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곡소리’ 울려퍼지는 이 시국에 ‘배달의민족’ 광고비 개편 웬말?

자영업자 ‘곡소리’ 울려퍼지는 이 시국에 ‘배달의민족’ 광고비 개편 웬말?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0.03.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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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오히려 광고비 부담 줄어” vs 점주 “광고비 부담 2배 이상 늘어”

장기화에 접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산업 전방위가 고난 속에서 시름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외출 자체를 삼가면서 소비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IMF 이후 한국 경제의 최대 위기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반사 효과’를 누리는 곳이 있다. 유독 배달업계만은 이번 사태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외식과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의 배달앱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시점인 1월 31일부터 2월 2일 배달의민족 주문량은 약 493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달 전 같은 기간인 1월 3~5일 주문량 443만건보다 11.3%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확산 우려가 커진 설 연휴 직후인 2월 1일 주문량은 한 달 전 토요일(1월 4일)보다 14.5% 늘었다. 일요일인 2월 2일에도 한 달 전 일요일(1월 5일)보다 11.8% 증가했다.


오히려 코로나19 호재를 누리는 배달의민족은 소상공인들이 불황으로 ‘폐업’ 위기까지 몰린 상황에서 사실상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광고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이번 개편을 앞두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이에 <더퍼블릭>은 내달 1일 시행 예정인 배달의민족 광고정책에 대한 자영업자들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입장차이를 조목조목 짚어봤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국내 배달앱 시장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은 오는 4월 1일부로 건당 수수료 5.8%(VAT 별도)인 ‘오픈서비스’와 기존 월 8만8000원 정액 광고료 방식 ‘울트라콜’을 운영한다. 

현재 배달의민족 앱화면에는 ‘오픈리스트’ 3개 업소가 부문별 최상위에 자리하고, 그 아래 정액 광고료를 내는 ‘울트라콜’이 자리한다. 


이번 개편을 통해 기존에 무작위로 3개 업소만 노출되던 앱화면 최상단 ‘오픈리스트’가 등록 업소가 모두 노출되는 ‘오픈서비스’로 바뀌는 것이다. 

중개 수수료는 기존 6.8%에서 5.8%로 1%포인트 내렸다. 기존 울트라콜은 하단으로 밀린다.

배달의민족 측은 “전세계 모든 플랫폼은 수수료 모델로 운영되고 있다”며 “우리도 그동안 혜택과 효과가 들쭉날쭉했던 정액 광고료 방식에서 합리적인 수수료 모델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위 요기요 따라가는 업계 ‘1위’

이번 개편안은 사실상 울트라콜을 폐지하고, 배달앱 업계 2위 업체인 요기요처럼 일정 비율의 수수료 체계로 전환하는 셈이다. 

현재 요기요는 건당 수수료 12.5%(VAT별도)를 부과하고 있다.

  

결국 이번 광고비 개편안은 ‘월 8만8000원 정액’ 울트라콜에서 ‘매출의 5.8% 수수료’로 광고의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것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업주들 사이에서는 정률제인 오픈서비스는 팔수록 수수료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깎아줬다는 눈속임’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업주 입장에서는 이번 개편안은 사실상 광고료 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는 경쟁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중개 수수료가 1% 낮아진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한 점주는 이달 초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게재하면서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지난 4일 ‘배달의민족 사용하는 소상공인 여러분들 꼭 봐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서는 “광고비 수수료가 월 8만8000원에서 총 주문금액의 5.8%로 바뀌는 것”이라며 “월 주문 금액이 150만원이 넘는 업장들은 광고비 부담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의 매장 기준 현재 사용하는 주문량이 오픈서비스로 모두 전환된다면 광고비 부담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배달의민족 광고 개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이 폐업위기에 몰린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다. 


이 청원인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앞길이 막막한 가운데 업장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데 배달의민족이 새롭게 시행하는 오픈서비스 정책으로 광고비 부담이 증가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광고비를 많이 지불하는 만큼 매장 주문량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배달의민족은 신규 서비스로 중개수수료를 정당화하고 경쟁사 대비 중개수수료가 저렴하다고 강조하지만, 현재 배달 앱 시장은 배달의민족이 독점하고 있어 자율경쟁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오히려 광고비 부담이 줄어드는 업소가 절반을 넘겼다며 시행 이후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52%가 광고비를 덜 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혜택은 주로 영세업주가 더 누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깃발 꽂기’ 부추겨 놓고 이제 와서?

점주 입장에서는 배달 앱 노출이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번 개편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배달의민족의 경우 전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 55.7%에 달하는 압도적인 업계 1위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 배달의민족은 배달 매출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앱 내 노출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오픈리스트는 여러 음식점이 신청하더라도 한 번에 3개 업체만 무작위로 보이고, 울트라콜에는 이용 중인 모든 업소가 등장한다. 

이 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음식점들은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는 화면 하단으로 밀리는 구조다.


이번 배달의민족 광고 개편도 이같은 앱 내 노출 시스템의 부작용을 바로잡기 위해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깃발 꽂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울트라콜 광고가 반경 1.5~3km에 있는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점을 이용해 일부 점주가 거짓 위치를 추가해 여러 개를 등록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중복 노출로 인해 고객불만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 측은 “그동안 울트라콜 체계에서는 자금력이 있는 대형 식당이 앱 내 화면에 이름을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주문까지 독식하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에 “마케팅비를 많이 쓰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라도 음식 맛이 뛰어나면 주문이 늘어나야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우리 앱을 더 믿고 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개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배달의민족 자체에서도 점주들의 깃발 꽂기를 부추겨 왔다.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내 ‘사장님 광장’에서 울트라콜 기본 원리를 소개하는 글에서는 ‘광고 주소는 우리 가게의 실제 주소와는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광고의 노출 반경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반경을 확장하고 싶다면 울트라콜을 여러 개 구매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마치 배달의민족이 점주들의 광고를 부추겨 놓고 논란이 생기자 그 부담 역시 점주에 떠미는 모양처럼 비춰진다. 


앞서 국민청원 청원인은 “대한민국 요식업 소상공인 사장님께 부탁드린다. 오픈서비스 신청을 고려해달라”며 “자체적인 자정 노력으로 울트라콜 개수를 줄여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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