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한국전력, 무허가 공작물 설치 후 원상복구에 수억 날릴 판 왜?

[추적]한국전력, 무허가 공작물 설치 후 원상복구에 수억 날릴 판 왜?

  • 기자명 김수영
  • 입력 2021.03.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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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수영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지자체로부터 허가도 받지 않고 에너지저장장치(ESS) 건설공사를 추진했다가 원상복구 명령을 받고 이설공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법절차를 밟지 않은 채 허가도 없이 공사를 진행한 것도 모자라 이설에 들어간 수억원의 비용 및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양금희(국민의힘)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초 3억4천만원을 들여 경북 영주에 있던 배전용 ESS 설비를 경북 성주로 이전했다.

이는 한전이 사전에 시측에서 요구하는 허가절차를 밟지도 않고 시설물을 설치함에 따라 영주시로부터 무단 개발행위에 따른 원상복구 조치를 요구받은 데 따른 것이다.

ESS는 태양광·풍력 등의 에너지를 대용량으로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인프라가 구성되면 차세대 전력망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한전 측은 경북 영주와 상주, 전남 완도 등 3개 지역에 배전용 ESS시범운용 계획에 따라 2017년 9월 영주시 단산면 동원리 일대에 ESS 건설을 위한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주시는 이듬해 8월 이를 허가할 수 없다고 한전 측에 전해왔는데, 이때는 이미 한전이 부피 139.6㎡, 무게 42.8t에 이르는 ESS 설치를 끝낸 뒤였다. 한전은 2017년 11월, 그러니까 허가신청 2개월만에 해당 공사를 모두 마쳤는데, 시청에서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설치를 모두 마친 것이다.

무허가 설치 근거는 엉뚱한 사전동의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르면 건축물을 세우거나 공작물 등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한전이 공사 강행의 근거라고 내세운 것은 ESS설치 예상부지의 토지 소유주를 상대로 얻은 사전 동의서였는데, 여기서도 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됐다.

해당 부지 소유주는 영주에서 태양광 사업을 하는 A법인이었지만 한전 측에 사전 동의를 한 것은 A법인의 대표인 이 모 씨였다.

법인은 그 자체로 법적 성격을 지닌 별개의 인격체로 간주돼 소유주인 A법인과 그 대표인 이 씨의 의사표현은 다른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한전 측은 이 씨의 동의만을 받은 채 설치를 강행한 것이다.

결국 해당 부지 소유주인 A법인은 2019년 9월 영주시 측에 보낸 의견서에서 “ESS는 우리 동의 없이 한전에서 무단으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또 한전은 ESS는 컨테이너로 구성돼 있어 개발행위허가 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하는 것은 한전이 아닌 토지 소유주라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개발행위 허가는 태양광사업을 하는 토지주가 지자체에 받는 것이고, 한전이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ESS설치협의 당시에는 토지주가 개인이었는데 나중에 이 씨가 대표인 법인으로 소유주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한전 관계자는 “당연히 허가가 날 줄 알고 (허가)취득 전 먼저 협의를 했다”며 “현재 철거는 완료한 상태고 아직 이설은 하지 않았다. 정확한 이설비용이 얼마인지, 전액부담인지 분담인지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더퍼블릭 / 김수영 기자 newspublic@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수영 newspublic@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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