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스카이72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협의의무 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유

[추적]스카이72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협의의무 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유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4.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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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카이72 골프장(스카이72 홈페이지)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5활주로 개발 예정부지에 조성된 수도권 최대 골프장 스카이72를 둘러싸고 토지 소유주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골프장 운영사인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스카이72 골프장에 단수 조치를 취한데 이어 단전까지 강행하자, 스카이72는 이는 업무방해에 해당된다며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는 토지임대 기간 만료에 따라 스카이72가 골프장 영업을 중단해야 하고, 아울러 스카이72가 클럽하우스와 잔디, 수목 등 시설 일체를 인천공항공사에 무상으로 인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스카이72는 정부의 방침 변경 등으로 개발여건 등이 변경되는 경우 상호 협의 하에 협약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실시협약 규정에 따라 제5활주로 건설 계획이 미뤄진 만큼 임대기간을 연장했어야 했고, 임대 기간 연장이 어렵다면 인천공항공사가 골프장 시설 및 토지 가치 상승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부지 제공, 스카이72는 골프장 개발…공생관계에서 견원지간으로

지난 2002년 7월 인천공항공사는 부지를 제공하고, 스카이72는 해당 부지에 골프장을 개발하는 ‘실시협약’이 체결됐다.


이어 2005년 8월 인천공항 제5활주로 예정부지 269만㎡와 신불지역 95만㎡에 각각 54홀 코스‧18홀 코스의 스카이72 골프장이 개장됐다.

인천공항공사는 골프장 부지를 스카이72에 임대해주고, 스카이72는 임차한 토지에 2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투자해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시설을 지어 영업을 하면서 매년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를 지급해왔다.

그런데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 간 골프장 부지 임대 계약은 지난해 12월 31일 종료됐다.

임대 계약 종료에 앞서 스카이72 측은 실시협약 규정에 따라 임대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인천공항공사는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고 지난해 9월 1일 스카이72를 대체할 새로운 사업자 선정 입찰공고를 냈으며, 입찰결과 ‘KMH신라레저’가 골프장 신규 사업자로 낙찰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신규 사업자 선정도 마쳤고 골프장 부지 임대계약이 종료된 만큼, 스카이72는 더 이상 골프장 영업을 지속할 수 없고 클럽하우스와 잔디, 수목 등 시설 일체를 인천공항공사에 무상으로 인계하거나 혹은 철거해야 하며, 철거시 철거비용도 스카이72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스카이72는 2020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골프장 부지 사용기간이 종료될 경우 스카이72 비용으로 시설물 일체를 철거하거나 인천공항공사 또는 국가에 시설을 인계한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만 보면, 스카이72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철거 또는 인계를 인정한 만큼 인천공항공사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인천공항공사 “제반 사정 변경에 따른 협의? 제5활주로 착공 시점 앞당겨질 때만 가능”

다만, 스카이72는 감사보고서에 ‘협약당사자는 제반 사정의 변경으로 인해 본 협약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본 협약의 변경을 제안할 수 있고, 이 경우 협상 당사자는 본 협약의 변경여부에 관해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부연했다.


2002년 실시협약을 체결할 당시 토지 임대기간 산정은 인천국제공항 제5활주로 착공 시기를 기준으로 했다. 하지만 올해 착공 예정이었던 제5활주로 건설 계획이 5년가량 미뤄졌다.

제반 사정이 변경된 것이다. 따라서 스카이72가 실시협약의 변경을 제안할 수 있고, 이 경우 인천공항공사는 협약 변경여부를 협의했어야 한다는 게 스카이72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시협약 체결 당시 항공수요가 예상보다 급증할 경우 제5활주로 착공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며 “당초 실시협약에서 정한 기간(2020년 12월 31일)보다 (골프장 부지 임대)기간을 단축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 상황에 대비해서 첨부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제5활주로 착공 시점이 앞당겨진 게 아니라 늦춰진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는 “(착공 시점이)늦춰진 것과 관련해서는 실시협약에 아무런 단서 조항이 없다”며 “단축되는 경우에 대해서만 단서조항이 명시돼 있다. 단축될 경우 사업자(스카이72)의 피해를 보전해주기 위해 그런 조항을 넣어 놓은 것”이라고 답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의 이러한 주장은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가 체결한 실시협약 제9조(토지사용기간)를 근거로 하고 있다.

