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코이카, ‘계약금액 증액’ 방법으로 특정 업체에 납품 특혜 제공 논란

[추적]코이카, ‘계약금액 증액’ 방법으로 특정 업체에 납품 특혜 제공 논란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3.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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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정부 차원의 대외 무상 협력사업을 전담하여 실시하는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해외 봉사단원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 위한 구매대행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5월 11일부터 29일까지 12명의 감사인원을 투입해 코이카에 대한 실지감사를 실시했고, 지난 1월 28일 및 3월 4일 감사위원회 의결로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한 뒤 지난 16일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코이카는 통보‧주의‧시정‧문책 등 총 18건의 지적사항이 확인됐는데, 특히 해외봉사단 파견자 등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 위해 체결한 ‘글로벌인재 소모성물품 구매대행’ 계약과 관련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에 감사원은 코이카 이사장에게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임직원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문책 조치를 촉구했다.

규격 및 사양 축소해 계약 체결한 코이카

코이카는 해외봉사단 파견자 등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 4월 4일 ‘글로벌인재 소모성물품 구매대행’ 입찰 공고를 진행했다.


‘대외무상협력사업에 관한 조달 및 계약규정’ 제25조는 다수의 공급자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아 평가한 후 협상 절차를 통해 가장 유리하다고 인정되는 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코이카는 이러한 규정에 따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A사와 기술 및 가격 협상을 거쳐2018년 7월 17일 구매대행 용역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금액은 27억원 상당, 계약기간은 2018년 7월 17일~2020년 7월 16일까지였다.

당초 코이카는 입찰공고를 낼 당시 첨부된 ‘제안요청서’ 등에 전자호루라기‧구급함‧라면‧방수옷 등 미리 정해진 물품을 구매‧납품하는 ‘공통물품구매(구매예상금액 27억 5천만 원)’와 해외파견직원 등이 해외 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 요청할 경우 개인별 주문을 받아 구매‧납품을 대행하는 ‘가변적 물품구매(고정금액 16억 원)’로 물품내역과 금액을 구분했다.

코이카는 공통물품구매 및 가변적 물품구매 금액을 합해 입찰한도액을 43억 5000만원으로 공고했다.

B사와 C사는 공통물품구매 금액과 가변적 물품구매 금액을 더해 각각 43억원과 35억원을 써냈고, A사는 공통물품구매 금액만 반영해 27억원의 입찰가격을 제출했다.

따라서 코이카는 B사 또는 C사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야 했다. 그런데 코이카는 법률검토 등을 거쳐 A사의 입찰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는 대신, 입찰가격 27억원에 가변적 물품구매 금액(16억원)이 포함된 것으로 간주해 후속 계약절차를 진행했다.

코이카는 2018년 5월 31일 A사 직원을 만나 입찰가격인 27억원 내에서 공통물품 및 가변적 물품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A사로 하여금 입찰가격 27억원에서 가변적 물품구매 금액 16억원을 제외한 금액(11억원 상당)으로 공통물품 산출내역서를 다시 제출토록 했다.

이에 따라 A사는 6월 8일경 코이카에 ‘수정 산출내역서’를 제출했는데, 당초 입찰 당시의 제안요청서보다 규격 및 사양을 낮추거나 납품개수를 축소했다.

예를 들어 전자호루라기의 경우 당초 개당 2만 1,150원인 모델에서 개당 5,282원인 모델로 사양이 낮아졌고, 명절 격려품 중 세트에 포함된 라면의 납품개수는 5개에서 1개로 줄이는 식이었다.

코이카는 6월 19일 A사 직원을 다시 만나 공통물품 규격 및 사양 등을 축소해 제출한 수정 산출내역서를 그대로 첨부해 협상회의록에 서명했고, 결국 7월 17일 코이카와 A사는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금액 조기 소진→계약금액 10억원 증액=특혜 

코이카와 A사는 공통물품 규격 및 사양 등을 축소해 계약을 체결했으나, 실제로는 입찰 당시 제안요청서 수준의 물품이 납품됐다. 


