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국민청원 도서정가제, 물러설 수 없는 맞장토론

20만 국민청원 도서정가제, 물러설 수 없는 맞장토론

  • 기자명 재단법인 굿네이션스
  • 입력 2020.01.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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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연초부터 도서정가제를 두고 백원근 책과 사회연구소 대표와 국민청원 20만을 주도헀던 배재광 완반모(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대표가 물러 설 수 없는 한판 맞장 토론을 벌이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완반모)’이 22일 코엑스2층 스타트업브랜치에서 인스타페이 후원으로 ‘국민청원 20만, 도서정가제에 대한 쟁점을 론하다’ 라는 주제로 책과 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와 완반모 배재광 대표가 맞짱 토론을 개최했다. 백원근 대표는 지난해 9월 17일 국회 토론회에서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을 주장하여 도서생태계로부터 새로운 논쟁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이고 배재광 완반모 대표는 이를 비판하면서 20만 국민청원을 주도하여 박양우 장관으로부터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고 도입할 계획도 없다는 답변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날 행사는 도서생태계 전문미디어를 이끌고 있는 방두철 대표와 이민우 대표의 2020년 도서정가제로 인한 갈등이 봉합되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 도약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는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이어 배재광 인스타페이 대표 (완반모 대표)가 토론회 진행경과에 대한 보고를 했다.

제1세션에서 완전 도서정가제에 찬성하는 백원근 대표와 반대하는 배재광 대표의 발제가 있었다. 두사람은 우선 도서정가제의 성격에 대해서 판이하게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백원근 대표는 도서정가제를 할인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막기위한 도서유통질서에 관한 법제도라고 주장하였으나 배재광 대표는 도서정가제란 헌법과 공정거래법상 저작권인 책에 대해 생산자인 저작자(출판사 포함)가 소비자가격을 정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재판매가격유지제도라고 주장했다. 백원근 대표의 주장처럼 도서정가제가 무분별한 할인을 막고 도서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취지에서 규정된 법이라면 헌법의 계약자유의 원칙과 생산자가 최종판매자의 판매가격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의 원칙에 반하는 법률로서 도서정가제의 법적 토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견해이다. 실제로 도서정가제를 규정하고 있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의 존속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서정가제의 취지에 대해서 백원근 대표는 제도의 성격을 유통질서를 위한 법이라는 주장과 배치되게 작가인 저작권자, 소형 서점, 중소형출판사, 도서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모순된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서는 방청석에 참여한 작가들은 자신들이 실제 도서정가제에 의해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의문을 제기했다. 배재광 대표는 2014년에 도서정가제 개정의 명분으로 신인작가가 더 쉽게 배출되고, 소비자는 다양한 양서를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고, 중소형 출판사는 경영이 개선된다고 선전했으나, 5년이 지난 현재 실제로는 취지와는 정반대 결과만 나타나 중소출판사의 경영은 악화되었고, 신인작가는 더이상 종이책 시장에서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으며, 소비자는 다양한 양서는 고사하고 높아지는 책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전자책, 웹툰, 웹소설로 옮겨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2퍼센터의 대형서점과 20퍼센트의 대형출판사만 성장하는 등 생태계가 오히려 위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서정가제의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도 두사람은 뚜렷한 시각차이를 나타냈다. 출판한지 18개월이 지난 구 간행물에도 도서정가제를 적용한 것에 대해 백원근 대표는 구 간행물에 도서정가제 적용을 배제하면 1년이든 2년이든 그 기간이 지나면 바로 대폭할인을 하여 유통시장을 어지럽히므로 이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구 간행물에도 도서정가제가 꼭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정가 제도를 통해서 할인이 아니라 출판사가 정가를 조정해서 판매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에 배재광 대표는 구 간행물에 대해 도서정가제를 두고 있는 나라는 전셰계 224국 중에서 우리나라 뿐이라고 하면서 과도하게 정가제를 확대 적용한 것으로 최종 도서판매자인 서점과 소비자인 국민의 계약자유의 원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적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재정가 제도는 출판사나 저작권자의 무한 재량인데 18개월이 지나야 재정가를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은 재정가 제도를 왜곡하였다 주장했다.

