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폭언·갑질’로 얼룩진 국방과학연구소…자주국방 목표 어디로?

최태우 기자 / 기사승인 : 2021-10-26 10: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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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군 수뇌부에 자문료 지급…‘전관예우’ 의혹 불거져

 

우리나라의 국방과학을 책임지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직장 내 괴롭힘, 연구진성과급 지급 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한 간부가 직원들에게 휴일 집안 농사일을 강요하고, “멍청한 새X”, “똑바로 못 하냐” 등 폭언과 정문에서 근무하는 부하 직원을 상대로 차량으로 돌진과 위협을 가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과거 ADD가 터키에 K2 흑표 전차 기술을 수출하면서 연구·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에 기술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연구원들끼리 전차 개발에 기여한 정도를 두고 사측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수년째 지급이 유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ADD소속 최고위 행정직원이 가족들을 연구소에 출입시키기 위해 절차를 무시하고 이 과정에서 청경들을 상대로 또다시 폭언을 했다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각종 논란으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은 문제 지적을 받은 연구기관 중 한 곳으로 전락한 국방과학연구소 안팎의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ADD연구원들 700억대 성과급 요구 소송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에 따르면, K2 흑표 전차 개발에 참여한 ADD 연구원 약 400명은 ADD를 상대로 2008년 성사된 터키 전차 기술수출에 따른 기술료 보상금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당초 연구원들은 개개인이 각각 소장을 제출했지만, 현재 3건의 소송으로 사건이 병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K2 납품업체인 현대로템이 2008년 알타이 전차 200대를 생산하는 터키에 전차 기술을 이전해주는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하면서 불거졌다.

현대로템의 기술 이전이 완료된 2015년 수출액 중 일부를 K2 핵심 기술을 개발한 ADD에 기술료로 지급했는데, 금액이 무려 1417억원에 달했다.

현행법령에 따르면, 기술료 가운데 절반은 연구진 성과급으로 지급되며, 나머지 절반은 ADD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게 돼 있어 성과급 700억원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를 두고 연구진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차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 400여 명에게 지급될 성과급은 인원 수에 맞게 배분되려 했지만, 상당수 연구원들은 전차 개발에 기여한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배분 방식에 불만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70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은 6년째 연구원들에게 지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성과급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연구진들은 결국 ADD 소장을 상대로 “성과급을 빨리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실제로 성과급을 분배하지 않은 기간 동안 사망하거나 은퇴한 연구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ADD가 1000억원이 넘는 기술료를 받아본 적도 없고,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나눠 준 적도 없었기에 성과급 지급에 대한 세밀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구원 2400명 중에서 400명이 집단 소송으로 참여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돈 문제로 인한 휴유증이 상당히 크게 남을 것”이라며 “성과급을 지급해야 할 사람들에게는 정당하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꼭 첨단무기를 만드는 데 재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부의 황당한 갑질…욕설·관사 가로채고 밭일 강요


ADD의 내부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한 간부가 휴일에 신입 직원들을 상대로 집안 농사일을 강요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아 중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17일 ADD에서 받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DD 반장금 간부 A씨는 지난해 3~9월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각종 갑질과 폭언, 위협 등을 했다. 피해자들은 ADD에 채용된 지 1년도 안 된 신입 청원경찰이었다.

A씨는 지난해 3월 휴일에 충남 태안 모친 소유 밭으로 부하 2명을 불러 양파 수확 등을 시키기도 했다.

6월에는 휴가 중이거나 근무 후 휴식 중인 부하들을 불러 고구마 모종을 심는 작업을 시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친형은 주변에서 골프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A씨는 부하 직원을 상대로 “똑바로 못 하냐, 멍청한 새X” 등 폭언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거나, 정문에서 근무하는 부하 직원을 상대로 차량으로 돌진과 위협 등을 가한 사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관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혼을 앞두고 있던 부하 직원에게 관사 신청을 하지 않도록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A씨는 과거 관사 입주 혜택을 받았지만, 당시 본인 소유 주택을 매각 후 이사 기간 동안 거처가 필요해지자 신혼부부 가산점을 받아 관사에 입주하려는 부하 직원에게 “다음에 신청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자신에 대한 부하들의 근무평가 내역을 부당하게 확인하거나, 부하들의 휴가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업무시간임에도 조기에 퇴근해 출입증을 대리로 찍게 하는 등 다양한 비위를 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ADD는 지난 6월 감사에서 A씨에 대해 “다수 청경들에게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줬으며 비위의 정도도 심하고 고의성이 있었다는 정황과 증거도 상당하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각종 기강해이 문제 역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의 내부 징계는 총 32건으로 확인됐는데, 이 중 음주운전이 18건으로 전체 징계의 50%를 웃돌았다.

또한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실시한 방위산업기술 보호실태 감사 이후 ▲비인가 저장매체 등을 연결해 사용한 행위 ▲단독망 노트북을 무단 반출하는 등 ▲영상자료 불법 다운로드 등의 보안 관련 문제 역시 징계 리스트에 올랐다.

