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1년, 日 제 꾀에 제가 넘어갔다…국내 기업들 ‘공급처 다변화·국산화’로 이상無

수출규제 1년, 日 제 꾀에 제가 넘어갔다…국내 기업들 ‘공급처 다변화·국산화’로 이상無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0.06.2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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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들 정부에 韓 대기업에 대한 납품 물량 원상 복귀해달라” 요청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지난해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에 대해서 한국 대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보복성으로 반도체·디스플레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당시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일본 정부의 수츌규제로 인해서 오히려 국내 기업들은 공급처 다변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 국산화율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즉, 일본 기업들이 생산하는 소재에 대한 의존도율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이에 일본 내부에서도 수출규제 단행이 제 발등 찍은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불화수소를 포함해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불화 폴리이미드 등 첨단소재 3종의 수출을 묶었다. 3개 품목을 포괄수출허가에서 ‘건별 허가’로 전환했고, 이어 8월에는 수출허가 간소화 대상국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규제가 단행되던 당시 3개 품목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 핵심소재로, 일본의 의존도가 90%나 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수출규제로 인해서 국내 기업들이 위기상황에 놓였다며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해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단행에 맞불을 놓는 전략을 굽히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양국의 갈등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일본에만 의존했던 공급처를 다변화를 꾀하고,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이로 인해 수출규제 1년 만에 국산화 성과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17일 해외 외존도가 100%였던 기체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순도 99.999%의 양산을 시작했고, 연간 15t 규모로 시작해 3년 안에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액체불화수소의 경우는 지난해 수출규제 조치 이후 솔브레인·램테크놀로지가 공장 증설을 통해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수출 규제 1년 만에 일본산 액체 불화수소 대신 국내 기업이 생산한 제품으로 100% 대체했다.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계 역시도 액체 불화수소 국산 제품 사용 비중을 늘렸고, 기체 불화수소 미국 등을 통해서 다변화를 꾀했다.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일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92%나 달했다. 지금은 벨기에와 독일산으로 공급처를 늘렸다. 또한 국내 기업 가운데는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동진쎄미켐이 올해 초 공장 증설을 확정했다. 이와함께 SK머티리얼즈도 ArF 포토레지스트 개발을 위해서 내년까지 공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양산은 2022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아직 5nm 이하의 초미세 공정에 쓰이는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는 아직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소재인 만큼 국산화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 기업 듀폰을 통해서 공급처 다변화에는 성공했다. 듀폰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올해 초 EVU용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충남 천안에 짓기로 결정했다. 국산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일본 외에 다른 해외 기업을 통해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불화 폴리이미드의 경우에는 국산화가 진행 중이다. 국내 업체 가운데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경북 구미에 생산 설비를 갖추고 지난해부터 양산에 착수했다. SKC는 100만㎡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를 충북 진천에서 갖추고 테스트하고 있다.

이러한 소재 다변화와 국산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 산업부는 이전부터 불화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기술개발 과제로 지원해왔다.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에는 국내 기업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서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를 운영했다. 이러한 발 빠른 대응을 통해서 수출규제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일본 기업들은 자국의 수출규제 단행으로 인해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실제로 일본 현지언론인 도쿄신문은 측은 ‘타격은 일본 기업에’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서 한국 수출규제와 관련해 “오히려 일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급 불확실성이 높아져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업계 세계 최대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생산에 지장이 생기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또 다른 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역시 “세계 불화수소 1위 업체인 스텔라케미파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각각 12%, 32%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업들은 정부에 한국 대기업에 대한 납품 물량을 원상 복귀시켜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다시 일본산 소재를 사용하기 위해서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연합뉴스>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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