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승계’ 의혹에 수년간 공정위 조사 이어 직접 나선 ‘재계 저승사자’…하림그룹 정조준 왜?

‘편법 승계’ 의혹에 수년간 공정위 조사 이어 직접 나선 ‘재계 저승사자’…하림그룹 정조준 왜?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2.01.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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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편법 승계’ 의혹에 국세청 조사4국 직접 나서

임인년 새해를 맞아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ESG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편법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국세청과 경찰에 수사를 받고 있는 하림 역시 신년사에서 ESG경영을 강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이 장남인 김준영 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사내 계열사였던 한국썸벧을 ‘한국썸벧’과 ‘올품(前한국썸벧판매)’으로 물적분할한 후 올품의 지분 100%를 김준영 씨에게 증여하고 수년간 일감을 몰아주면서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올라서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남인 김준영 씨는 올품의 지분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100억원의 증여세를 냈는데, 이마저도 올품의 유상감자 방식을 통해 증여세를 마련하면서 대주주가 기업의 이익을 빼간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하림그룹 측은 적법한 절차라는 입장이지만, 과거 국내 재벌과 대기업 오너 일가에서 했던 편법 승계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이 재현되면서 이들을 보는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수년에 걸친 공정위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하림그룹의 ‘일감몰아주기’와 ‘편법 승계 방식’에 대해 짚어봤다.


하림그룹 ‘일감 몰아주기’ 수사 착수한 경찰…‘부당지원·담합·통행세 수취’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4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공정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 회장 일가를 탈세,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하림그룹 지주회사와 계열사를 동원해 장남인 김준영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말 하림그룹이 올품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익을 제공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하림 계열사 5개 양돈농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동물약품을 올품을 통해 비싼 가격에 구매했다.

또 하림 그룹 3개 사료 계열사는 제조사에서 직접 구매하던 사료첨가제를 올품을 통해 구매하면서 3%의 중간마진을 챙겨줬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김 회장의 지시가 일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도, 하림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기 전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 등을 들어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김 회장 행위를 간과할 때 자칫 사회를 지탱하는 상식과 원칙이 흔들리고 편법이 난무할 우려가 있다”며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경찰은 고발 내용이 공정위 처분과 겹치는지 법리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혐의가 입증될 경우, 고발인과 하림 측을 차례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하림과 올품은 같은달 6일에도 공정위로부터 각각 78억7400만원, 51억7100만원을 부과받았다. 삼계탕에 사용되는 닭고기인 삼계의 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하림과 올품을 포함해 ▲동우팜투테이블 ▲체리부로 ▲마니커 ▲사조원 ▲참프레 등에도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하림과 올품은 검찰 고발 대상에 올랐다. 고발 기준은 조사 협조 여부, 시장 점유율, 담합 가담 기간 등 종합적인 사안을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삼계 시장의 총 93%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들로 6년여간 담합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초복·중복·말복 등 판매 성수기에 가격을 상승시키고, 비수기에는 가격 하락을 막는 방식으로 담합해온 것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참프레를 제외한 6개 업체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5년 6월까지 9차례에 걸쳐 삼계 신선육의 가격 인상을 합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판매가격은 한국육계협회가 조사해 고시하는데, 시세조사 대상 회원사가 자신들이란 점을 악용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출고량 조절에도 가담했다. 해당 기간에 7차례에 걸쳐 삼계 병아리 입식량을 감축하거나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 삼계 신선육 생산물량 자체를 감소시켰다.

특히 지난 2012년 6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도축이 완료된 삼계 신선육을 냉동비축하는 것으로 합의하기도 했다.

하림 총수 일가의 여전한 ‘편법 승계’ 의혹…3조5000억 그룹 증여세 100억원?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과거부터 하림의 계열사들이 부당지원과 내부거래를 통해 올품을 지원하면서 그룹 지주사 위에 위치한 회사로 만들어 결국 ‘편법승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김준영 씨가 증여세를 100억원 밖에 내지 않은 점 역시 공정위와 국세청 등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달 경찰은 하림 오너 일가의 횡령과 배임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편법 승계도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지난 2010년 김 회장의 장남에게 경영권을 넘기려고 법인 증여 방안을 검토했다. 2012년 1월 김 회장은 그룹 계열사 올품의 지분 100%를 장남에게 증여했고, 하림 계열사들은 2017년 2월까지 올품에 일감을 몰아줬다.

국세청 역시 하림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만큼 불법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조사4국은 기업의 탈세 등 혐의가 있을 경우 특별 세무조사를 맡으면서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는 곳이다.

이번 국세청의 조사는 김준영 씨에 대한 지분 증여와, 그룹 내 지배력 확보 과정의 투명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6월 기준 하림 지분구조(그래픽=신한나 기자)

앞서 하림그룹은 지난 2017년 5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에 편입되면서 김준영씨의 소유기업인 올품의 거래구조에 대해 지적받았다.

당시 하림그룹은 공정위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공정거래법 등 20개 법률에 걸쳐 35개 규제를 받게 됐다. 상호출자에 더해 채무보증, 비상장 계열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 각종 규제를 적용 받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관계사 지분을 50%이상 보유하고 있는 데 더해 축산업부터 식품가공, 유통까지 운영하고 있는 하림 입장에선 내부거래 등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당시에도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닭고기 가공업체 올품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울러 하림그룹은 2개의 지주회사가 얽힌 지배구조로 구성돼 있었는데, 당시 비상장사인 제일홀딩스가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중간 지주회사격인 하림홀딩스와 다른 상장사들을 거느리는 구조였다.

