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이어 대리점연합까지 '택배 분류'로 못살겠다…'왕좌' 흔들리는 CJ대한통운

노조 이어 대리점연합까지 '택배 분류'로 못살겠다…'왕좌' 흔들리는 CJ대한통운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1.02.0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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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목을 앞두고 ‘총파업’을 선언했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가 이를 철회했다. 따라서 우려했던 물류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노조의 파업이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합의를 이뤄낸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불거졌던 만큼, 비슷한 갈등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택배노조가 파업을 선언했을 때,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역시도 분류인력 철수를 주장하면서 분류 인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택배노조는 정부‧택배사‧노조가 분류작업은 택배사의 몫이라고 정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지난달 29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공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까지 나서서 택배분류 작업 인원 3000명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택배 대리점연합회 측은 분류작업 인건비 부담이 대리점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적으로 대리점이 분류인력을 고용해 현장에 투입하고 CJ대한통운이 인건비의 50% 가량을 부담하기로 약정했지만, 실제로 본사 부담금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본지>는 택배 노조에 이어 택배대리점연합회까지 나서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CJ대한통운에 대해서 낱낱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지난해 10월 8일 CJ대한통운 소속의 택배 근로자 김원종씨가 배송업무를 하던 중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증세로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유족들은 김씨가 사망 하루 전까지 평균 15~16시간 동안 분류작업 및 택배배송 업무를 했다고 밝히면서, 사망의 원인이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택배기사들의 노동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이전에도 택배기사 사망사고로 인해서 노동환경이나 근무시간이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CJ대한통운은 물론 택배업계 전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제주지부는 같은달 17일 과로사 대책을 촉구하는 규탄 대회를 열고 “故 김원종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를 당하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면서 “과로사 대책을 그렇게도 촉구하고 성실한 이행을 거듭 촉구했으나 비통한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막을 수 있는 과로사를 막지 못한 것이 비통할 뿐만 아니라 분노스럽다”고 밝혔다.

택배기사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까지 나서서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에 대한 긴급 점검을 벌였다. 또한 CJ대한통운은 이달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현장에 분류 지원을 위해 4000여명을 오는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택배시가들의 사망원인이 과도한 노동시간이라고 지적돼 온 만큼, ‘택배 분류작업’에 대한 인력을 본사가 직접 투입해 시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여부를 조사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노동자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까스로 사회적 ‘합의’ 이뤄냈지만

CJ대한통운을 시작으로 택배업계와 노조 그리고 정부까지 나서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서 노사가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지난 21일에 합의안에서는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 ▲택배기사의 작업범위 및 분류점담인력의 투입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의 수수료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요건 ▲택배비‧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설 명절 성수기 특별대책 마련 ▲표준계약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합의에 따라서 택배사는 분류작업 전담인력을 즉시 투입하는 것은 물론 이로인한 비용도 부담하기로 했다. 또한 택배기사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수행해야 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이는 최저임금 이상으로 책정하기로 했다.

또한 택배노동자의 작업시간도 주 최대 60시간, 일 최대 12시간을 목표로 했으며 9시 이후 심야 배송을 제한해 적정 작업시간을 보장하기로 했다. 배송 물량이 증가하는 설 명절 등에는 배송 시간을 10시까지로 정했다. 업무시간이 2일 이상 오후 10시를 넘길 경우 사업자 및 영업점은 대체 배송 인력을 투입해 적정 작업조건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합의안이 도출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택배노조는 ‘총파업’을 결정했다. 문제로 지적한 것은 이번 역시도 택배 분류작업이었다. 노조 측은 합의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택배사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7일 택배조합은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로사 없는 택배현장 만들기 위한 사회적 총파업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청사인 택배사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분류작업과 관련해 택배사와 노조 대표가 직접 만나 노사협정서를 체결해야 한다”며 “택배사들이 지난해 발표했던 분류인력 투입 계획을 이행하는 게 이번 사회적 합의의 정신이고 합의 내용인양 밝히고 있는데, 이 계획은 (최소한의 규모로) 택배 노동자의 택배 분류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의 갑작스러운 파업 결정으로 인해서 택배사들은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총파업에는 CJ대한통운‧한진‧롯데소속 노조원 2650명이 참여했고, 분류작업 거부에 나선 우체국 택배를 포함하면 전체 파업규모가 545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국 택배기사 5만명 가운데 11%를 차지하는 규모다.

