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김홍국 회장, 올해도 ‘문어발 사내이사’?…‘반대’ 목소리에도 모르쇠

하림 김홍국 회장, 올해도 ‘문어발 사내이사’?…‘반대’ 목소리에도 모르쇠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0.03.24 13:56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업이익 ‘뚝’ 떨어졌는데…지배구조 개편 통한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 속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국내 2000개 이상의 상장사들은 이달 중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식품업계에서는 대표이사 재선임이 주총 주요 키워드로 꼽힌다.

올해에는 지속되는 업계 불황에 더해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를 중심으로 한 내실 다지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하림 그룹의 경우 김홍국 회장이 계열사 사내이사 만료를 줄줄이 앞두면서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은 하림·팜스코·선진 등 계열사 3곳에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 3개 회사는 주총에서 김 회장의 연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김 회장의 계열사 사내이사 선임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고, 올해에도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김 회장이 우호지분을 합해 의결주식 절반 이상을 확보한 상태라 무난한 연임이 가능 전망이지만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만큼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하림 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이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하림은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룹의 수장으로서 김 회장은 두둑한 배당금을 받으면서 경영 승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더퍼블릭>은 김홍국 사장의 연임 여부로 이목이 쏠린 하림그룹 주총을 둘러싼 사안들에 대해 짚어봤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하림그룹은 육계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 하림을 토대로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력사업인 축산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지주사인 하림지주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0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조3486억원으로 전년보다 0.1%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163억원으로 40.2% 감소했다. 


하림지주는 “생계시장 수급 불균형 및 양돈시장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으로 인한 소비 감소로 시세 하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의 주요 자회사는 암울한 업계 상황에서 그렇다할 해결책 없이 줄줄이 실적하락은 면치 못했다. 


지난해 하림그룹 6개 상장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0.8% 증가한데 그친 5조9637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2.7% 대폭 하락하면서 2559억원으로 집계됐다. 


6개 계열사 중에서 선진만이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4곳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이자 모태기업인 하림은 연간 매출 8058억원, 영업손실 434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이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생계 시세 하락으로 매출이 줄고 관계기업 손실에 대한 지분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3개 주요 계열사 임기 만료…장기 겸임 가능할까?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은 그룹 내 7개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림·선진·팜스코·하림지주·팬오션·NS쇼핑 등 6개 상장사는 물론 비상장사인 제일사료에도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 중 하림·선진·팜스코 등 3개 주요 계열사에서는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 회사는 이달 말 개최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해 놓은 상태다. 


최근 수년간 하림 그룹 각 계열사 주총에서는 김 회장의 연임안이 상정됐다. 

그때마다 국민연금은 김 회장의 ‘과도한 겸직’ 등을 이유로 항상 반대 의견을 제시해왔다. 2014년(하림)과 2017년(선진·팜스코) 그의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국민연금은 ▲법령상 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있는 자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려운 자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 등의 경우 선임에 반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특수관계인 보유지분율이 과반에 달하면서 큰 잡음 없이 연임에 성공해왔다. 


하림은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하림지주가 57.3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선진과 팜스코의 경우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각각 50.04%, 56.55%에 달한다. 


작년 9월말 기준 국민연금은 하림 지분 3.97%, 팜스코 지분 6.87%를 갖고 있다. 선진의 경우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컴퍼니 엘엘씨가 10%,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17.9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자산운용사들이 김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더라도 보유지분율이 낮아 목소리를 크게 내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김 회장의 연임안을 두고 반대표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주총을 앞두고 김 회장의 중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김 회장에 대해)회사의 사업기회 유용 위험 및 과도한 겸직에 따른 충실의무 저해가 우려된다”며 재선임 반대를 권고했다.

 
특히 올해에는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면서 김 회장의 재선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기업 총수들은 주종에 앞서 국민연금의 직접적인 개입없이 총수가 사내이사직을 내려놓는 등 ‘자체 개선안’을 내놓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제철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등기 임원에서 물러난다. 앞서 호텔롯데와 롯데건설 대표이사직도 내려놓은 바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박창균 선임연구원은 “사내이사는 기본적으로 상근직인데 여러 사내이사직을 맡게 되면 일부 계열사는 소홀해질 수 있다”며 “일부는 책임 경영 차원에서 기업 총수가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을 권고하기도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도 이사 겸임이 과도한 경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장남의 올품 지분 100%…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김홍국 회장은 이미 이번 주총을 앞두고 ‘과도한 겸직’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사익 편취’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하림그룹은 경영권 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여러번 타깃으로 지목된 바 있다. 


최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총수가 있는 전환 집단 21곳의 체제 밖 계열사의 64%인 109곳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거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환집단은 ‘지주회사 및 소속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의 자산 총액이 기업 집단 소속 전체 회사 자산 총액의 100분의 50 이상’인 대기업 집단을 가리킨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 대상 81곳에 포함되는 하림그룹은 2세 등 총수 일가가 체제 밖에서 지주사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3곳이었다. 


그리고 현재 가장 주목받는 곳은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소유하고 있는 ‘올품’이다. 

김준영씨는 하림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올품’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김 회장으로부터 장남 김준영씨로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현재 하림지주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김 회장이 22.64%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이어 한국인베스트먼트가 19.98로 2대 주주다. 올품이 4.3%, 배우자인 오수정 씨가 3.00%로 뒤를 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올품이 한국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김준영씨는 약 24.28% 지분율로 김 회장보다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면서 ‘2세 경영체제’가 구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하림지주→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서 각 계열사들이 합쳐지고 하림지주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건 결국 장남 김준영 씨의 영향력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CGCG도 “김홍국 후보는 올품을 통해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올품은 김 후보가 대표이사나 이사로 재직 중인 제일사료, 팜스코, 하림, 선진 등과 일감몰아주기 거래를 하여 부를 증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사익편취를 통해 키워온 올품의 주식 전부를 자녀인 김준영에게 증여해 승계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은 악화되는데…두둑한 배당수익 ‘눈총’

올품을 통한 편법승계라는 비난여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김홍국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지배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하림은 종속기업 그린바이오텍을 흡수합병하면서 하림지주의 하림 지분율은 49.85%에서 58.94%로 과반을 넘겼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인수·합병을 통해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하림지주의 지배력 강화는 김 회장과 장남 김준영 씨의 지배력 강화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지난해 눈에 띠게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하림지주 및 계열사 등을 통해 배당금을 두둑하게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에서는 배당의 경우 경영상황과 주주친화 정책을 고려해 실시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계속된 실적 악화에도 최대주주가 두둑한 배상금을 챙기면서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배당금이 결정된 상장사의 김 회장 지분율을 감안해 계산하면 하림지주에서 11억원, 엔에스쇼핑에서 2억5886만원, 팜스코에서 355만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나머지 상장사들의 배당 계획에 따라 김 회장의 배당 수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더퍼블릭 / 김다정 92ddang@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