제일홀딩스는 하림의 지분 47.9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김 회장이 41.78%, 한국썸벧이 37.14%를 소유하고 있었다. 아울러 올품이 한국썸벧의 지분 100%를 보유하면서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었다.

이에 당시 하림그룹의 지배구조는 김준영 씨가 올품을 지배하고 올품을 통해 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며 지배력을 구축한 상태였다.

문제는 김준영 씨가 하림그룹의 지배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낸 증여세가 1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과세표준 30억원 이상에 대한 증여세율이 50%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회사를 거의 공짜로 넘겨받은 것이다.

지난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제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제일홀딩스였다. 자사주가 80%에 달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머지 지분율은 김 회장이 8.14%, 한국썸벧이 7.35%, 올품이 1.48%에 그쳤다.

그런데 같은해 11월 제일홀딩스가 408만1991주의 자사주를 전량 무상소각한 데 이어 액면분할까지 거치면서 김 회장과 한국썸벧, 올품의 지분율은 모두 합쳐 90%대까지 올랐다.

김 회장은 당시 증여세 규모가 작다는 시장의 비난을 두고 “2011년도 증여한 뒤 2015년도 팬오션 인수와 계열사들의 실적향상으로 기업규모가 커지면서 발생된 오해”라며 “당시 기업가치에 맞게 증여세를 냈는데 현 자산가치를 들어 10조원의 회사를 증여하면서 10억원의 증여세만 냈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했다.

증여 시점에 하림그룹은 자산이 3조5000억원대였고, 증여세 역시 당시 자산규모에 맞게 냈는데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비판하는 건 억울하다는 것이다.

당시 김 회장이 그룹을 준영씨에게 물려주면서 세금을 거의 안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썸벧판매가 당시 작은 회사였고 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하림지주는 김 회장이 지분 22.95%로 최대 주주로 올라있지만, 실제 올품의 지분 4.36%와 올품의 100% 자회사 한국인베스트먼트 지분 20.25%를 더하면 김준영 씨의 지분이 24.61%로 올라간다.

이를 두고 재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작은 계열사 하나를 아들이게 물려준 후 그룹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회사를 빠르게 키웠고, 결국 이 회사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오르게 된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편법승계라는 논란은 피하기 힘들다. 과거 대기업 오너 일가에서 자주 보이던 편법승계 행태”라고 말했다.

100억원 증여세, 사실상 ‘회삿돈’으로 대납?…자회사 ‘유상감자’

이처럼 김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씨가 당시 기업가치 3조5000억원에 달하는 하림을 사실상 100억원에 승계 받은 가운데, 증여세 역시 회삿돈으로 납부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증여 당시 김준영씨는 올품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차입해 5년 분납으로 증여세를 냈다. 그리고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올품의 유상감자 방식을 선택했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주식 수를 줄이면서 주주들에게 줄어드는 주식 수만큼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올품은 30%(6만2500주) 규모의 유상감자를 하면서 그 대가로 김준영씨에게 100억원을 지급했다.

이를 통해 김준영씨는 올품 지분율 100%를 유지하면서 100억원의 증여세도 납부할 수 있게 됐다. 올품은 유상감자 직후 NS쇼핑 주식을 담보로 100억원의 금융권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상감자는 일반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사업규모보다 자본이 더 많을 때 시행하거나 대주주가 돈이 필요할 때 실시하는데 이런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유상감자를 두고 대주주가 기업의 이익을 빼가는 수단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하림 측의 적법한 절차였다고 반박했다.

당시 김 회장은 “일반적으로 증여액 안에는 증여세가 포함돼 있다”며 “예컨대 200억원을 증여했다면 이 중에서 100억원의 증여세를 내는 구조인데 비상장주식이라 현물납부도 안되고 매매할 수도 없어서 가장 쉬운 방법인 유상감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여세는 증여받는 주식으로 현물납부가 가능한데 올품은 비상장주식이라 증여받은 주식을 처분하는 방법의 하나인 유상감자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증여세 납부를 위해 유상감자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최근까지도 김 회장 측과 하림은 ‘편법승계’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하림그룹의 경영 승계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달갑지 않다.

사측이 주장하는 말대로 위법행위는 아니며, 적법한 절차대로 이뤄진 일이지만, 과거 국내 재벌들이 했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재벌과 그룹 총수일가를 보는 사회적 시선이 달라지고 법안 역시 엄격해진 상황에서 하림처럼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것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3일에는 하림이 2022년 임인년 시무식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선포했다. 박길연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이 ESG 경영을 일상적으로 실천하기로 결의를 다지고 헌혈 활동에도 동참했다고 한다.

특히 올해 ESG 캠페인 슬로건 ‘애쓰고 애쓰지’도 발표했다. ESG가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로 주목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지는 거리감을 해소하고자 언어유희적 요소를 더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편법 승계논란이 최근까지 이어지면서 경영 핵심축인 오너일가는 역주행 중이다. ESG중 G는 기업 지배 구조의 투명성과 청렴도 등을 평가하는 것이지만, 총수일가의 편법승계, 자회사 유상감자를 통한 증여세 납부,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ESG 경영 비전이 빛을 바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재계 한 관계자는 “ESG평가 중 가장 민감한 대목이 지배구조다. ESG 경영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오너 리스크’를 조심해야 한다”면서 “아무리 친환경을 강조하고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도 ‘오너 리스크’ 한 번이면 만사휴의”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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