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폭발사고 책임은 원청에…중대재해법에 따라 경영자 엄중 처벌하라”

“에쓰오일 폭발사고 책임은 원청에…중대재해법에 따라 경영자 엄중 처벌하라”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2.05.2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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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에쓰오일에서 최고경영자(CEO)인 후세인 알-카타니가 전날 발생한 폭발 화재 사고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1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사고와 관련, 울산지역 시민단체들은 폭발사고의 책임은 온전히 원청인 에쓰오일에 있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경영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재해없는 울산만들기 운동본부'는 지난 2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9일 저녁 8시 51분 울산 울주군 온산읍 에쓰오일 공장에서 밸브 정비작업 중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로 화재가 발생해 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했고, 9명(하청 5명, 원청 4명이 부상을 당했다”면서 “그 중 4명은 중상을 입어 현재 부산 화상전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사고 당시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불꽃이 수십미터를 치솟았고, 무려 15km 떨어진 곳에서도 지진이 발생한 듯한 진동으로 창문이 흔들렸다. 새벽까지 꺼지지 않는 불길은 울산 시민들이 불안감으로 밤을 지새우게 했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이어 “사고를 당한 하청 노동자들이 속한 업체는 에쓰오일에 상주하면서 밸브 정비작업을 하는 하청업체 (주)아폴로인데, 사고 당일 오후 3시경 에쓰오일이 아폴로에 알킬레이션(부탄을 이용해 휘발유 옥탄값을 높이는 첨가제 제조시설) 공정 부탄 컴프레셔 후단 밸브 고착 해소를 위한 정비작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정비작업에 앞서 에쓰오일 노동자들이 배관 안에 차있는 가스를 배출하는 퍼지작업을 진행했고, 오후 8시경 아폴로 소속 노동자들이 정비작업을 시작했다”며 “작업자들이 가스측정기로 잔여가스를 확인하며 볼트를 풀던 중 갑자기 가스감지기가 울리며 새는 소리가 심해지더니 약 20~30초 후 폭발이 발생했다”고 부연했다.

▲ 지난 19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폭발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불기둥이 치솟고 있다.

운동본부는 “가스 누출 반대 방향에 있던 노동자들은 아래층으로 대피했지만 가스 누출 방향에 있던 노동자들 쪽에는 대피 공간이 없었다”면서 “결국 사망자 1명은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6층에서 추락해 1층에서 발견됐고, 중상자 4명은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이어 “에쓰오일과 일부 언론들은 시운전 중 폭발사고 일어났다고 했지만 현장 작업자들은 시운전 중 밸브가 작동하지 않아 밸브 정비작업을 하던 중 가스가 누출되면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며 “작업자들은 정비작업 중 갑자기 가스가 누출된 것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보고 있는데, 첫째, 사고 현장과 연결된 탱크에 가스가 유입되면서 탱크 내부압력이 높아져 자동으로 가스가 역류했을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둘째, 긴급작업이 진행되면서 원‧하청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컨트롤룸에서 가스공급 장치를 가동했을 가능성”이라며 “물론 가스가 누출된 이유가 무엇이든 그 책임은 온전히 원청인 에쓰오일에 있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하청 노동자들은 밸브 정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원청 에쓰오일의 요구에 따라 작업허가서를 요청해 원청의 작업허가를 받고 작업에 투입됐으나, 위험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작업현장에는 에쓰오일의 작업관리자도 없었고, 작업자들이 위험 시 대피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돼 있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잔류가스 배출이나 작업 중 가스 누출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하청 노동자에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학물질로 인한 화재, 폭발, 누출사고는 매년 평균 80여건씩 일어나고 있다. 사고 원인은 시설 관리 미흡이 가장 많은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사고 역시 시설 관리 미흡, 안전 조치 미비로 인해 발생했다”며 “또한 에쓰오일이 최저가낙찰제로 정비업체를 선정하면서, 하청업체는 이윤을 짜내기 위해 노동자 수를 줄이거나 공기를 단축하는 등 노동 강도를 높이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게 됐다”고 꼬집었다.

운동본부는 “사고 발생 후 6일째인 오늘까지도 원청 에쓰오일과 하청업체 ㈜아폴로는 사망자와 부상자 가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사고 원인 브리핑조차 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빈소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고 있으며 부상자 가족들은 중환자실 앞에서 사고 원인도 모른 채 수술 등 치료비까지 걱정하며 간병을 하고 있다”면서 “사고 현장에 함께 있던 동료들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쓰오일 대표는 국민들에게는 신속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정작 유족, 부상자, 사고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으며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에쓰오일과 하청업체 ㈜아폴로는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족과 가족, 사고 현장 노동자들에게 사고 경위와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고 대표이사의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를 즉각 해야 할 것”이라며, 거듭 사과를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국가산단의 노후화로 인한 사고 위험의 증가에도 불가하고 부실한 안전관리를 매번 확인하게 되면서 울산 시민들의 불안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신속히 국가산단에 대한 안전체계를 수립하고 노후산단 특별법 제정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중대재해 없는 울산만들기 운동본부는 더는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생기지 않도록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이번 에쓰오일 폭발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경영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했다.

이어 “둘째. 에쓰오일은 폭발사고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한 사과와 치료·보상에 최선을 다하고, 사고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에 적극 나서라”면서 “셋째. 연이어 발생하는 국가산단 폭발사고에 대한 안전체계를 수립하고, 노후산단특별법 제정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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