노조 뿐만 아니라 ‘대리점’도 뿔났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총파업을 강행했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곳은 CJ대한통운이라고 예상했다. 노조 파업도 파업이지만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 연합회도 분류인력 3000여명을 현장에서 철수시키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물류대란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 연합은 지난 28일 입장문을 통해서 “CJ대한통운 원청은 대리점의 노고를 간과하며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대리점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며 원청의 분류 및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29일부터는 현장 투입된 분류인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500억원을 투입해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뒤 구체적인 내용은 영업점과 협의하겠다고 공언했다. 택배대리점연합회 측은 CJ대한통운 측이 제시한 지원금이 영업점의 입장에서는 수용 불가능한 수준이었고, 실질적인 인력 투입까지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현장에 투입된 분류인력 3000여명은 모두 영업점에서 투입한 노동자들로, 이들에게 드는 비용 70%를 영업점들이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해부터 대리점들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의무가 적용돼 이러한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택배대리점연합회 측은 “여기에 분류인력 관련 비용까지 지게 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대부분 대리점은 택배사업자의 강압적인 지시로 절반도 되지 않는 지원금을 받아 인건비, 주휴 수당 및 연장근로수당, 퇴직금 등을 부담하는 고용주체가 돼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을 포함하여 택배사업자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부지 확보, 자동화 설비 지원, 외국인 인력 투입 등 숙원 사업을 단번에 해결하는 큰 성과를 얻었다”면서 “그럼에도 대국민 발표와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대리점에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 이사회는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서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총파업이 진행됐다면 가장 골머리 아팠을 것은 CJ대한통운이었을 것”이라며 “택배노조가 생긴 뒤부터는 CJ대한통운에서는 부분적인 파업이 꾸준히 있어왔기 때문에 배송 서비스 면에서 차질이 생기는 부분이 있었다. 이 때마다 CJ대한통운과 같이 고통분담을 부단해왔던 곳이 대리점이었다. 대리점은 파업 때마다 본사와 같이 대체인력을 투입해 가면서 물류를 발송해왔다. 그러나 고통분담이 한계점을 넘어가고 나서부터는 이들도 노조와처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게 됐다. 본사 입장에서는 우군이었던 대리점 연합회가 더 이상 우군이 아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택배노조는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을 저격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CJ대한통운에서의 변화가 생겨야 낙수효과처럼 다른 택배사들에게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택배 노조가 시위를 가장 많이 벌였던 장소도 CJ대한통운 본사 앞이었고, CJ대한통운 소속 기사가 사망했을 때 대외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벌였었다”고 덧붙였다.

‘합의 도출’로 한고비 넘겼지만

택배노조 측은 29일 총파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전체 조합원 총회를 열고 노조와 택배사, 국토교통부, 국회 등이 전날 도출했던 잠정합의안을 투표에 부친 결과 투표율 89%, 찬성률 86%를 가결됐다.

이에 따라서 택배 노조 측은 “잠정합의안이 추인됨에 따라서 파업을 종료하고 30일부터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비공개였지만, 이번 합의안은 1차 합의와 달리 민간택배사들이 직접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에 따르면 1차 사회적 합의 당시 한국통합물류협회가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 민간택배사들을 대표로 참여했으나, 이번 합의안 마련에는 각 택배사가 직접 서명함으로서 노조가 조건으로 내세웠던 강제성 있는 노사협약 체결이 달성됐다.

아울러 분류작업에 투입하기로 한 인력은 투입 완료 시기를 다음달 1일로 못 박았으나, 국토부가 분류인력에 투입에 관한 현장 조사단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업계는 빠른 합의로 설 대목 택배 대란만은 막았다는 안도와 한편, 또다시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연합뉴스>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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