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한도 인상 두고 설왕설래...보험업계 "RBC 제도 고려해야"vs전문가 "소비자 과소보호 우려"

예금보호한도 인상 두고 설왕설래...보험업계 "RBC 제도 고려해야"vs전문가 "소비자 과소보호 우려"

  • 기자명 박소연
  • 입력 2022.04.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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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박소연 기자] 금융당국이 현행 5000만원인 예금보험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예금보험공사는 내년 8월까지 현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 한도, 목표 기금 규모, 예금보험료율 등 주요 개선 과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나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에 맞춰 예금보험한도를 올릴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은행과 동일하게 예보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추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예금보험한도에 대해 알아보고 한도 확대를 두고 제기되는 보험업계 및 금융 전문가들의 주장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예금보험제도와 예금보호한도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 예금자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예금자보호법을 제정해 고객들의 예금을 보호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는데 이 제도 바로 '예금보험제도'다. 

 

 

 

 

▲예금보험공사 CI

구체적으로, 예보는 금융사로부터 예보료를 받아서 예금보험기금을 적립했다가, 금융 회사가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회사를 대신해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만약 예금을 대신 지급할 재원이 금융사가 납부한 예금보험료만으로도 부족할 경우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직접 채권(예금보험기금채권)을 발행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재원을 조성하게 된다.

현재 은행 등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고객은 이 제도를 통해 최고 5천만 원까지의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예금 전액이 아니라 일정액만을 보호하는 이유는, 다수의 소액예금자를 우선 보호하면서 부실 금융회사를 선택한 예금자 또한 일정부분 책임을 분담한다는 차원이다.

다만 지난 1997년말 IMF 사태 이후 금융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으로 200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예금전액을 보장한 바 있다.

2001년부터는 예금부분보호제도로 전환 돼, 2001년 1월 1일 이후부터는 보험금지급공고일 기준의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해 1인당 최고 5천만 원(세전)까지 예금을 보호하고 있다.

이 제도의 보호 대상은 금융회사는 은행, 보험회사(생명보험·손해보험회사), 투자매매업자·투자중개업자, 종합금융회사, 상호저축은행이다.

이 때 투자중개업자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증권을 대상으로 투자매매업·투자중개업의 인가를 받은 투자매매업자·투자중개업자 및 인가를 받은 증권금융회사 등을 뜻한다.

다만 금융투자상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되지 않는다. 이는 금융투자상품의 성격이 고객이 맡긴 돈을 유가 증권 매입 등에 운용한 실적에 따라 원금과 수익을 지급하는 '투자상품'으로서 '예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0년 한도 동결은 경제환경 변화 반영하지 못한 것”

 

금융당국과 예보 측은 예금보험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0년 동안 크게 증가한 예금 자산, 커진 경제 규모에 맞춰 예금보험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내년 8월을 목표로 예금보호제도 개선 검토에 나서고,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일부 개정된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는 1인당 국내총생산액(GDP),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 등을 고려해 책정하도록 돼 있다.

한도가 처음 책정된 2001년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1453만 원이었지만, 지난해 기준 약 4166만 원으로 집계됐다. 20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과 예보는 경제 규모나 돈의 단위가 늘어났음을 고려해야함은 물론, 20년 전과 지금의 5000만원은 가치 차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한도 상향의 이유가 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에도 우리나라의 예금보호 한도는 낮은 수준이다.

주요국별로 예금자 1인당 보호 한도를 살펴보면 ▲중국 50만위안 (29일 기준 9,554만 원) ▲호주 25만 호주달러 (29일 2억 2827만 7500원) ▲미국 25만 달러(29일 기준 3억 490만 원) ▲일본 1천만엔 (29일 기준 989만 5700원) 등이다.

예보는 "경제성장, 금융환경 변화 등에 따라 예금자보호의 실효성 제고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예금보험제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금융회사가 부담하는 금전의 대부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 과거 구조조정 비용 상환에 충당되고 있어 미래 예금자 보호를 위한 기금 적립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국회에서도 한도 상향을 외치고 나선 상황이다.

이달 16일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 홍석준 의원 / 연합뉴스 제공 

이 개정안은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법 취지는 예금 보호 한도를 적정 수준으로 확대해 금융시장의 안정화 및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2001년부터 예금보험제도에 따른 보험금의 한도가 5천만원으로 정해진 뒤 지금까지 20여 년간 동결된 상태로 경제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은행업권 기준 1인당 GDP 대비 예금자 보호 한도 비율이 1.3배로, 미국 3.7배, 영국 2.5배, 일본 2.2배 등에 비해서도 낮다"고 덧붙였다.

“은행과 동일한 한도 상향은 무리” vs “보험 소비자 과소 보호 우려

반면 보험금을 부담하는 금융회사, 특히 보장성 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보험업권에서는 한도 상향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은행과 달리 보험사는 지급여력(RBC)비율 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지급 불이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급여력(RBC)비율 제도란, 보험사 파산 등으로 보험금 지급 불이행 가능성에 대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써 활용된다.

보험사는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도록 자본은 축적해야하는데, 이때 회사의 보험금 지급 여력을 비율로 수치화 한 것이 바로 RBC 비율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00% 밑으로 떨어지면 자본금 증액 요구 등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정리하면, 보험업권에서는 이미 지급여력(RBC)비율 제도 등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보장의 연속성이 확보되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데, 예금보호한도를 은행과 동일하게 상향 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3년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 국내 다수 보험사들의 숨겨진 부실 요인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은행 예금 상품과 달리 보험사는 ‘사고 발생’이라는 예외적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 보호가 과소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순주 연구위원은 ‘'보험소비자에 대한 예금자보호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은행 예금은 확정적으로 원리금을 지급하지만 보장성 보험은 ‘보험사고 발생’이라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동일한 보호한도를 적용하면 보험소비자가 과소하게 보호되는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소비자가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충분한 보험금을 받기 위함”이라며 "보장성 보험 소비자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주된 보호대상을 해지환급금에서 보험금으로 변경하고, 보호한도를 현행 5천만원에서 상당 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퍼블릭 / 박소연 기자 syeon0213@thepublic.kr 

더퍼블릭 / 박소연 syeon0213@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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