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공동칼럼]타투,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서다

[청년 공동칼럼]타투,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서다

  • 기자명 심정우
  • 입력 2021.09.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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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타투는 조직폭력배나 범죄 집단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타투가 있다는 이유로 삼청교육대에 보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타투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다. 

 

2030세대는 미용이나 예술적 표현을 목적으로 타투를 하고 있고, 4050세대도 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눈썹 문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이었다. 안철수, 홍준표, 원희룡 등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이 공통적으로 눈썹 문신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알게 모르게 타투는 우리 일상생활에 자리 잡은 하나의 문화적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예술 행위이자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타투는 어느새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 국민 4명 중 1명이 경험했을 정도로 타투는 흔한 시술이 됐다. 시술 종사자는 22만 명, 시장 규모는 12천억 원에 달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타투이스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K-타투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과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모든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현행법상 타투는 부작용의 가능성과 감염 등의 우려가 있어 보건위생상 면허가 있는 의료인이 시술해야 한다. , 의사가 아닌 비의료인인 타투 업자가 시술을 하면 위법행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의사로부터 타투 시술을 받았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타투이스트들이 부정 의료 행위를 한 죄로 법정에 서기도 한다. 현실과 법 제도 간 괴리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타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상황이 크게 바뀐 만큼 그동안 여러 차례 타투 합법화가 추진되어 왔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타투 시술이 명백한 의료 행위라며,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공공 보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시술 과정에서 각종 감염, 염색 잉크 등에 의한 이물 반응, 그리고 과민반응 등이 빈번한데 비의료인은 이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타투 업계는 의료계의 요구가 타투 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양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인이 타투 시술에 직접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고, 비의료인을 통한 시술이 대부분인 만큼 결국 이를 제도화해 관리에 나서야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 면허가 있는 타투이스트인 조명신 빈센트의원 원장 또한 타투보다 훨씬 위험한 의료 행위인 근육주사, 혈관주사 등도 의사가 아니어도 간호사·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다면 문제가 없다"그런 기준으로 보면 반드시 의사 면허가 있어야만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대부분의 국가는 타투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거나 문제가 생길 시 타투이스트와 스튜디오에 무거운 책임을 지우고 있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타투와 반영구화장 면허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영국과 호주도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해선 자격증을 갖춰야 한다. 프랑스에서 타투이스트는 각 지역에 위치한 지방 보건청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 시에는 보건청에서 발급하는 위생교육 수료증을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의료계와 타투 업계는 팽팽히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양쪽의 입장에서 단계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현행 의료법과 판례에 의하면, 타투라는 의료 행위의 권한을 시술자에게 이양하기 위해서는 침습적 행위에 대한 의료인들의 독점권을 깨야 한다. 침습적 행위를 의료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의료인의 독점적 영역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에서 소수의견으로 제시된 것으로 타투를 의료시술행위에서 한 단계 낮은 의료처치 행위로 조정하자는 의견이 있다. ‘시술은 의사만이 가능하지만 처치는 규정된 자격증을 가진 자가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타투 관련 자격증 제도나 관청의 관리를 받는 업장 허가제 등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타투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대책 없이 무조건 음지로 몰아넣는 것은 국민의 위생과 안전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대처다. 기존 법과 제도가 현실을 반영할 수 없다면, 정치권은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고려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는 게 국회의 역할이 아닌가. 상황이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당사자들 간에 서로 다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타투 합법화에 대해서도 타투 업계, 의료계를 비롯해 다양한 집단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다. 타투 법제화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모두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굿네이션스 자료제공>

기자 심정우

공동작성 곽정훈, 김라희, 김주경, 문종걸, 박현정, 서동윤, 오세준

더퍼블릭 / 심정우 servant@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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