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롯데·한화 4개 그룹이 발표한 액수만 약 600조원에 달한다. 이는 3년, 5년 단위의 총투자 액수를 합친 것이긴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올해 본예산 607조7천억원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수치다.
재계의 이 같은 행보는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친기업 위주의 공약을 이어온 만큼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윤 대통령의 정책에 투자로 화답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투자 보따리를 푼 것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민간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기업들은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일인 이날 약속이라도 한 듯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국내 투자’ 부분을 강조했다.삼성은 이날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관계사들이 함께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50조원 가운데 80%인 360조원은 ‘국내 투자’임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3사도 2025년까지 3년여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 중심으로 5년간 국내 사업에 37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롯데 투자 중 41%는 신사업과 건설, 렌탈, 인프라 분야에 집중된다.
한화그룹도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의 분야에 국내 20조원을 포함해 총 37조6천억원을 투자한다고 공개했다.
SK, LG그룹도 조만간 투자 규모 및 형태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가운데 이들 기업의 행보가 윤 정부의 경제정책에 부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모두 미국에 대한 집중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국내 투자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국내 투자 방편 또한 내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105억달러(약 13조4천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전격 발표하면서 이 같은 해외 투자가 우리나라에도 ‘낙수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미국에 투자하면 한국도 같이 늘어나게 된다고 봐야 한다”며 “이제는 어디는 하고, 어디는 안 하고 이런 시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액 같은 면만 예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해외 투자를 하면 국내에도 고용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찾으면 한국에서도 찾아 같이 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편으로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상태인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조치 장기화, 인플레이션 등 갖은 대외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나서서 경제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퍼블릭 / 김미희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