올해 발생한 징계 6건 중에선 ‘연구소 내 음주 소란 행위’가 있었으며, 한 직원은 화재경보기 강제작동·휴게실 창문파손 등의 행위로 ‘근신’처분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을 속이기 위해 ‘출입증 태깅’을 부정으로 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해당 비위를 통해 식비 등을 부당으로 수령한 이유로 ‘견책’과 ‘근신’이라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보안은 어디에…책임관리원, 가족 출입 제지에 또다시 폭언

이 같은 국방과학연구소 고위직들의 폭언 등 갑질 횡포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ADD 최고위 행정직원이 절차를 무시하고 가족들을 연구소에 무리하게 출입시키는 과정에서 청경들을 상대로 또다시 폭언을 한 것이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ADD 감사실에서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ADD 책임관리원 A씨는 지난 8월 절차를 무시하고 군 보안시설인 ADD에 가족 3명을 들이려다 내부 신고에 따라 견책의 징계를 받았다.

해당 보고에서는 부인과 자녀 2명을 연구소 시설 내 체력단련장에 초대한 A씨는 정문 관리자가 보안규정 등에 따라 가족관계증명서 제출을 요구하자 폭언을 쏟아냈다.

그는 “내가 연구소에서 30년 넘게 근무했다”며 “규정을 다 지키고 어떻게 일을 하냐. 융통성이 없네”라며 규정에 따라 출입을 제한한 청결들을 쏘아붙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그 자리에서 청경들의 상급자인 보안팀장에게 전화해 “어떻게 해결 좀 해달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라며 막무가내로 시설 안으로 진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7월 연구원이 제공하는 휴양 시설을 이용한 후 술잔과 음식물을 방치한 채 퇴실해 6개월 간 숙소 이용 제한 처분을 받기도 했다.

당시에도 총무팀장에게 “가족 여행 때 시설에 묵으려 하니 이용 제한 시작일을 연기해달라”고 청탁한 사실 역시 드러났다.

이에 ADD 감사실은 A씨의 갑질이 국가공무원법, 임직원 행동강령, 취업규정 등을 위반한 행위로 보고 ‘경징계’ 이상인 ‘견책’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A씨는 징계 심의 과정에서도 본인의 행위에 대해 반성의 여지가 없으며,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던 것이라며 보안 규정을 탓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직 군 수뇌부에 자문료 지급…‘전관예우’ 논란

이처럼 각종 갑질로 얼룩진 ADD에서 당연직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각 군 전 참모총장 등이 형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지난 8일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방위사업청장 ▲국방과학연구소장 등 7명은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과학연구소의 당연직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통상적으로 매월 8건씩 자문해 월 320만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총 8840만원(총 221건)의 자문료를 받은 이왕근 전 공군총장은 29개월을 활동기간 중 25개월을 매달 8건씩 자문했다. 나머지 4개월은 각각 9건, 7건, 7건, 6건이었다.

8040만원(201건)을 받은 김용우 전 육군총장은 29개월의 재임기간 중 24개월을 8건씩, 나머지 5개월은 각각 9건, 6건, 2건, 2건, 2건을 자문했다.

4520만원(113건)을 받은 심승섭 전 해군총장은 16개월 중 14개월을, 3440만원(86건)을 받은 박한기 전 합참의장은 12개월 중 11개월을 매월 8건씩 자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 이승도 전 해병대사령관, 남세규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등도 매월 8건씩 자문했다.

이를 두고 국방과학연구소가 월 평균 8건의 자문을 구해, 자문료를 300만원선에서 맞춰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초 ADD는 ‘자문실적과 관계없이’ 월 300만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는데, 지난 2012년 8월 감사원으로부터 해당 사안에 대해 지적을 받은 뒤 자문 1건당 40만원씩 지급하도록 규정을 바꾼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이 월 평균 8건의 자문을 해주면서 제도 변경 이후에도 실질적인 자문료에 변동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즉, 연구소의 정책위원 위·해촉에 대한 규정도 최근 퇴직한 군 수뇌부의 처우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

합참의장 등이 전역·퇴직 후 당연직 정책위원이 되고, 후임 합참의장 등이 전역·퇴직하면 전임자는 해촉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임명직 이사도 정책위원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 위촉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 위원장은 “정책위원 제도가 형식적인 운영으로 전관예우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그 효과와 실효성을 따져보고 실질적인 자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미래 대한민국의 국방을 책임지기 위해 운영돼 온 국방과학연구소는 국방과학기술 분야의 세계 6위권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십 수년 이상 근무해 온 이른바 ‘고인물’들의 각종 갑질과 횡포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이 문제 지적을 받은 연구기관 중 한 곳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고인물들이 조직 내 물을 흐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이와 관련해 민 의원은 “높은 직위를 내세운 갑질은 시대착오적”이라며 “ADD가 고도의 보안 사항을 다루는 기관인 만큼 근무 기강 확립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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