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출범에 산업은행 떠나는 이동걸 회장, '구조조정 책임론'에 대한 대답은?

尹정부 출범에 산업은행 떠나는 이동걸 회장, '구조조정 책임론'에 대한 대답은?

  • 기자명 박소연
  • 입력 2022.05.13 09:1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퍼블릭 = 박소연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의를 표한 데 이어, 지난 9일 임기를 마무리하는 이임식을 개최했다.

앞서 이 회장은 "정부와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게 순리"라며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 재임 기간 중 쌍용자동차 매각, KDB생명 매각 중단, 대우조선해양 합병 무산 등과 관련해 구조조정 책임론을 언급하고 나서기도 한다.

다만 이동걸 회장은 지나친 비난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지난 5년간 산은이 한일이 없다는 비난은 맹목적 비방"이라며 "산은 조직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은행, 연이은 매각 중단...왜

▲산업은행 제공

 

 

지난 2019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현대중공업 주도로 주요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올해 1월 EU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인수는 최종 무산됐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두 기업의 결합이 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형성해 경쟁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즉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인수합병이 사실상 독점을 야기한다는 것.

아울러 EU 집행위는 기업결합 심사 기간 다수 고객사와 경쟁업체, 제삼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결과 이번 합병이 LNG 운반선 건조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지닌 기업을 만들어 가격을 상승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경영 정상화와 매각을 추진했는데, 에디슨모터스가 지급 기한 안에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서 인수합병계약이 무산됐다

또한, 최근 산업은행은 JC파트너스와 체결했던 KDB생명 주식매매계약(SPA)를 해제한 바 있다.

지난달 20일 산업은행은 사모펀드 운용사(PEF) JC파트너스와 체결했던 KDB생명 매각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KCV)는 이날 JC파트너스와 체결했던 KDB생명 주식매매계약(SPA)의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KCV는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으로 설립한 사모펀드(PEF)다.

지난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호생명을 인수한 산업은행은 이후 금호생명 사명을 KDB생명으로 변경하고 경영효율화 작업 및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경영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지난 2014~2016년 실시된 세 차례 매각은 무산됐고, 2020년 말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인수하게 됐다.

산은은 이번 계약 해체 사유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함에 따라 MG손보의 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법령상 금융기관 대주주 변경승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산업은행 사후적 구조조정 한계 직면”


정치권 및 전문가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사후적 구조조정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산업은행 제공

지난달 2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과제-산은의 역할재편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윤 의원은 “산은이 주도했던 쌍용차,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 KDB생명 등 굵직한 매각이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며 “자금투입 회수율도 20~30%에 불과해 산은이 되려 정부 지원 부담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은행의 사후적 구조조정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구 연구위원은 “정책금융기관이 대주주, 주채권은행으로서 대기업에 대한 사후적 구조조정을 담당할 경우 해당 기업의 공기업화로 적극적인 방식의 사업구조조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후적 기업 구조조정에서의 정책금융의 역할에 대한 근원적 검토가 필요한 만큼 회생 절차, PEF 등을 통해 사후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자본시장연구원 박창균 연구조정실장은 "지주사 형태의 중소기업 정책금융공사를 설립해 중소기업 정책금융 자금의 총량 통제와 자원배분 효율성 제고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동걸 회장, “지난 5년간 산은이 한 일 없다는 건 지나친 비방”


이동걸 회장은 이달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지난 5년간 산은이 한 일이 없다, 3개로 쪼개야 한다 등 도가 넘는 정치적 비방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제공 

금호타이어, 한국지엠, 대우건설, 두산중공업 등 11개의 구조조정을 완료했고, 대우조선해양·쌍용차·KDB생명 3개를 빼고는 확고한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며 다 해결한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최근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불승인으로 매각이 무산되고 KDB생명 및 쌍용자동차의 매각이 좌절되는 등 차질이 발생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3가지 건을 근거로 지난 5년간 구조조정을 한 것이 없다고 비난한 것은 잘못이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일하는 3300명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모독"이라며 "산은은 합리적인 구조조정 원칙하에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3건을 제외하면 대부분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2019년 5월 취임할 당시 정리되지 않은 현안 부실기업이 금호타이어·한국지엠·대우건설·현대상선(현 HMM) 등 10∼15개, 대규모 부실기업만 10여개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 금고는 텅 비어 자본잠식 직전 수준이었다. 조선·해운업 등에 대한 거액의 대손 비용 등으로 취임 전 3∼4년간 주요 부실기업 구조조정 관련 손실액은 14조5천억원, 당기순손실만 5조5천억원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쌍용차와 관련해서 "경쟁력, 지속가능성이 낮은 만큼 자금 지원만으로 회생하기 어렵다"며 "회생법원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선해양과 관련해서 이 회장은 "기업 차원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로, 조선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며 "국내 조선 3사를 지탱할 만큼 조선업 대호황이 상당기간 지속되면 모를까 3사가 공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만큼 빅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회장의 퇴임으로 산은은 신임 회장이 임명되기 전까지는 수석부행장(전무이사)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더퍼블릭 / 박소연 기자 syeon0213@thepublic.kr 

더퍼블릭 / 박소연 syeon0213@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