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금융투자자산 아니라더니…중기부·국민연금·기업은행 등 가상화폐 관련 펀드에 500억원 투자

가상화폐는 금융투자자산 아니라더니…중기부·국민연금·기업은행 등 가상화폐 관련 펀드에 500억원 투자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5.1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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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문재인 정부가 가상화폐는 금융투자자산도 아닐뿐더러 가상화폐 투자자 또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내년부터 가상화폐를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및 공공기관이 가상화폐 관련 펀드에 수백억 원 규모로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내로남불’이 아니냐는 비난까지 자초하고 있다.

은성수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 생각지 않아”…홍남기 “가상자산, 기타소득으로 과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많은 사람이 투자하고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보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하루에 20%씩 급등하는 자산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더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며, 가상화폐 투자자는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그림을 사고팔 때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그림 투자까지 정부가 다 보호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가상자산이란 용어를 사용한다며 “가장자산은 자본시장육성법상 정한 금융투자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금융위의 의견인데, 주식이나 채권과 같이 민간의 자금을 생산적으로 모으기 위한 금융투자 자산은 아닌 것 같다는 게 금융위의 얘기”라며 “그래서 자본시장육성법상 규제라든가 투자자 보호도 대상이 아니라는 표현”이라며, 금융위와 결을 같이했다.

홍 부총리는 가상화폐를 금융투자자산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투자자 보호 역시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이 기타소득으로 과세되는데,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자산과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선 조세 형평상 과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술품을 거래해서 이득이 나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거래하며 생긴 소득에 대해 과세가 있는 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화폐를 양도 또는 대여해 얻은 소득이 연간 250만원(기본공제금액)을 넘기면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세율 20%(지방세 별도)를 분리 과세할 예정이다. 과세표준이 되는 가상화폐 소득금액은 양도대가에서 취득금액과 부대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두고 일각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한다는 정부 원칙엔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가상화폐를 금융투자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주식시장처럼 관리·감독도 하지 않겠다면서 그냥 세금만 매기겠다는 정부 방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중기부·산업은행·국민연금공단·우정사업본부·기업은행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 간접투자

이런 가운데 정부 및 공공기관에선 가상화폐 관련 펀드에 수백억 원 규모를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내로남불’이 아니냐는 비난을 자초했다.


지난 4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각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소벤처기업부 343억원, KDB산업은행 117억 7000만원, 국민연금공단 34억 6600만원, 우정사업본부 4억 9000만원, IBK기업은행 1억 9000만원 등 정부 및 공공기관이 2017년부터 올 3월까지 가상화폐 관련 투자상품에 투자한 금액이 총 502억 15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직접투자가 아닌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형태 투자였고, 해당 펀드는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직접 투자했다.

중기부의 투자 사례를 살펴보면, 2017년 가상화폐가 한창 뜨기 시작할 때 모태펀드를 통해 193억원을 투자한 이후 2018년 정부가 ‘도박·불법’이라고 규정하자 2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가 2019년 92억원, 2020년 6억원에서 올해 1~3월에만 24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국내 벤처·스타트업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하는 사업으로, 해외에서 연기금, 은행·보험 등 금융권에서 주로 담당하게 되는 LP의 역할을 정부에서 하는 것이다.

정부가 모태펀드에 자금을 지원하면 모태펀드는 각종 벤처펀드를 만들고 각 펀드에 자금의 40~60%를 출자한다. 나머지 자금은 벤처캐피털(VC)이 채우고 VC가 해당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구조다.

매년 정부가 공고를 통해 조성할 펀드 숫자와 규모를 발표하면 각 모집 분야에 VC들이 지원을 하는데, 정부는 모태펀드에 2019년 1조원, 2020년 1조5000억원, 2021년 1조5000억원 등 매년 1조원 이상 자금을 출자해왔다.

모태펀드가 투자한 벤처펀드들의 연간수익률은 6%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거래소가 상장하기 전이라 정확히 계산되지는 않지만 현재 가상화폐 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게 윤창현 의원 측의 설명이다.

1위 거래소인 업비트의 최근 하루 거래대금은 20조원 수준이고, 한 달 수수료 매출은 3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기업은행 등도 모두 펀드에 자금을 투자하고, 펀드 운용사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방식으로 진행됐다.

윤창현 의원은 “가상화폐가 도박이라면 공공기관의 거래소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모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모순된 행보…내로남불 역대급 사례”

국민의당도 역대급 내로남불 사례라고 비판했다. 


안혜진 대변인은 지난 6일자 논평에서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나 법정화폐 같은 자산이 될 수 없다던 정부가 가상화폐 관련 상품에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중소벤처기업부, KDB산업은행, 국민연금공단, IBK기업은행, 우정사업본부 등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다수가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직접 투자한 펀드 조성에 참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 대변인은 “정작 자신들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기웃거리며 투자한 상황에서 국민에게는 투자자 보호 따윈 없다며 시장을 온통 다 흔들어 놓은 최근의 일은 내로남불의 역대급 사례로 손꼽힐 일”이라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만은 충분히 이뤄낸 현 정부의 일관된 무능과 위선에 온 국민이 박수를 쳐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민생 경제에 탈출구가 없어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젊은이들을 투기꾼으로 몰아 위기의식을 조장한 정부도 문제이나 이와 관계없이 전혀 모순된 행보를 보인 공공기관의 투자는 국민들께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정부는 무지를 엄포로만 가릴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미래 시각을 예측하고 이를 대비하여 제도화시켜야 한다”며 “이미 수십 조로 커져버린 시장에 기 참여한 국민들을 어찌 보호해야 할 것인지 전략적인 방안 등을 즉시 마련함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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