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고 둘러싼 '진실공방'…노동 복지개선 경종 울릴까

홍찬영 기자 / 기사승인 : 2021-07-23 1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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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생했던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의 사망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현재 진행형이다.

노조와 유족 측은 업무 과로와 열악한 근무환경, 대학 측의 규율 및 갑질 등을 사망 요인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사안에 관심을 보이면서, 서울대의 노동 실태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태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대는 갑질 등이 있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진상규명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조사주체를 놓고서도 이견이 갈리고 있다.

서울대는 학내 인권센터를 통해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족과 노조는 제3자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꾸리는 게 공정한 조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도 해당 사안과 관련해 특별감독을 실시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이번 사건이 노동 취약계층에 놓인 이들을 위한 근로복지 개선의 경종이 되기를 바라며, 해당 사안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했다.

민주당, 산재예방TF 개최…“서울대 노동실태 조사 시급” 


▲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의 이탄희 의원 등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사망한 청소노동자 관련 현장을 둘러본 뒤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4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지난 22일 민주당 산업재해예방 태스크포스(TF)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사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긴급 화상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김영배·이탄희 의원, 김영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은 이탄희 의원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토론자들은 서울대가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방치했고, 직장 내 괴롭힘 피해에 대해 문제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학교가 문제의식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면서 "갑질이나 비인간적 노동환경 개선 필요성에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이 공감대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청소노동자의 사망사고 같은 경우를 방지하려면, 서울대의 학내 노동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지난 20일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현안발언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잇따랐다.

당시 윤의원은 “서울대 청소노동자께서 돌아가신 지 한 달이 되어가는데 명확히 밝혀진 것 없이 의혹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국정감사 때 서울대 오세정 총장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교육부 또한 서울대의 비정상적인 고용구조를 개선하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과로에 시험까지?…노동자 갑질 의혹 증폭 


▲ 서울대 청소 노동자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이는  앞서 지난달 27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이모씨(59)가 휴게실에서 숨진 사고와 관련된 회의다.

이 씨의 사인은 심근경색증으로 밝혀졌지만, 민주노총과 유가족은 과중한 노동강도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가 근무했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100ℓ 쓰레기 봉투로 매일 4개 층의 6~7개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노동자가 직접 날라야 했다는 것.

특히 민주노총은  안전관리팀장의 갑질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안전관리 팀장은 매주 회의를 신설해 청소업무 전혀 관련없는 필기시험을 치르게 했고 정장 등 단정한 옷을 입도록 지시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의혹은 최근 민주노총 노조가 지난달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제1회 미화 업무 필기 고사’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 한 장을 공개하면서 더 커지게 됐다.

사진에는 청소노동자들이 앉아있고 중앙에는 시험 안내 PPT가 띄워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여기에는 '점수 :100점 만점', '1번~9번까지 1개 문제당 10점', '10번 문제는 1점~2점/총 10점' 등 시험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특히 마지막 항목에 '점수는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는 문구가 써있었다.

노조는 "서울대 A팀장은 2차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9일 오후 3시30분에 900동 회의실에서 재정생활관 미화 주요 업무 논의를 위해 청소노동자들에게 준비물(수첩, 볼펜 등)과 드레스코드를 지정해 공지했다"며 "또한 어떠한 사전 예고도 없이 필기시험을 볼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는 청소노동자로 하여금 모멸감을 주고, 전형적인 노동자 통제 방식이라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서울대 학생 모임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도 성명서를 내고 “학교 측은 여러 차례 시험이 근무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해왔지만 정반대로 적극적으로 반영될 계획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다만 서울대 기숙사 측은 민주노총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기숙사 관장 등은 사전에 필기시험에 대해 인지한 바 없으며, 왜곡 보도를 한 민주노총과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사주체 두고 대립 지속…“공정 조사 이뤄져야” 



현재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은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조사주체를 두고 노조와 학교측의 이견이 갈리고 있다


오 총장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고인의 산업재해 신청과 관련해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며, 인권센터 조사 결과에 따라 미비한 부분이 발견되면 적극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오 총장의 입장을 두고, 노조 측은 ‘셀프 조사’라며 비판을 제기했다.

학교 인권센터를 통해 직접 조사를 실시할 것이 아니라, 노사가 모두 나서 조사를 진행해야 공정한 조사가 될 수 있는 주장이다.

현재 고용노동부도 해당 사안과 관련해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사 결과 괴롭힘이 확인되면 대학 측에 개선 방안과 재발 방지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등 개선을 지도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오를 전망이다. 최근 <법률방송뉴스>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1천여명의 일반 시민들이 서울대학교 측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기하기로 했다. 서울대 측이 헌법에서 보장한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이 사고로 말미암아, 전반적인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 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그동안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지적됐다"며 "이제는 하루 이틀 분노하고 슬퍼하다가 흩어지는 것 이상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청원글은 A씨의 사망하기전 올렸던 글이다. 그러나 5일 뒤인 A씨 사망 소식 후에 국민들은 이 청원에 다시 관심이 쏠리며, 동의자가 급증했다.

21일 종료된 이 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 14일 국회에 서한을 보내 청소·경비노동자를 위한 휴게시설 마련을 의무화하는 입법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씨의 사망 소식을 계기로, 취약 계층의 고충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터질 때야 수습하고, 또 시간이 지나 잊혀 지면 사고가 되풀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일시적인 관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취약 계층을 위한 별도의 기구와 보다 세심한 법망이 마련돼 안타까운 죽음을 방지해야 한다는 시각이 모아지고 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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