두사람은 웹툰이나 웹소설 등 웹콘텐츠에 현재의 도서정가제를 똑같이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해서 오랜만에 같은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도서가격 상승과 물가상승율 비교에 대한 해석에서는 입장을 달리 했다. 백원근 대표는 책값이 오르기는 했으나 그 상승율이 소비자 물가보다 낮은 것은 도서정가제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배재광 대표는 가구당 도서구매지출이 44%나 하락하고 단행본 매출이 17%가 하락했음에도 책 가격이 오른 것은 통제가격 제도인 도서정가제가 아니면 ‘수요감소에 가격상승’이라는 기이한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백원근 대표는 도서정가제를 하면 출판사들이 미리 할인할 것을 염두에 두고 정가를 높이 책정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가격거품을 빼는 역할도 한다고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배재광 대표는 그 논리라면 정가제가 없는 다른 모든 제품에서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 현상인데 실제 찾아 볼 수 없는 점, 생산자가 최종판매자 대신 소비자가격을 정하는 ‘정가’ 자체가 없으면 가격의 높낮이를 측정할 기준이 없기 때문에 책값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은 흔히 주장자체로 성립할 수 없는 논리적으로 모순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완전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도서시장이 확대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백원근 대표는 완전 도서정가제가 대형출판사가 아닌 중소 출판사, 온오프라인 대형서점이 아닌 지역소형 서점, 신인작가, 소비자 등 모두를 위한 제도이므로 당연히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므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배재광 대표는 도서정가제 자체가 경쟁을 제한하고 독점가격, 통제가격을 설정하는 것이므로 시장을 축소시키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며, 실제 도서정가제 시행 결과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가격 차별화는 일반적으로 후발업체들이 시장진입에 사용하는 전략인데 이를 막는 것은 기득권을 가진 대형 출판사, 대형 서점에 유리한 제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도서정가제와 완전 도서정가제를 놓고 두사람간에 물러 설 수 없는 논쟁을 벌인 것과 달리 제2세션 찬반토론에서 도서소비자들은 한결 같이 현행 도서정가제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박민영 고려대 학생은 KDI연구논문을 근거로 도서정가제로 인한 소비자 효용이 감소하는 것은 분명한데 왜 소비자에게도 유리하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자신도 책을 살 때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불법 복사본을 구입하고 있는 경험이 자신만이 겪은 일은 아닐 것이라고 함녀서 도서정가제에 반대한다고 하였다. 예비작가이자 번역가를 지망하는 김지현씨는 자신이 작가나 번역가를 지망할 때 교수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전업 번역가로서는 먹고 살기 힘들므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부업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면서 도서정가제가 결코 신인작가나 번역가에게 우호적인 제도는 아닌 것 같다고 하였다. 이재민 웹툰에디터 편집자는 전문가 답게 도서정가제가 웹툰이나 웹소설 등 웹콘텐츠 유통플랫폼들, 특히 중소플랫폼이나 신규 플랫폼들에게는 시장진입 자체를 허용하지 않거나 슬라이딩 방식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허용하지 않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비록 일부 전공교재가 미국보다 싸다고 해서 도서정가제의 효과로 인하여 책값이 싸게 되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발언했다.

이후 이문영 작가는 백원근 대표에게 완전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면서 출판사나 작가가 가격할인이 아니라 할인을 하고 싶으면 가격 책정단계에서 1,000원으로 하는 방법을 제시한데 대해 수요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시장에서 과연 출판사나 작가가 출판 당시에 수요에 맞추어 가격을 책정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현실과 유리된 주장이 아닌가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오늘 맞장 토론회는 그동안 현행 도서정가제를 놓고 대형 출판업계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대치해 오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되어 말그대로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맞짱’ 토론을 연출했다. 물론 토론회를 정리하면서 대회 주최측인 완반모 대표인 배재광과 백원근 대표는 서로의 시각차이가 크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계속 대화를 통해서 도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지만 당장 2월로 예정된 국회토론에서도 양측의 입장차이가 해소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였다. 더퍼블릭 / 재단법인 굿네이션스 goodnations0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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