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안전공사, 뇌물공여 업체에 특혜 제공 의혹…김종범 부사장, 임원복무규정 위반

한국가스안전공사, 뇌물공여 업체에 특혜 제공 의혹…김종범 부사장, 임원복무규정 위반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3.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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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가스안전관리를 위해 설립된 공기업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법령에 위배되는 자체 규정을 운용했으며, 이러한 자체 규정을 통해 자사 직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업체들의 입찰참가 자격 제한 기간을 줄여주는 등의 특혜를 제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가스안전공사 임직원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 감사를 방해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9일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5월 가스안전공사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았고, 이에 따라 같은 해 9월 14일부터 10월 23일까지 실지감사 실시, 지난달 19일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해 지난 5일 홈페이지에 감사 결과보고서를 등록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가스안전공사는 법령에 위배되는 자체 규정을 운용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뇌물공여 업체 3곳의 입찰 제한 기간을 줄여주는 특혜를 제공했으며,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허위자료 제출 등 감사를 방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안전공사, 법령에 위배되는 자체 규정 운용

가스안전공사는 2019년 3월 7일 자사 직원에게 총 14억여 원의 뇌물을 제공한 정보통신업체 3곳에 대해 부정당업자 등록 및 입찰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기로 결정했다.


이는 검찰 수사 결과 정보통신업체 3곳이 가스안전공사 직원에게 총 14억여 원의 뇌물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고, 2019년 2월 검찰이 이들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데 따른 결정이었다.

문제는 가스안전공사가 국가계약법에 위배되는 자체 입찰참가 제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정당업자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할 경우 국가계약법에 따라 제재 기간을 정해야 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국가계약법과 달리 입찰참가 자격 제한 기준을 정하려면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가스안전공사는 2017년 4월 28일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국가계약법에 명시된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 자격 제한 기준과 다른 내용으로 ‘계약관리규정(자체규정)’을 제정‧운영했다.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에 따르면, 계약‧입찰 관련 관계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할 경우 ▶2억원 이상은 2년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은 1년 ▶1억원 미만은 6개월 간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은 뇌물공여 액수에 따라 부정당업자의 입찰 제한 기간에 차등을 두고 있는데 반해, 가스안전공사는 뇌물공여 액수와 상관없이 ‘6개월 이상 1년 미만’의 동일한 제한 기준을 임의로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 감사원 감사보고서

뇌물공여 업체 3곳의 입찰참여 자격 제한 기간 줄여준 가스안전공사

청주지방법원이 가스안전공사 계약‧입찰 관련 직원에게 14억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정보통신 업체 3곳에 대해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가스안전공사는 2019년 9월 10일 해당 업체들에게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따른 ‘입찰참가 자격 제한 처분 통지서’를 발송했다.


그러자 가스안전공사 직원에게 9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A사는 뇌물공여 액수와 상관없이 ‘6개월 이상 1년 미만’의 입찰을 제한하고 있는 가스안전공사 자체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뇌물공여 액수에 따라 입찰 제한 기간에 차등을 두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을 적용할 경우, A사는 2년 간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되지만, 가스안전공사 자체 규정을 적용하면 1년 미만으로 줄어들게 된다.

가스안전공사는 내‧외부 법률자문 검토 결과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따라 통보한 입찰제한 처분 통지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다만, A사는 항소심 판결 이후 입찰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해줄 것을 요청했고, 가스안전공사는 이를 수용해 항소심 판결 이후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지난해 2월 13일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뇌물공여 업체 3곳의 뇌물죄는 유지됐고, 가스안전공사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을 적용, 뇌물공여 액수에 따라 입찰 제한 기간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그런데 당초 입장과 달리 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3월 10일 뇌물공여 액수에 따라 제한 기간에 차등을 두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이 아닌 뇌물공여 액수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제한하는 자체 규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임의 변경했다.

