다는 강원랜드 경험담에 갇혔다. 의총에서 중재안 찬성표를 던진 이들은 모르쇠다.

26일 밤 법사위에서는 기다렸다는 민주당이 기립으로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켰다. 일각에서는 “여기가 북한이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중재안을 우선 파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에게 명분이 돌아왔다. 중재안에 담겼던 보완수사권이나 부패수사 등도 공중으로 날아가기 직전이다. ‘야합’이라며 비난만 했던 여론의 결실이다. 입맛에 맞게 여론으로 양념을 해대다가 양념통을 쏟아버린 형국이다.

어쩌면,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직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공식이 깨질지도 모른다. 제2, 제3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같은 사건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 비관적인 건, 새정부가 절대다수의 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상대하며 한 발도 나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이틀 남 짓. 법사위원장 뒤에서 피켓이나 들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대안은 ‘필리버스터’ 뿐이란다. ‘노답’이 따로 없다. 이제 170석을 상대할 이들은 국민밖에 남지 않았다. 하루 전까지 쏟아냈던 분노가 과연 옮겨붙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전국의 민주당 국회의원 사무실 앞이 ‘검수완박 야반도주’를 외치는 물결로 채워지지 않는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춘래불사춘이 따로 없다.

더퍼블릭 / 김종연 정경부장  jynews1@daum.net 

더퍼블릭 / 김종연 jynews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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