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아우디 RS e-tron GT, 전기차 속 고성능 내연기관 유전자

[시승기]아우디 RS e-tron GT, 전기차 속 고성능 내연기관 유전자

  • 기자명 김은배
  • 입력 2021.11.16 12:55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우디 RS e-tron GT 전측면 (사진=김은배 기자)
[더퍼블릭=김은배 기자] 아우디의 ‘e-tron GT’와 ‘RS e-tron GT’를 직접 몰아보면서 아우디가 e-tron(이트론) 시리즈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메시지는 명확했다고 느꼈다.

‘전기차도 결국에는 자동차다’

과거 아우디의 첫 전기차 e-tron 55 콰트로의 국내 최초 시승행사를 마쳤을 때도, 기자는 당시 시승기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테슬라가 자동차를 넘어선 새시대의 물건 창조를 표방한다면 아우디는 자신의 굳건한 헤리티지를 좀 더 믿는 듯했다”라고.

‘e-tron(이트론)’의 네이밍을 달고 나오는 차량들이 상당히 늘어난 현재에도 기자의 감상은 여전한 셈이다.

전기차의 등장이 수십년간 이어져 온 내연기관차의 시대와 결별하게 만드는 기점으로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탓일까. 많은 전기차들이 디자인과 차량의 시스템 등에서 혁신의 이미지를 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이미지메이킹 전략을 선점했던 테슬라는 현재 전기차 시장의 1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를 추격하고 있는 많은 브랜드들이 이같은 기조를 뒤쫓기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컨슈머들 사이에서도 신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자동차의 운전성능 보다도 혁신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먼저 거론되곤 한다.

다만,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구조, 새로운 시스템. 무엇이든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차량 본연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예컨대, 테슬라의 경우 센터페시아디스플레이가 모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한데 응축하는 방식으로 편의성을 도모하고 이제껏 없었던 방식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마저 주었으나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 지적, 더 나아가 해당 디스플레이가 오작동을 일으켰을 경우 모든 조작계통이 마비된다는 점에서 안전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또, 주행 시 도어 철판 밑으로 들어가는 전자제어 손잡이의 경우에도 사고 발생 시 도어락(Door lock)이 해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구조대의 구조작업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새로움을 준다는 것은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기에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변수를 낳을 가능성을 내포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우디 RS e-tron GT 측면 (사진=김은배 기자)
아우디는 달랐다. 외관부터 새 시대의 전기차라기 보다는, 그냥 ‘아우디 차’ 같은 외모였다. 크게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에 의미를 둔다기 보단 아우디가 늘상 해오던 단순해보이지만 공기역학에 기반해 민첩하면서도 튼튼한 골격으로 듬직한, 신뢰성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던 셈이다.

물론 아우디도 이트론을 통해 사이드미러 자리에 전자식카메라를 대체해 넣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함께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주는 신선함 혹은 이질감의 크기보다도 기존 아우디 차량에서 느껴지던 차량 그 자체로서의 기능들이 훨씬 진하게 느껴졌다. 특히 시승 중에 느껴지는 아우디 특유의 안정감 있는 차체의 움직임은 확실히 내연기관에서 관록이 깊은 브랜드라는 느낌을 받게 했다. 그야말로 “자동차를 잘 만들던 회사는 전기차를 만들어도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한 것이다.

그런 입장이던 기자가 이번 e-tron GT와 RS e-tron GT를 만났을 때는 어땠을까. 기자는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전기차로 넘어갔음에도 내연기관 차량에서 갖추고 있던 자동차로서의 본연의 기능이 너무나도 잘 구현 돼 있었던 것이다.

▲아우디 RS e-tron GT 후면 (사진=김은배 기자)

내연기관의 유전자를 지닌 고성능 전기차

이번 e-tron GT와 RS e-tron GT의 시승은 고속-감속-슬라럼 등의 테스트를 고려한 간이트랙에서 각각 1번씩의 주행 기회가 주어졌다.

출발 5초전부터 신호를 주는 타이머의 첫 음이 울리자마자, 기자는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오른발로 엑셀레이터를 미리 눌러두었다. 런치 컨트롤이 준비됐다는 신호가 클러스터화면에 표시됐다. 내연기관 차가 아니다보니 엔진이 들끓는 소리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다. 임팩트가 조금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하는 것도 잠시. 스타트 신호에 맞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순식간에 시야가 좁아지면서 배경이 압축됐다. 84.7kg.m(RS 기준)의 토크가 전기차 특성에 따라 초반부터 뿜어져나오는 데 따른 결과였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짜릿함이 발끝에서부터 목 뒤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고깔로 표시된 브레이킹 포인트에 맞춰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차 싶었다. 지나치게 감속이 된 것이다. 달리는 성능 못지않게 브레이크 성능도 기대이상이었다.