이어 4월 10일 개최된 계약심의위원회에서는 가스안전공사 자체 규정이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아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위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결국 계약심의위원회는 뇌물공여 업체 3곳에 대해 6개월간 입찰참여 자격을 제한하는 것을 의결했고, 이를 조달청에 등록했다.

감사원은 “가스안전공사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따른 부정당업자 입찰참가 자격 제한 기간(2년)보다 짧은 기간(6개월)의 제한을 받도록 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입찰참가 자격 제한 업무 부적절하게 처리한 것도 모자라 감사방해까지 

가스안전공사 직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정보통신 업체 3곳 중 2곳은 뇌물공여 액수가 각각 9억원, 5억원에 달해 2년간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됐어야 했지만, 가스안전공사가 임의로 자체규정을 적용하면서 뇌물공여 액수와 상관없이 입찰 제한 기간이 6개월로 줄어든 데에는 가스안전공사 고위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 탓이 컸다. 


우선 B부장은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뇌물공여 업체 3곳에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당시(지난해 2월경) 김종범 가스안전공사 사장 직무대행(현 부사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김종범 부사장은 지난해 1월 3일부터 9월 16일까지 가스안전공사 사장의 공석으로 인한 사장 직무대행직을 수행하면서 가스안전공사의 업무를 총괄했다.

당시 B부장의 보고를 받은 김종범 가스안전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허공을 보면서 “아∼! 공사 내규인 ‘계약관리규정’이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안 받았다!”라고 혼잣말을 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이후 B부장은 ‘왜 가스안전공사의 내규인 ’계약관리규정‘이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뇌물공여 업체 3곳에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이 아닌 자체 규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임의 변경한 뒤, 3월 10일 법률자문 검토 결과 다수 의견이 자체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 것으로 자문 받은 것처럼 사실과 다른 내용의 문서를 작성, 김종범 당시 사장 직무대행 등 상급자에 보고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B부장은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까지 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부하 직원에게 뇌물공여 업체 3곳에 대한 입찰 제한 기준을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자문 결과를 감사원에 제공하지 말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즉, 자신에게 불리한 법률자문 결과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다는 것.

나아가 B부장은 김종범 당시 사장 직무대행 등 자신의 상급자에게 자신이 만든 허위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할 테니 상급자도 감사원에 그렇게 답변하도록 요청한 후, 자신에게 유리한 법률자문 결과만 담긴 문건을 허위로 작성해 김종범 당시 사장 직무대행에게 보고한 것처럼 꾸며 감사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종범 당시 사장 직무대행, 부하직원 감사방해 묵인하거나 동조

감사원은 아울러 김종범 당시 사장 직무대행도 감사를 방해한 것으로 규정했다. 


김종범 당시 사장 직무대행은 가스안전공사 자체 규정이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뇌물공여 업체 3곳에 대한 입찰참가 자격 제한 처분 기준을 자체 규정으로 최종 승인함에 따라 뇌물공여 업체들의 입찰 제한 기간을 줄여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감사원은 “B부장이 감사원 감사 과정 중 허위사실을 진술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한다고 보고했음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고 승인하면서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다”고 꼬집었다.

김종범 당시 사장 직무대행은 가스안전공사 자체 규정을 승인한데 대해, 감사원에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부끄럽다”고 답변했고, B부장이 감사원에 허위자료를 제출하겠다는 보고를 받고서도 이를 바로잡지 않고 묵인하거나 동조한데 대해선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가스안전공사는 감사원에 “자체 사규 운영의 과실과 부정당업자 제재 조치에 대한 업무 미숙에 의한 것”이라며 “향후 감사결과에 따른 처분 요구사항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뇌물공여 업체 3개사에 대한 입찰 제한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B부장 외 상급자 1명은 문책 사유에 해당하며, 또한 감사 과정에서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 감사를 방해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가스안전공사 사장에게는 이들에 대한 정직의 징계처분 조치를 요구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겐 “김종범 부사장의 행위가 임원복무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그 비위 내용을 통보하니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 한국가스안전공사 김종범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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