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울디자인재단 권영걸 이사장 “서울의 미래 ‘소프트파워시티’…질(質)의 도시에서 격(格)의 도시로”

김영일 기자 / 기사승인 : 2021-11-13 08: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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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걸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운영 및 각종 디자인 사업을 진행하는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디자인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권영걸 이사장이 10여년 만에 재단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서울대 미술대학교 학장, 계원예술대 총장, 한샘 사장 겸 최고디자인경영자 등을 역임한 권영걸 이사장은 오세훈 시정 1기 시절인 2007년∼2009년 서울시에서 부시장급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맡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고척스카이돔,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 200여 가지 디자인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이다.

디자인경영과 도시행정 전문가로 정평이 난 권영걸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수직 하락했다고 지적한다. 수직 하락한 도시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시민행복이 우선돼야 하고, 시민행복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발굴‧추진돼야 한다고 한다.

또 서울이 미래를 위해서는 양(量)의 도시에서 질(質)의 도시로, 질의 도시에서 격(格)의 도시로 나아가는데 가장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더퍼블릭>은 지난 4일 서울 모처에서 권영걸 이사장을 만나 ‘서울...파고들어가 보자!’란 주제를 놓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0년간 서울 도시경쟁력 수직 추락…시민행복 프로젝트 발굴‧추진돼야”

다음은 권영걸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지난 10년간 수도 서울의 성적을 매겨본다면?

= 서울이라는 지방정부의 어느 기간을 잘라서 들여다보면, 잘한 일도 있고 실패 사례도 있을 게다. 따라서 지자체의 성적은 개별 사업의 성패로 말하기보다, 종합성적표랄 수 있는 도시경쟁력 평가로 가늠할 수 있다.

= 지난 10년간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수직으로 추락했다. 미국의 컨설팅그룹 AT커니의 발표를 보면, 지난 10년간 서울은 11위에서 48위로 떨어졌다. 세계 대표적인 상위 도시 30개국 중, 가장 큰 폭으로 폭락한 도시가 된 것이다.

= AT커니와 함께 대표적인 도시경쟁력 평가기구인 일본의 모리기념재단 평가에서도 서울은 8위에서 20위로 떨어졌다. 도시경제, R&D투자, 정보교류, 문화, 주거, 교통, 환경 등의 지표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Q. 단기간에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그렇게 된 배경에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을 텐데?

= 지난 10년 동안 서울시 예산은 20조에서 40조원대로 2배 증가했다. 그런데 부채는 6~7년 사이에 6조원이 더 늘어났다. 시 공무원 수도 늘어났다. 사실 인구 950만 도시에 자치구 공무원 수를 합해 5만명의 시 공무원을 가지고 있다면 과다한 구조가 아닌가? 지난 10년간 서울은 인구만 빼고, 모든 면에서 팽창했다.

= 이런 구조에 시의 사업들도 일에 돈 쓰기보다, 사람에 돈 푸는 방식으로 일관했으니 세계 도시들 속에서 경쟁력이 살아 날 수 있었겠나? 이제는 시민들의 감시의 눈이 더 날카로워 져야한다. 개발이든, 건설공사든, 시설운영관리든, 어떤 사업에서든, 인력이 늘어나고 인건비 비율이 높아지면, 안전도는 낮아지고 사고 발생률은 높아진다. 사업 결과는 불량해 질 수 밖에 없다.

= 게다가 10년 동안 현재에 예산을 투입했지, 미래에 투자하지 않았다. 대개 사업들은 단기적이었고, 도시의 지속가능한 인프라와 SOC사업은 축소됐다. 도시경쟁력의 어느 평가 항목에도 대응력이 약했다.


Q. 그렇게 추락한 도시경쟁력을 다시 끌어 올릴 수 있겠나?

= 도시경쟁력 평가의 중심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도시의 부(富), 경제적 생산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는데, 오늘날은 도시의 시민의식, 삶의 질 등이 도시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이 됐다.

= ‘안홀트-GMI’, ‘머서-삶의 질 조사’, ‘이코노미스트-살기 좋은 도시’ 등의 주요 평가기준은 궁극적으로 ‘시민행복’과 ‘안전’으로 귀착된다. 그것을 구체적인 항목으로 풀면, 도시의 경제적 안정성, 문화자산, 환경과 위생, 여가와 오락, 대중교통, 안전도, 교육, 미래변화 대응력, 그리고 외국인과 외래문화에 대한 개방성 등이다.

