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한국 유조선을 나포한 이유…원유 수출대금 동결 해제 목적?

이란이 한국 유조선을 나포한 이유…원유 수출대금 동결 해제 목적?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1.0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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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혁명수비대는 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날 오전 10시께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를 나포했다고 발표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이란이 한국 국적의 유조선 ‘한국케미’를 나포한 것과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 즉시 억류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 당국도 청해부대 최영함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긴급 출동시켰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유조선 나포 이유로 반복적 환경 규제 위반을 문제 삼고 있으나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일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한국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나포 사유에 대해 “해당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한데 따른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해당 선박에는 7200t의 화학 물질이 실려 있었다. 선원들은 한국·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국적이며, 한국케미호는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하고 있다”면서 “선박의 나포는 호르무즈 주(州) 검찰과 항만청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이번 사건은 사법 당국이 다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 언론인 파르스 통신도 “이란 혁명수비대가 걸프 해역에서 한국 선박을 나포해 항구로 이동시켰다”면서 “이 유조선에는 한국 국기가 달려 있었고 기름 오염과 환경 위험을 이유로 나포됐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케미호에는 한국인 선원 5명 등 모두 20명이 승선했고, 주이란대사관이 선박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 중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국방부는 유조선 나포 상황 접수 직후 청해부대를 즉각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으로 출동시켰고, 이에 따라 청해부대 최영함은 5일 새벽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에 도착해 외교부 및 해양수산부 등과 긴밀히 협력해 상황에 대응할 계획이다.

최영함은 지난 2011년 1월 21일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쥬얼리호 선원 21명을 전원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과 그해 4월 21일 ‘한진텐진호 선원 구출 작전’을 성공리에 수행한 바 있다.

▲ 이란이 항해 중이던 한국 국적 선박을 해양 오염 조사 명목으로 억류하면서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그동안 이란은 한국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란과 교역 및 금융거래를 중단한 것에 불만을 표출했는데 그런 감정이 억류 배경에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美 대이란 제재에 따른 원유 대금 동결

이란 혁명수비대는 한국케미 유조선이 해양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나포했다고 주장했지만, 한국케미 선박의 선사인 디엠쉽핑은 환경오염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디엠쉽핑은 “해양 오염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주변에 배가 엄청나게 많아 만약 해양오염을 했다면 벌써 신고가 들어왔을 것”이라며 “해양 오염이 안 되는 이유는 매년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있고 외부 충격이 없으면 오염 가능성이 희박하다. 3개월 전에 정밀 검사를 했고, 물을 버리는 것도 미생물을 걸러서 버리고 있다”고 했다.

미국 국무부는 대이란 제재 완화를 강요하기 위해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보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에 즉시 억류해제를 요구했다면서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의 제재 안력 완화를 얻어내려는 명백한 시도의 일환으로 페르시아만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란에 유조선을 즉각 억류 해제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2018년 5월 이란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도 이란 제재를 이행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이란과의 교역이 사실상 중단됐으며, 특히 한국 내 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 계좌도 동결됐다.

동결된 계좌는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로, 여기엔 이란 정부가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대금으로 70억 달러(약 7조 6000억원)가 동결돼 있다. 이란 정부는 한국 정부에 동결 해제를 거듭 요구해 왔다고 한다.

따라서 이란 내 주요 이권 사업을 장악하고 있는 혁명수비대가 한국 유조선을 나포한 것은 동결 자금과 관련해 한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한 미국 동맹국인 한국 선박을 억류함으로써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는 미 동맹국에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지=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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