이후 이어지는 슬라럼 코스. 조향-가속을 리듬에 맞춰, 돌리고(핸들) 밟고(엑셀)를 반복하는 사이 곤두선 신경 사이로도 요잉(yawing. 축회전 진동)이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충분히 끼어들었다.

사람이 앉아있는 자세도 머리에서 엉덩이까지가 수직인 만큼 차량회전 시 엉덩이보다는 머리가 휘엉청거리는 것이 중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RS e-tron GT 시승 중에는 엉덩이와 머리가 거의 한 축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져 신경은 곤두섰지만 몸은 상당히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바닥과 거의 한 몸인 듯 물고가는 차의 접지력은 차를 타고 간다기보다 바닥 위에서 미끄러지고 있다는 표현이 좀 더 적합할 만큼 노면과의 일체감을 보여줬다.

e-tron GT와 RS e-tron GT는 리튬 이온 배터리 시스템이 자동차의 가장 낮은 지점인 차축 사이에 위치한다. 낮은 무게 중심과 전,후방 차축 사이의 하중 분포를 거의 반반으로 만들어준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시승 중 십분 체감이 되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아우디의 사륜구동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슬라럼 테스트 현장에서의 e-tron GT (사진제공=아우디)

사실 기자는 RS e-tron GT와 구면이다. 지난 6월경 인제스피디움에서 진행된 아우디 행사에서도 이 차를 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다만 그 때는 이 차량의 명확한 출시 일정도 밝혀지기 전이었으며, 기자들이 직접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에서 나온 인스트럭터와 유명 레이서 등이 ‘택시’ 컨셉으로 운전을 대신해주며 차량의 성능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기자가 탄 차량의 운전대를 잡은 인스트럭터의 현란하고도 깔끔한 드라이빙 스킬에 RS e-tron GT는 마치 SF영화에서 우주선이 급가속 중 정지해 무중력상태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할 정도로 발군의 퍼포먼스를 뽐냈다.

물론 이날 기자가 탄 RS e-tron GT는 그 때의 주행에 비하면 옹졸하게 그지없는 주행을 했으나, 조수석에 탔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손과 발 엉덩이와 허리 등을 통해 전해져오는 전율을 통해 이 차가 정말 훌륭한 차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는 e-tron GT와 RS e-tron GT의 퍼포먼스를 체험하는 것이 핵심 이벤트였으나, 해당 이벤트 지점을 경유해 숙소까지 이동하는 경로에서는 지정된 그룹별로 3종의 차량을 추가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그 중에는 e-tron GT와 비슷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내는 ‘RS 5 스포트백(최고 출력 450 마력, 최대 토크 61.81kg.m)’ 모델도 있었는데, RS모드에서의 폭발적인 가속능력과 산길주행에서의 안정적인 요잉 등이 인상깊었다. 해당 차량을 시승하면서 확실히 e-tron GT와 RS e-tron GT는 최초의 전기 RS모델을 표방하면서도,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산물이라기 보다, 확실히 아우디의 내연기관의 관록을 그대로 이어받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RS5와의 운동성능, 주행감각을 보였다. 아우디의 내연기관 유전자는 전기차 속에도 살아숨쉬고 있었던 셈이다.

▲과천 소재 임시 간이트랙 (사진제공=아우디)
한편, ‘아우디 e-tron GT’와 ‘아우디 RS e-tron GT’는 앞 뒤 차축에 두개의 강력한 전기 모터가 탑재 돼, 각각 390kW (530마력) 와 475kW (646마력) 의 출력과 65.3kg.m 과 84.7kg.m의 토크를 낸다(부스트 모드 사용 시). 아울러, 93.4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 돼 1회 충전으로 WLTP 기준 ‘e-트론 GT’는 최대 488km, ‘RS e-트론 GT’는 472km의 주행을 할 수 있다. 두 모델 모두 전기 사륜구동 시스템인 전자식 콰트로를 탑재해 미끄러운 노면, 고전력 요구 사항 또는 빠른 코너링의 경우 후륜 구동용 전기 모터가 활성화되는데, 이는 기계식 콰트로 구동보다 약 5배 더 빠르다.

두 차량 모두 연내 국내 출시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일정 및 가격정보는 미정이다. 다만 독일 출시 가격을 통해 어느정도 유추해보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 e-tron GT와 RS e-tron GT는는 각각 99,800 유로와 138,200 유로부터 시작한다.

더퍼블릭 / 김은배 기자 silvership87@naver.com 

더퍼블릭 / 김은배 silvership87@naver.com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