즉, 제반 사정 변경에 따른 실시협약 변경 협의 조항의 경우 제5활주로 착공 시점이 앞당겨지는 한해서만 적용되는 것이지 현재처럼 착공 시점이 늦춰질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골프장 개장 시점부터 지금까지)스카이72가 16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이익을 올렸는데, 스카이72의 주장대로 계약연장을 해주게 되면 막대한 특혜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사업기간이 끝났는데도 막무가내 식으로 버티고, 그걸 인정해주게 되면 국가재산은 사익을 위한 것이 되고 국가계약질서가 무너지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카이72가 하루에 벌어들이는 수익이 2억원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수익이 나다보니 버티기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라며 “적자가 나면 저렇게 버티고 영업을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스카이72 “정부의 방침변경, 협약내용 변경할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스카이72 측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스카이72 관계자는 “2020년 초 스카이72와 인천공항공가 공식적으로 3번 정도 만났다. 당시 (제5활주로 착공 시기가 연장됐으니 계약을)연장해 달라고 했으나, 공항공사 측은 ‘나가라’고 했고, (골프장 신규 운영사 선정을 위한)입찰을 하겠다고 했다”며, 실시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반 사정 변경에 따른 협의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시협약 제66조(협약의 변경) 5항은 ‘본 사업시행과 관련해 향후 법률의 제정 및 개정과 정부의 방침변경 등으로 인해 본 사업 대상지의 개발 여건의 변경되는 경우 본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변경된 여건을 고려, 상호 협의해 협약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제5활주로 착공 시점을 연기했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변경’ 등이 성립되고, 이에 따라 스카이72와 인천공항공사 간에 실시협약 내용을 변경하는 협의를 진행했어야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협의는커녕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한 뒤 골프장 신규 운영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강했다는 것.

이에 스카이72는 지난 1월 25일 실시협약에 대한 ‘협의의무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골프장 사업기간이 종료됐음에도 사익을 위해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다는 인천공항공사의 주장에 대해, 스카이72 측은 “골프장 사업을 성공시킨 것은 스카이72다. 인천공항공사는 땅만 빌려준 것”이라며 “골프장 사업이 성공할 수도 있었고, 못할 수도 있었는데, 골프장 사업을 성공시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가 임대해 준 토지의 가치가 상승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박했다.

현재 스카이72가 클럽하우스와 잔디, 수목 등 골프장 시설 일체에 대한 ‘지상물매수청구권’과 토지 가치 상승에 따른 ‘유익비상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인천공항공사에 정당한 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적법한 권리행사라는 입장이다.

 

▲ 스카이72 2020년 감사보고서

 

단수‧단전 조치→인천공항공사 “불법영업 저지” VS 스카이72 “명도소송 중, 명백한 업무방해” 

스카이72가 골프장 시설 일체와 사업 성공에 따른 토지 가치 상승분에 대한 정당한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골프장 운영을 지속하자,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일 단수에 이어 18일에는 단전 조치를 취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자 스카이72 측은 업무방해라며 반발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불법적인 영업을 끝내기 위해 더 이상 (수도나 전기를)지원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영업방해라는 건 스카이72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했다.

다만, 지난 2006년 7월 4일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임차인에게 건물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면서 전기공급을 중단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임대인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명도의무를 지체했을 뿐 관리비 연체 등과 같은 위반행위를 한 적이 없으며, 임대인이 단전조치를 수십차례 통보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단전조치를 승낙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건물명도 의무를 지체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종료 후 보름 만에 단전조치를 취한 피고인의 행위는 권리확보를 위한 다른 적법절차를 취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임대인은 매년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며 5년간 사무실을 빌렸던 임차인에게 2004년 12월까지 건물을 비워줄 것을 요청했으나 임차인이 제때 사무실을 비우지 않자, 임차인 승낙 없이 단전 조치를 취했다가 기소됐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면 스카이72를 상대로 단수‧단전 조치를 취한 것은 위법이지 않느냐’는 물음에, 인천공항공사는 “전제가 잘못됐다. 민법상의 임대차계약에서 그런 소송이 진행된 것이지,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민법상의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BOT(Build-Operate-Transfer)’ 사업으로 추진했던 것”이라며,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 간 계약은 민법상의 임대차 계약과는 다르기 때문에 예시를 들었던 대법원 판례와 동일시 할 수 없다고 했다.

BOT 방식은 민간업체에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하고, 이후 일정기간 운영하게 함으로써 그 비용 및 일정 이익을 보전하게 한 뒤 정부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건설 회사가 도로·교량 등을 자비로 건설‧개통한 뒤 통행료 징수로 건설 자금을 회수 후 그 도로·교량을 정부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스카이72 측은 명도소송 판결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단수‧단전을 강행하는 건 명백한 업무방해라는 입장이다.

스카이72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월 스카이72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단수‧단전 조치를 취한 것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명도소송이란 임차인을 대상으로 부동산을 비워달라는 취지로 임대인이 법원에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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