공통물품의 경우 1세트당 14만 4,442원에 해당하는 물품을 납품하도록 되어 있던 것과 달리 A사는 44만 1,610원에 해당하는 물품을 코이카에 납품했고, ‘명절 격려품’의 경우에는 1세트당 8만 5,521원에 해당하는 물품을 납품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1세트당 14만원에 해당하는 물품을 납품했다.

이는 코이카가 계약서에 첨부된 수정 산출내역서와 달리 구매금액을 당초 입찰공고 당시의 제안요청서 수준으로 임의로 높게 변경한 탓인데, 코이카는 A사에 변경된 구매금액에 맞춰 납품토록하고 대금을 지급했다.

따라서 당초 예정된 수량이 모두 납품되기 전 계약금액(27억원 상당)이 조기 소진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그러자 코이카는 2019년 9월 3일, 계약 이행 과정에서 해외 봉사단에 지원될 물품 단가가 수정 산출내역서 단가보다 높아져 물품을 추가 구매할 필요성이 있고, 해외 파견 인원이 증가할 것이라는 사유를 들어 ‘계약심의위원회 심의요청서’를 작성했다. 이어 9월 9일 계약심의위를 거쳐 9월 27일 A사와 계약금액을 10억원 증액하는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공통물품과 명절 격려품 등의 증액이 7억원 상당이었고, 가변적 물품구매 금액 3억원을 합쳐 10억원을 증액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코이카는 A사와 37억원에 구매대행 계약을 체결한 셈이었다.

이를 두고 감사원은 “코이카는 당초 제안요청서보다 규격 및 사양, 세트당 납품개수 등을 낮춰 계약을 체결하고 사후에 당초 제안요청서 수준으로 계약금액을 다시 증액하는 방법으로 특정 업체에 특혜를 부여했다”며 “따라서 다른 입찰참여 업체들의 계약기회를 일실토록 하는 등 입찰 및 계약 질서를 문란케 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코이카 과장 및 실장에 경징계 이상의 문책 주문

코이카 임직원들의 부당한 업무처리 때문에 A사가 코이카로부터 특혜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코이카 발주부서 계약업무를 담당하는 E과장은 A사에 공통물품 규격 및 사양, 세트당 납품개수 등을 낮춘 수정 산출내역서를 제출토록 했고, 수정 산출내역서를 첨부해 협상이 완료됐다는 공문을 작성하는 등 특혜 계약에 대한 실무를 담당했다.

계약 체결 이후에는 공통물품 규격 및 사양을 당초 제안요청서 수준으로 높여 납품하는 것을 승인하는 문서를 작성해 발주부서 계약업무를 총괄하는 F실장의 결재를 받은 뒤, 규격 및 사양을 높이는 대신 물품 지급예정 인원을 줄여 납품토록 했다.

그 결과 A사에 특혜를 부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F실장은 E과장으로부터 계약에 관한 전반의 사항을 보고받거나, 직접 A사 직원을 만나 수정 산출내역서를 제출토록 요구하는 등 코이카와 A사 간 특혜 계약이 체결되도록 주도적 역할을 했다.

또한, 수정 산출내역서와 달리 구매금액을 당초 제안요청서 수준으로 높여 계약금액이 조기에 소진되자, 해외파견 인원이 증가했다는 등 사실과 다른 사유를 들어 계약금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문서를 결재해 A사에게 특혜를 제공하게 했다.

이와 같은 감사원 감사결과에, 코이카는 “감사 결과를 수용하고 계약 규정과 계약 절차를 준수하지 못한 점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며, 계약관리 직무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국내조달 제도를 개선해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과장과 F실장은 감사원에 “계약 체결이 지체돼 해외파견 직원 등에게 격려품 및 지원물품 등을 적기에 제공하기 위해 계약을 무리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감사원은 “E과장과 F실장의 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이들의 행위가 복무규정에 위배되는 문책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감사원은 코이카 이사장에게 이들에 대한 경징계 이상의 문책을 주문했고, 물품의 규격 및 사양 등이 낮게 조정된 수정 산출내역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아니한 채 계약을 체결한 다른 관련자에게도 계약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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