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공사대금 후려치고 임직원엔 성과급 잔치…한국전력·자회사, 악습 관행 여전

홍찬영 기자 / 기사승인 : 2021-10-25 09: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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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시즌이 한창이다. 공기업과 민간기업 가릴 것 없이, 저마다 시스템적인 잘못이 발각돼 의원들로부터 질타와 추궁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및 자회사가 포함된 발전공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의 악습 관행은 이번 국감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주요 이슈는 하청업체 ‘갑질’ 논란이다.

이들은 하청업체에 과도하게 공사대금을 깎았다는 이유로 도마위로 올랐다. 이른바 ‘중간 착취’다. 원청이 하도급업체에 공사 대금을 무리하게 깎으면 하도급 업체는 노동자에 제대로 된 인건비 조차 지급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실제 한전 자회사를 향한 노동자들의 규탄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전 자회사들은 고위직원에 성과급이나 자녀 장학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하청업체에는 공사대금을 무리하게 깎더니, 자기 식구 배불리기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따가운 시선이 커지고 있다.

<더퍼블릭>은 한전과 자회사를 둘러싼 ‘갑질’ 문제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했다.

 

임금 중간 착취?…1억원이 4900만원으로 ‘반토막’


[더퍼블릭=홍찬영 기자]21일 <한국일보>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한국전력 산하 발전 5개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공공운수노조가 확보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명세서 등을 분석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지난해 한전KPS와 ‘2020년도 태안화력 기전설비 경상정비공사’ 계약을 맺었다.

서부발전은 사업을 위해 한전KPS에 인건비 139억원을 지급했다. 이 사업에 투입된 인력은 137명이며, 전체 금액에서 노동자 1인당 평균 연봉을 추려내면 1억원 가량으로 계산된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가 지난해 A업체 소속 전체 노동자들의 연말정산 영수증을 분석한 결과, 최종적으로 노동자들이 받게 되는 평균 임금은 4900만원(세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노동자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 원이라고 명시한 것과 달리 이 금액의 노동자들은 절반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지급되는 구조는 최초 서부발전이 한전KPS에 인건비를 내려주고 한전KPS는 A업체에게 내려주는 형식이다.

그러나 서부발전에서 한전KPS를 거치면서 금액이 3000만원이 사라졌고, 한전KPS에서 A업체로 넘어갈 때 2000만원 가량의 금액이 또 삭감된 것이다.

이를 두고 노동자들은 공기업의 ‘임금 중간착취’라며 날센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KPS “하청업체는 단순업무만…낙찰률도 반영”

다만 한전KPS측은 한국일보를 통해 최종 인건비가 반토막이 난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KPS는 발전소로부터 받은 공사 물량의 약 10%를 재하도급 주는데, 주로 단순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긴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A라는 하청업체는 단순업무만 처리하는 데, 고급업무처리를 하는 인력까지 포함해서 산출한 1인당 평균 임금과 비교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말은 다르다. 이들은 10년 이상 경력을 가졌으며 한전KPS 소속 직원과 거의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어, 쪼그라든 금액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전KPS 측은 낙찰률이 반영됐다는 이유도 들었다. 낙찰률은 경쟁입찰에서 낙찰된 업체가 제시한 금액으로 정해지는 것으로 전체 도급비를 낮춘다.

다수의 공공기관에서는 도급비를 산정할 때 예정가격에 낙찰률까지 곱해 다시 한번 사업비를 깎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실제 72개 공공기관 중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한 뒤, 낙찰률 없이 인건비를 지급하는 곳은 3개(4%)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처럼 낙찰률을 무기로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는 건 그간 많은 문제가 제기돼 왔다.


도급비 전체에 낙찰률이 적용되면 임금이 감액되고 최저임금 수준도 못받는 노동자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 공기업의 나쁜 관행 중 하나로 꼽혀왔던 것.

이같은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발전 5개사와 8개 경상정비 협력업체는 노무비 전용계좌에 노무비를 지급하는 '적정 노무비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다만 한전KPS는 공이 사업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대금 삭감 문제 ‘심각’…관리 지침도 미흡 


 

▲ 사진=픽사베이

 

이같은 발전 공기업들의 하도급 공사대금 삭감 문제는 이번 국감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이 남동발전 등 한전 자회사 5개 발전공기업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전공기업이 발주하는 경상정비공사 및 계획예방정비공사 등 발전정비공사는 총 788건으로 계약금액은 약 4조 3천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도급업체가 관리비 차감 명목으로 계약금액을 낮춰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하도급 공사비가 50% 가까이 삭감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이처럼 원청이 하도급업체에 공사 대금을 무리하게 깎으면 하도급 업체는 노동자에 제대로 된 인건비 조차 지급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하도급업체는 원청으로부터 일감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원청이 단가를 후려쳐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하도급 승인 절차에 대한 뚜렷한 관리지침이 없다보니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남동발전의 경우 김경만 의원실과의 여러 차례 미팅을 통해 하도급 공사대금 과소지급 문제의 개선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불법 하도급 및 임금체불 방지 TF를 결성해 ‘발전사업 하도급 관리강화 추진(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남동발전이 김경만 의원실에 제출한 추진안에 따르면, 표준 하도급 설계서를 만들어 하도급 승인 시 도급업체가 하도급업체에 적정 계약금액을 지급하는지 확인하고, 공사오더, 공사범위, 발주자 설계내역을 하도급사에 공개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나머지 발전공기업도 투명하고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 확립과 하도급업체 근로자 임금체불 방지를 위해 하도급 관리강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자기 식구만 배불리기?…회사 고위직에겐 성과급 ‘잔치’ 


▲ 한국전력 및 발전자회사 장학금 수령액 및 부채 총액

 

한국전력(한전) 자회사들은 하도급 업체에는 공사대금을 깎으면서, 정작 회사 고위직들에게는  총액 2억원이 넘는 기본급과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검침업무를 하는 한전MCS가 기본급 1억1800만원에 성과급 1억500만원을 받아 총 2억2300만원을 기록했다. 한전의 청소·경비 업무를 맡은 한전FMS도 총 연봉이 2억원을 넘었다.

모회사 출신 임직원을 자회사로 보내 앉혀놓고 고액의 연봉과 성과급을 챙겨준 것이다.

또한 한전 자회사들은 임직원 및 자녀들에게 과도한 장학금을 지급한 것으로도 알려져 이에 대한 지적도 일었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한국전력 및 6개 발전 자회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한전과 자회사 공기업은 임직원과 자녀들에게 약 1062억37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의 경우는 2020년 누적부채가 59조7000억원으로 경영 악화가 심각한 수준인데도 최근 5년간 457억400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한국수력원자력은 351억1000만원을 직원 자녀 장학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제출된 자료에서 확인됐다.

또한,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나머지 5개사(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들도 마찬가지로 장학금 지급 명목으로 약 253억 7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정황들이 국감에서 빈번하게 발각돼 지적되자, 발전공기업들의 공공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또한 한전과 그 자회사들의 논란 경위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관습 같은 잘못된 시스템이 회사 전반적으로 퍼져 있지 않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울러 최근에는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기업마다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는데 혈안이 돼있는 추세다.

그러나 한전 및 자회사들이 이번 국감에서 보여준 모습은 하도급과 상생은커녕 자기 식구 배불리기만 하고 있다는 정황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논란이 일고 있는 사항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고, 세심한 법망과 종합 대책이 마련이 절실할 때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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