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가스공사 사장 재공모’ 의혹…채희봉 염두에 둔 시간 끌기?

산업부 ‘가스공사 사장 재공모’ 의혹…채희봉 염두에 둔 시간 끌기?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2.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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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을 주도하고, 관련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산업통상자원부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8일자 <조선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2018년 11월 19일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을 지향하는 가스공사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역량있는 사장을 모십니다’라는 제목의 사장 공모를 냈다.

가스공사는 사장 지원 자격요건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제34조 ▶공직자윤리법 제17조 ▶가스공사 정관 제23조 제1항(제1호 제외) 등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공공기관운영법 제25조(공기업 임원의 임면) 및 가스공사 정관 제22조(이사의 선임 등)에 따르면, 가스공사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복수로 후보를 추천하면 기획재정부 장관 산하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심의‧의결과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산업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따라 임추위는 당시 조석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강대우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가스공사 내부 출신인 김효선 박사 3명을 공운위에 추천했고, 공운위는 조석 전 사장과 김효선 박사 2명을 최종 후보로 의결했다.

산업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만 남게 됐는데, 2019년 3월 성윤모 당시 산업부 장관은 제청 없이 후보를 다시 추천하라는 공문을 임추위에 보냈다고 한다.

즉, 재공모 지시를 내렸다는 것.

산업부 장관이 재공모 지시를 내린데 대해, 당시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미 재공모를 염두에 뒀고, 유력 후보자가 재공모에 응모할 수 있는 조건이 될 때까지 시간끌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유력후보자로는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거론됐는데, 정부가 채희봉 전 비서관을 가스공사 사장에 앉히기 위해 재공모를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2018년 10월 청와대에서 퇴직한 채희봉 전 비서관은 당시 가스공사 사장 공모에 응모할 수 없었다.

가스공사 정관 제23조(이사의 자격) 1항 3호는 ‘후보추천일 현재 공무원으로 재직 중에 있거나 최근 6개월 이내에 공무원으로 재직한 사실이 있는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가스공사는 4월 10일 사장 재공모를 냈는데, 이 때는 채 전 비서관이 퇴직 6개월을 막 넘긴 시점이었다.

채 전 비서관은 임추위‧공운위를 거쳐 산업부 장관 제청으로 2019년 7월 가스공사 사장직에 올랐다.

정리하자면 가스공사 사장 1차 공모 당시 채 전 비서관은 퇴직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응모할 수 없었고, 정부는 채 전 비서관을 가스공사 사장에 앉히기 위해 1차 공모를 무산시키고 재공모 지시를 내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조선일보>에 “1차 공모 때 후보들에 대해 청와대 민정에서 검증을 진행했고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와 따른 것”이라 전했다.

당초 1차 공모에서 조석 전 사장과 강대우 교수, 김효선 박사 3명의 후보로 압축됐을 당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는 “공사가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현 후보들은 공사의 현안을 이끌어갈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모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력후보로 지목되던 조석 전 사장의 경우 과거 정권에서 친원전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에 현 정권의 에너지정책 방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산업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지침에 ‘퇴직 6개월’에 대한 예외 규정으로 ‘주주총회 의결 등을 거쳐 선임되는 경우는 제외된다’고 한 부분이 있다며, 채 전 비서관의 경우 이에 해당해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2018년 11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 공모를 내는 과정에서 응모 결격사유가 상세히 적힌 첨부파일을 배포했는데, 여기엔 앞서 설명했던 가스공사 정관 제23조 제1항 3호가 분명히 적시돼 있다.

다시 말해 ‘후보 추천일 현재 공무원으로 재직 중에 있거나 최근 6개월 이내에 공무원으로 재직한 사실이 있는 자’는 애초 가스공사 사장 응모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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