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금호석유화학, 10년에 또 터진 경영권 분쟁…이번엔 박철완 상무의 ‘조카의 난’

바람 잘 날 없는 금호석유화학, 10년에 또 터진 경영권 분쟁…이번엔 박철완 상무의 ‘조카의 난’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1.02.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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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인사에서 배제된 박철완 상무 '박찬구 회장'에 반기 들어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 ‘경영권’을 놓고 이상신호가 감지됐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가 금호석화 측에 이사 교체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 지난달 27일 발송한 것이다.


이와함께 박상무는 전자공시시스템 다트를 통해서 “기존 대표 보고자(박 회장)와의 공동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밝혔다. 이는 박 회장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며, 최대주주로서 경영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박 상무가 돌연 독자 지분 행사를 선언한 이유에는 지난해 7월에 있던 인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철완 상무는 계열분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3대 회장을 지낸 고(故)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둘째이며, 박찬구 회장의 형이다.

더욱이 박 상무는 원래 장손인 박재영씨가 경영권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장손’으로 꼽히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그가 박찬구 회장의 장남이자 동갑내기 사촌 박준경 전무가 승진했던 지난 7월 인사에서 배제됐다. 이를 놓고 그룹 안팎으로 박 상무는 경영권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이러한 배경으로 박 상무가 독자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또 원래 박 상무가 관심을 있었던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한진그룹에 매각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형제의 난’에 휘말려 금호그룹과 분리된 지 10년 만에 다시 한 번 경영권 분쟁 소용돌이에 휘말린 금호석화에 대해서 파헤쳐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박 상무가 금호석화 측에 요구한 주주제안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배당금 확대, 두 번째는 이사진 교체이다. 박 상무는 배당금 확대와 관련해 보통주는 기존 주당 1500원을 1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1100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상무 측은 지난해 회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실제로 금호석화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해 의료용 장갑 원료인 NB라텍스와 각종 플라스틱 원료인 고부가합성수지 판매가 증가하면서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증권업계에서도 금호석화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7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90% 이상 증가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주주제안에 대해서 ‘파격적이다’라는 평가와 함께 ‘비상식적’ 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만약 박 상무의 제안대로 배당금을 확대하면 총 300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데, 이는 지난해 금호석화 수익의 절반에 달한다.

또한 화학업종은 경기에 따라 편차가 큰 편이라서, 다운사이클 기간 버텨내거나 환율이나 유가‧원재료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현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박 상무의제안이 업종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상무가 이러한 제안을 하는 것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의 깃발을 잡기 위해서는 주식의 50% 이상을 소유한 소액 주주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금호석화의 지분을 살펴보면 ▲박찬구 회장 6.69% ▲박철완 상무 10.0% ▲박준경 전무 7.17%% ▲국민연금 8.16%다. 개인주주 가운데서는 박 상무가 보유한 지분이 가장 많은 것이다. 하지만 박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치면 14.87%로 박 상무를 넘어선다. 이에 소액주주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다소(?) 무리한 주주제안을 하고 이는 상황이다.

‘이사 교체’ 주주제안

박 상무는 두 번째 주주제안은 바로 이사진 교체다. 현재 금호석화의 사내이사는 박 회장과 문동준 금호석화 대표이사, 신우성 금호피앤비화학 대표이사 등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문 이사의 임기가 만료됐는데, 이 자리를 박 상무가 요구한 상황이다.

또한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4명은 다음달에 3년 임기가 마무리된다. 이들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2명은 감사위원이다. 업계에서는 박 상무의 제안이 전체 10명의 이사진 가운데 절반에 가량을 본인 측 인사로 선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감사위원은 기업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로 사실상 박 회장의 기업 활동을 제약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 같은 박 상무의 두가지 주주제안에 대해서 금호석화는 “(박 상무가) 주주제안을 명분으로 사전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현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주주 제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IS동서 박철완 상무 우군으로 나서나?

재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에서 박 상무에게 도움을 줄 만한 우군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우호세력으로 거론되는 곳은 바로 중견건설 업체인 IS동서다.

IS동서는 지난해 9월부터 약 5개월 동안 금화석화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해왔다. IS동서 오너인 권혁운 회장의 아들 권민석 대표를 비롯해서 일부 임원, 권 대표의 개인 회사, 사모펀드(PEF) 등을 동원해 1000억 원가량을 지분 매입에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IS동서가 가진 지분은 현재 3~4%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상무가 가지고 있는 지분과 이들이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박 회장 일가와 세력이 거의 엇비슷해지는 것이다.

물론 IS동서 측은 금호석화의 지분 매입 이유와 관련해서 박 상무는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러한 동서IS의 행보가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의 경우 주요주주로서 ‘공시 의무’를 갖게된다.

즉, ‘단순 투자’인지 ‘경영 참여 목적’인지에 대해서 지분 보유 목적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IS동서의 경우 지금까지 보유한 지분이 3~4%대로, 공시 의무가 생기지 않는다. 즉, 대외적으로 우군인 것을 드러내지 않아도 박 상무 편에서 서서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위치가 되는 것이다.

만약 IS동서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 참여’가 목적이라고 밝힐 경우 오히려 이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내면서 안팎으로는 박 회장의 선구안이 뛰어났다는 평가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회장 측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대외적으로 드러나면,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는 소액주주들이 현 상황 유지를 위해서 박 회장 측으로 규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이 IS동서 입장에서는 경영 목적을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되면서, 박 상무에게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 가능성 대두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3월에 있을 정기주주총회에서 박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분쟁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이 규합한 3자연합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3자 연합은 계속 지분을 매입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만약 박 상무 역시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선택한다면 박 회장 측은 매년 3월 주총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고군분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재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경영권을 위협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총수와 기업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경영실적이 악화되거나 총수가 배임이나 횡령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공격의 대상’이 된다”며 “금호석화는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고, 박찬구 회장에 경영 평가가 좋은 상황인 만큼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박 상무가 매년 주총 마다 자신의 우군을 이끌고 경영권에 도전을 한다면 전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연합뉴스>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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