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국감 pick]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취업규칙서에 ‘정치활동·집단행위’ 금지 조항?…‘국민의 기본권 침해’ 논란

[2020국감 pick]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취업규칙서에 ‘정치활동·집단행위’ 금지 조항?…‘국민의 기본권 침해’ 논란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0.10.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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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들 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들 역시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로 인해서 기업들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음에 따라, 매년 반복되던 기업 때리기를 보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 화살이 공공기관들로 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와 관련 부처에서는 올해만큼은 ‘기업은 건드리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공공기관들에 대한 예상치 못한 폭로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국정감사는 초‧재선 의원들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고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무대인만큼 ‘누가, 어디서, 어떻게’ 터뜨릴지를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들에 대해 조사한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보도자료에서는 기관들의 취업규칙을 전수 조사‧분석해 위헌‧위법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명시된 기관들은 한국전력,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대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적이 없었던 기관들이라는 점과 이들에 대한 ‘취업규칙’을 전수조사 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출범한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에 대한 취업규칙 다양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감시즌을 맞아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의 취업규칙이 품고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면밀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정부부처 산하에 있는 기관들에 대한 취업규칙에서 ‘위헌‧위법’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생각보다 다수의 기관들에서 비슷한 문제들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09년에 출범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정치활동 금지‧집단행위 금지’ 등을 취업규칙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제 10조에 취업규칙에는 직원은 정당 및 그 밖에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 또는 가입하거나 일체의 정치적 목적을 가진 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11조에서는 직원은 사업단 운영에 위배되는 집단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두 가지의 모두 근로자의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하는 규칙이다. 더 나아가서는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집회‧결사에 해당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헌법 37조 1항에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않는 이유로는 경시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취업규칙이 헌법에 명시돼 있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류 의원 측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취업규칙이 헌법 위에 군림하며 노동자의 정치적 권리를 빼앗는 것은 노동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억압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도구로 언제든지 악용될 수 있어 헌법에 보장된 양심과 의사표현, 정치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는 노동자의 노동조건 유지·향상을 위한 정당한 행위를 제약할 수 없다. 노동자의 활발한 발언이나 건설적인 비판은 자유롭게 행사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사기록 카드에 ‘미필사유’ 써 내라?

뿐만 아니라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남성 근로자들의 경우 인사기록카드에서 병역사항과 미필인 경우 그 사유를 쓰도록 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병역’이 굉장히 예민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미필사유’까지 밝히라는 것은 도 넘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고용노동부에서는 2007년부터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표준이력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표준이력서 안에는 가족의 학력이나 재산 등의 항목이 아예 들어있지 않은 것은 물론, 병역사항의 경우 ‘병역필·미필·면제’의 여부만 확인하고 계급과 병과, 사유는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물론 표준이력서와 회사 내부에 인사기록카드는 목적이 다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차별이나 특혜 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자료로 보관되는 근로자의 인사기록 카드에 미필사유를 작성하라고 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진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또 아직까지는 미필사유가 개인의 인사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기재 자체가 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그 특성상 입사 뒤 이직 또는 내부적으로 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년까지 일을 하는 곳”이라며 “그렇게 때문에 보수적인 사내 문화가 정착한 것이고, 아직도 이로 인한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 개인의 프라이버시인 병역 사항에 대해 인사기록 카드에 명시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로 보인다”며 “과거 사기업뿐만 아니라 공무원이나 경찰 등에서도 미필인 남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있었고, 이에 대한 문제가 여러차례 제기됐었다. 지금은 개선되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한국스마트그린사업 홈페이지 캡처>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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