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박원순, 성희롱에 해당…집무실서 손톱과 손 만졌다는 피해자 주장 사실로 인정”

인권위 “박원순, 성희롱에 해당…집무실서 손톱과 손 만졌다는 피해자 주장 사실로 인정”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1.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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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 보고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방발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26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전날(2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에 대해 이와 같이 심의‧의결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과 서울대 교수 조교 성희롱 사건 등 여성 인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젠더정책을 실천하려 했기에 그의 피소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고 개탄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30일 상임위원회에서 박 전 시장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서울시장 비서실 운용 관행 및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및 묵인‧방조 여부,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절차 등에 대해 종합적인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인권위는 우선 서울시의 비서 운용 관행에 대해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 사건 피해자는 시장의 일정 관리 및 하루 일과의 모든 것을 살피고 보좌하는 업무 외에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약 대리처방을 받거나 복용하도록 챙기기, 혈압 재기 및 명절 장보기 등 사적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했다”며 “이 같은 비서 업무의 특성은 그 업무를 수행하는 자와 받는 자 사이의 친밀성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공적관계가 아닌 사적관계의 친밀함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는데, 비서실 직원들이 박 전 시장과 피해자를 각별한 사이나 친밀한 관계로 인지하면서 이를 문제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나, 피해자 또한 비서 재직 당시 적극적으로 이러한 노동을 수행한 것도 그것이 비서 업무로 정당화되어 문제의 본질이 왜곡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증거자료 및 박 전 시장의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이를 피해자로부터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직접 보았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에 근거할 때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비서실의 성희롱 묵인 방조 여부에 대해선 “피해자가 비서실 근무 초기부터 비서실 업무가 힘들다며 전보 요청을 한 사실 및 상급자들이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로 보이나,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참고인들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묵인·방조했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거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피소사실이 박 전 시장에 전달된 경위에 대해선 “경찰청과 검찰청, 청와대 등 관계기관은 수사 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는 입수하지 못했으며, 유력한 참고인들 또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하지 않는 등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로 인해 피소사실이 박 전 시장에 전달된 경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했다.

서울시에는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방안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에방 및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에게는 ▶공공기관 종사자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모두 이수할 수 있도록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공공기관의 조직문화 등에 대한 상시 점검을 통해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예방활동을 충실히 할 것 ▶지자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발생시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기구에서 조사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 ▶실효성 있는 2차 피해 예방 및 대처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매뉴얼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상급기관이 없는 지자체장의 경우 성희롱‧성폭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원칙을 천명하는 선언이나 입장표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이와 같은 자율규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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