= 도시경쟁력을 다시 끌어 올리려면 위의 항목에 대한 분석과 대응 프로젝트들이 발굴 추진되어야 한다. 시장의 의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시 당국의 전략적 자원배분, 항목 별 전문집단의 수준과 기획력, 시의회의 동의와 협력, 사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이해를 높이는 언론의 역할, 시민고객의 참여와 자치능력 등이 갖추어져서 원활히 상호작용할 때 도시경쟁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

 

▲ 권영걸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이 지난 4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다시 끌어 올릴 복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청년 일자리 중개 기능 상시적으로 제도화해야”

Q. 도시경쟁력이 결국 시민행복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했는데, 추상적으로 들린다. 행복감과 불행감(不幸感)은 어디에서 오는가?


= 불행감 즉, 불만족, 박탈감, 소외감은 경제적 문제이기보다 문화적 요인에 기인한다. 지난 반세기 경제발전의 이면에 숨겨진 기층민들의 고단한 삶은 여러 요인에서 비롯됐지만, 정서적으로는 대개 문화접촉 기회의 결핍에서 온 것이다. 그것은 소득과 소유의 독과점이 문화 편중으로 이어진 사회구조 탓이다. 행복의 잣대는 절대적 기준에 있지 않고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평등에 기인한다.

= 지난 10년간 정부예산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문화예산은 8배나 증가했더라. 그러나 국민 문화향수실태조사를 보면 문화관람 등 문화 기회의 접촉은 대부분 항목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쉽게 이해 안 되는 현상이다. 소득 상위20% 대 하위20% 간의 문화지출 격차는 7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과 나란히 문화도 양극화 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 편중은 공동체 분열로 이어지기에 매우 위험한 것이다.

= 불행감은 가난, 실직, 이혼, 갈등, 불화 등에서 올 수도 있지만,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생물학적으로는 불쾌한 감각에서 온다고 말한다. 기분 나쁜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감정에는 최저선이 없고, 브레이크도 없다. 불쾌하면 축구경기 끝에 국가 간 전쟁도 불사하는 게 인간이다. 불쾌한 감정의 끝, 즉 행복의 마지막 문이 닫히면 사람은 대개 둘 중 하나를 택한다. 자살하거나, 전복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세상으로 바꾸려 한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안보’라는 개념이 나오는 것이다.

Q. 도시의 행복지수는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나? 무너진 행복은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 국가의 행복지수와 도시의 행복지수는 기준이 다소 다르지만, 대개 직업만족도, 적정한 소득수준, 양질의 의료 및 교육, 적은 차별과 격차, 낮은 세금, 건강한 식품, 거주 적합성, 낮은 범죄율, 낮은 자살율, 저공해, 문화적 상호작용 등으로 측정된다.

= 대개 북유럽 국가와 도시들이 높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높은 순위에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세계에서 보기 드문 빠른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화려한 경제적 성공에 비해 우리의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한 내외부의 평가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청·장·노년세대 간, 빈부 간, 동서지역 간, 정치·경제·사회계층 간 인식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우리의 행복지수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낮은 정치적 부패수준도 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 시민사회의 행복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경쟁보다는 협력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고, 양질의 주택공급과 주거안정 기반 및 고용안정 기반이 구축되어야 하고, 문화적 기회의 확대, 튼튼한 사회안전망, 세심한 복지체계를 구비해야 한다.

Q. 결국 행복은 국민과 도시민의 생활 문화에 직결되어 있다는 것인데, 문화정책은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하나?

= 한 나라의 발전을 흔히 국민총생산(GDP)으로 가늠하지만, 근년에 와서는 국민총행복(GDH)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은 문화향수 기회의 불균형, 문화소외 계층의 확대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 구조를 바꾸는 문화정책이 시급하다.

= 유럽도 처음부터 기울어지지 않은 고른 문화생태계 조성에 나선 게 아니었다. 그들도 시장중심주의 정책으로 문화가 자본 권력화 되는 과정을 경험했고, 뒤늦게 문화가 지닌 소통, 통합, 치유의 힘을 인식하게 됐다.

= 영국은 ‘최대다수에게 최고의 것을(the best for the most)’이라는 정책을 집권당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왔고, 과거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도 ‘보다 많은 사람을 위한 예술’, ‘문화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 등의 정책을 폈다. 그들의 문화정책 기조는 예외 없이 ‘모두를 위한 문화’다.
 

Q. 시민계층 중에서 청년의 행복이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데, 왜 그런가? 서울시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 청년이 중요한 것은 그들이 나라의 근(近)미래이기 때문이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은 상대적으로 원(遠)미래이고, 그들의 삶과 행복은 부모들에 종속된 변수다. 청년들은 독립적이지만, 아직 자립적이지 못한 상태이기에 그들의 삶은 도시행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할 대상이 된다. 경제규모 10위권 대에 있는 국가의 청년들이 자신의 나라를 ‘헬 조선’이라고 한다. 청년들이 자신의 나라를 지옥으로 본다면 이는 분명 위기의 나라다.

= 헬(지옥)은 성과중심의 시스템이 몰고 온 피로사회가 낳은 접두사다. 일차적으로 그 지옥은 교육에서 비롯됐다. 서울의 교육이 오고 있는 시대의 필요와 정합성을 이루도록 혁신되어 전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또 계층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온라인 교육플랫폼을 구축하고,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미래 유망산업 콘텐츠가 제공되어 그들의 취업을 도와야한다.

