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힌드라 튀튀’에 쌍용차 ‘최후의 P플랜’ 배수진

‘마힌드라 튀튀’에 쌍용차 ‘최후의 P플랜’ 배수진

  • 기자명 김은배
  • 입력 2021.01.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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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은배 기자] 쌍용차의 희망이었던 대주주 마힌드라와 인수후보자 HAAH오토모티브간 매각 협상이 불발됨에 따라 쌍용차는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 회생 계획 제도)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쌍용차 및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경영진은 이날 오후 협력 업체와 만나 P플랜 관련 설명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근 매각 협상 결렬을 선언한 마힌드라가 사실상 쌍용차에서 손을 뗀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HAAH는 인수 의지를 여전히 피력하고 있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쌍용차는 법정관리 개시 전 P플랜을 통한 벼랑 끝 회생 가능성을 타전해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P플랜은 법정관리 시작 전 채권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사전에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쌍용차와 채권자, 인수 후보자 HAAH가 대주주 지분 감자와 채무 조정, 신규 자금 투입 등에 대한 합의를 통해 회생계획안을 도출한다.

이후 본격적인 법정관리에 돌입해 계획안에 맞춰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인수 후보자에 회사를 매각하는 제도다. HAAH는 당초 지난 23일 출국 예정이었으나, 오는 31일로 출국 일정을 변경했다. 다만, 채무 조정과 HAAH의 자금 투입 규모 등에 대한 이견 조정이 난항을 겪고 있어 회생계획안을 뽑아내기까지는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회생계획안 마련에 실패할 경우 쌍용차는 통상적인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청산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사실상 결렬 책임 마힌드라에…높은 P플랜 난이도에 쌍용차 청산 가능성도

이번 마힌드라와 HAAH간 협상 불발은 매각주체인 마힌드라의 사실상 협상 결렬 선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순서상으로 먼저 결렬 선언을 했던 것은 당초 HAAH 측이었다. 이들은 본인들이 정한 협상 시한인 지난 22일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자 결렬을 선언했다. 다만, 쌍용차 측의 요구로 협상 시한을 이달 말까지 늘리고 한국에 잔류키로 하는 등 협상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 이번엔 마힌드라가 협상 결렬 주도한 셈이다.

결렬의 주된 원인으로는 쌍용차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이 지목된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5% 전체 매각을 바랐지만 HAAH와 산은이 마힌드라에 20% 이상의 지분을 유지해줄 것을 요구하자 밥상을 엎어버린 셈이다.

HAAH 측의 주장은 쌍용차가 외국계 은행에서 빌린 채무 1,400억 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위해 마힌드라가 일정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마힌드라는 지급보증 5년 연장만 동의 가능하며 이후로는 쌍용차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밀어붙이면서 협상이 결렬 됐다.

이견 차가 줄어들지 않자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빌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대출금 300억원만 대신 상환하는 조건으로 협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들인 자금은 인수 자금과 유상증자 대금을 합해 모두 7,00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마힌드라가 쌍용차 매각 성사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이를 통한 투자금 회수를 일부라도 진행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으나 마힌드라는 손해를 떠안으면서 까지 쌍용차에서 발을 빼기로 한 것이다.

쌍용차는 시간적 여력이 부족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쌍용차는 HAAH와 마힌드라 간 매각 협상을 29일까지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매각 합의 후 자금 투입과 각종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법정 관리 유예기간 만료일인 2월 말 보다 한 달 전에는 협상이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29일에는 쌍용차가 협력 업체에 발행한 어음(1,800억~2,000억원)의 만기 도래도 겹친다. 내달 달 말까지 자금 지원이 진행되지 못하면 쌍용차는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쌍용차가 잡은 지푸라기가 P플랜이라는 최후의 카드인 셈이다.

P플랜에 돌입할 경우 쌍용차, 채권자, 인수 후보자(HAAH)가 법원의 조정 아래 회생계획안을 도출한다. 마힌드라 지분에 대한 감자 및 채무 조정, 인수 후보자와 채권자의 자금 투입 규모 등은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 이후 회생 절차에 돌입해 회생계획안을 이행한 후 인수 후보자에 회사를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P플랜과 관련, ‘최후의 수단’이라는 수식어가 적용될 만큼 쌍용차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산은은 쌍용차 노조에 흑자 전환 시점 까지 파업을 중단할 것과 3년 단위 단협 등을 자금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쌍용차 흥망의 열쇠는 노조가 쥐고 있는 셈이다. HAAH도 자금 조달력에 대한 채권단의 의구심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HAAH의 작년 매출액은 약 240억원 수준에 머문다.

한편 업계에선, P플랜은 매각을 통한 회생을 전제로 하는 만큼, 쌍용차가 회생계획안을 마련하지 못해 계획안 없이 법정 관리에 들어갈 경우 법원은 쌍용차의 청산 가치와 계속기업 가치를 따져 청산 가치가 높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청산’을 결정할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이 경우 쌍용차의 기존 채무 동결로 협력 업체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은배 rladmsqo052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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