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망사고 낸 현대중공업…‘중대재해법’ 칼 날 드리우나?

‘또’ 사망사고 낸 현대중공업…‘중대재해법’ 칼 날 드리우나?

  • 기자명 홍찬영
  • 입력 2021.05.1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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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작업 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일었다. 이달 8일, 40대 노동자가 약 11m 높이 탱크에서 작업하다가 바닥으로 추락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당시 작업 현장의 안전 조치는 미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하기 위해 조사에 나선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사망사고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석달 전인 2월에도 사망사고가 일어났으며, 지난해 역시 총 4건의 중대재해를 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앞두고 부담이 커진 실정이다. 해당 법안은 사망사고 등의 산재를 냈을 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물론 사측 역시, 안전 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안전 설비에 거액을 투자하는 등 문제 개선을 위한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유형의 안전사고가 또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보다 세밀한 법망이 필요할 것으로 제기되고 있다.

<더퍼블릭>은 현대중공업의 안전사고 논란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작업 현장에서 협력업체 노동자 40대 A씨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었다.


용접보조공인 A씨는 이날 약 11m 높이 탱크에서 작업하다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 직후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노동 조합 측에 따르면 당시 작업장 조명이 기준에 미달했고, 관리감독자 미배치, 작업지시서 불량 등 노동자를 위한 안전조치가 미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의 안전 조처 관리가 과연 제대로 실시됐는지,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에 나선 상태다.


회사 측은 “안전관리 강화에 최선을 다해왔으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하며 “사고 수습과 관계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작업장에서의 사망사고는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석달 전인 지난 2월 5일에도 40대 노동자가 철판에 머리를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역시 4건의 중대 재해를 내는 등 사망사고가 빈번했다. 시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특별감독까지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특별감독이 종료된 지 불과 하루만에 용접작업을 하던 30대 노동자가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불감증’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됐다.


산재는 노동자 부주의?...한영석 사장 과거 발언 재조명 



이처럼 현장 사망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은 상황이지만, 회사의 사장은 사고의 원인을 작업자에게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뭇매를 맞은 적도 있다.

앞서 지난 2월,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최근 2년간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 기업의 대표들과 함께 환경노동위원회의 주재로 개채된 산재 청문회에 참석한 바 있다.

산재 사고 대책을 묻는 박덕흠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한 사장은 “산업재해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분석해 보니, 안전하지 않은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 잘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작업장은 중량물을 취급해 비정상적으로 작업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저희는 항상 표준 작업에 의한 작업을 유도하는데, 아직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자, 의원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재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불안전한 행동이라고 하면서 작업자들이 뭘 지키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중대재해처벌법에서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의 발언에 노조 역시 공분을 높였다. 노조 측은 당시 소식지를 통해 "청문회에 나온 한영석 사장은 산재 사망은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으로 일어났다며 노동자 탓으로 원인을 돌리고 있다“면서 현대중공업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대한 규탄을 쏟아냈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열린 국회 산재 청문회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 중 유일하게 5년 연속(2016년 5명 사망) 사망자를 냈다는 오명까지 썼다.

산재에 대한 홀대는 그 이후에도 일어났다. 지난 4월, 현대중공업 협력사의 한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노조 측의 주장이 일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재보상을 신청한 또다른 노동자는 출입증 말소 통보를 받았고, 한 재해자에게는 공상 처리를 유도해놓고 요양기간이 길어지자 퇴사 압박을 넣기도 했다" 촉구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측은, 협력사와 직원간의 근로계약 문제는 개별 협력사의 독립적인 경영이라며 선을 그었다. 원청에서 간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일각에선 사측이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지적했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다면 산재가 해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드리워진 ‘중대재해법’ 칼 날…근본적 문제 원인 찾아야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본격 발효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세간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안전조처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청업체 사업자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의결됐으며, 내년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물론 현대중공업도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매번 대대적인 안전대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각 사업장의 안전시설 개선과 교육 관련 투자를 확대해 향후 3년간 총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는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하기까지 했다.

구체적으로 전 작업자에 ‘안전개선요구권’ 부여하고, 안전조직 개편 및 안전시설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망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회사는 ‘안전 경영 쇄신’을 외치지만, 짧은 기간에 또 다른 사망사고를 낳았다는 것은 시스템 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사망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의 산재에 보다 귀를 기울이고, 세심한 법망과 종합 대책이 마련이 절실할 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추세지만,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말을 세밀하게 청취하고, 정부 역시 충실하게 근로감독을 진행해 사업장 안의 위험요인을 꼼꼼하게 짚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더퍼블릭 / 홍찬영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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