= 또 서울시가 청년들을 양질의 일자리에 중개하는 기능을 상시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취업 다음의 과제는 그들의 주거 매입 및 임대안정, 청년 복지서비스, 청년 재테크상담을 통한 자산형성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다. 그리고 결혼에 이어지는 출산 육아에 관한 제도적 행정적 지원이다. 

 

▲ 권영걸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이 지난 4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영덕 더퍼블릭 편집국장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이 개발보다 상위 행정서비스 되어야…소프트파워(Soft Power) 도시로의 전환에 매진”

Q.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문화정책과 디자인을 강조하는데, 시민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서는 어떤 사업이 가능할까?


= 문화 편중 현상을 교정하고 문화 소외계층에 대한 기회를 늘려가야 한다. 한 때 어느 정치가가 내놓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이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피폐한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휴식 없이는 창의도 없다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 나아가 문화예산의 바른 집행으로 공사립 문화시설에의 접근 문턱을 낮추고, 기층민들의 문화접촉의 기회를 늘리는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펴나가야 한다.

= 보수진영은 대개 무상제공에는 거부감을 갖지만, 이는 사회안전보장 비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어린이 양육, 급식, 교육, 안전을 돌보는 것은 부모세대, 나아가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 전체를 돌보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복지기본선(National Welfare Minimum)을 지키려 하듯이, ‘국민문화향유기본선’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공동체의 지속이 가능하다. 이른바 ‘문화안보’인 것이다.

= 시민의 건강과 안전이 도시의 개발보다 더 상위의 행정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시민의 건강이 온라인으로 관리되고, 각종의 재난과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시민 재난재해 어플리케이션’이 전 시민의 스마트폰에 설치되도록 하여 전시와 재난에 대비하고, 평시에는 각종 범죄, 사고, 응급 호출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Q. 서울을 넘어 우리나라 대도시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알고 싶다. 그들은 어떠한 문제를 안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지?

= 문제의 근원은 결국 도시를 기획하고 경영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닐까? 우리나라의 광역시와 대도시들은 대개 비슷한 문제들을 겪고 있다. 도시행정 지방행정을 잘 하라고 시장을 뽑아 놓으면, 선출되자마자 행정가에서 정치가로 변신한다. 도시라는 조직은 도시전문가로 자부하는 시 공무원들에 의해 운영된다. 그런데 그들의 경험과 숙련은 대개 산업시대의 도시행정 지식과 경험들이다. 또 시민은 시민대로 농경시대 시민, 산업시대 시민, 초고속 정보시대 시민으로 나뉘어져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서로 소통하지도 교류하지도 않는다.

= 20여년전 개인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몰고 오는 원인으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가 논의 되었지만, 오늘날의 정보격차는 그러한 수준에서 훨씬 더 증폭되어,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세대 간, 계층 간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사회적 관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화되어 있다.

= 시정에 전념할 수 없는 정치가 시장, 시대의 필요와 거리가 먼 매너리즘 행정공무원, 디지털혁명과 코로나로 설상가상 분리되고 해체된 시민사회 등의 문제가 교정되고 해결되어야 도시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Q. 많은 얘기를 나눴다. 마무리하면서 서울이 가야할 길, 서울의 미래를 위해 가장 강력히 드라이브해야할 방향을 짚어 달라.

= 하드웨어적으로 열악했던 시절에 서울은 개발 사업을 많이 했다. 현대적 삶을 담아내기 위한 인프라스트럭처가 일정 수준 갖추어진 지금, 서울은 조셉 나이(Joseph Nye)가 말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 도시로의 전환에 매진해야 한다. 물적 공간적 변화를 넘어 도시 생태성 지키기, 시민 창의성 높이기, 디지털 대전환에의 선제적 대응, 문화향수 기회 확대, 시민행복 제고, 서울 고유의 매력 창출 등으로 서울을 연성(軟性)도시 즉 소프트시티로 전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서울은 이제 양(量)의 도시에서 질(質)의 도시로, 질의 도시에서 격(格)의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가시적 변화가 많았던 지난 반세기의 서울에서, 콘텐츠의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이른바 스마트 어바니즘(Smart Urbanism) 시대를 열어 가야한다는 것이다. 위치기반서비스와 위성확인시스템을 통해 교통, 유통, 관광, 부동산의 실시간 통합정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 낭비가 없고 폐기를 줄이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문화를 확산시키고, 대기질 수질을 높여 청정 생태도시로 가는 방향과, 서울시민이 모두 미디어 친화적으로 고도화 되어가는 전환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 인생 2모작, 3모작 시대를 맞아 생애주기별 평생학습체제로 시민들이 자아실현의 행복을 누리도록 하는 한편, 빠른 속도로 다가온 인공지능시대의 부적응 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전 시민, 전 세대의 온라인 적응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나아가 정보통신, 치안행정, 교통물류, 자원순환, 기후변화 등의 제어에 전면적으로 첨단기술이 적용되는 스마트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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