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허위이력 사과를 두고 진영에 따라 평가가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세평이 지배적이다. 26일 사과로 국민의힘 일부에서 의혹을 잘 털어냈다는 긍정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의구심과 분노를 더 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건희의 사과에 대해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겠느냐”라는 윤 후보와 같은 당 소속인 홍준표 의원의 부정 평가를 보면 정치적 셈법이 다르다 해도 사람의 시선이나 생각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대척점에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평가는 논외로 해도 알맹이 빼고 무조건 사과하는데 뭘 사과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지적이 인다. 일각에서는 허위이력이라는 국민적 비난과 분노를 몇 마디의 싸구려 감성팔이 언어로 잠재우려는 ‘국민 기망’아니냐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과로 인해 의혹과 분노가 줄기는커녕, 분노를 일으키는 사과라는 세평이 지배적이다.
이번 김건희 사과 내용에는 허위이력에 대하여 구체성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위 부정 평가에 대해 반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실제로 사과 대상에게 용서를 받고 싶다면 잘못한 부분에 대한 사실 적시. 즉 본인이 무엇을 잘 못 했고 이로 인해 무엇이 어떻게 잘 못 되었는지 등 구체적인 언급을 통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그래서 사과에는 응당 잘못한 부분의 구체적 언급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김건희 사과에는 잘못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 필자는 짧은 대국민 사과 방송을 보는 내내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습니다” 라는 대목에서 아주 사소한 잘못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허위이력이 그저 조금 더 잘 보이려고 한 단순한 문제일까? 본인의 허위이력 접수한 대당 학교를 속인 행위이고 허위이력으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 실체가 있는 행위인데 막연하게 ‘잘 보이려 그런 행동을 했다’고? 통상적으로 단순 실수 등 오타 정도를 수정해야 할 때 ‘잘못 적었다’고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게 된다. 잘못 적었고 조금 부풀린 것 등 오타 수준의 기록 실수였다면 뭐 그리 대국민 사과를 할 정도로 용서를 구할 일이 애당초 아닌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는 의문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튼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해명자료는 다음과 같다. 서울 광남중학교 교생 실습 경력을 ‘광남중 근무’로 써서 정식교사 근무처럼 제출한 의혹에는 “부정확한 표기였다”고 했다. ‘영락고등학교미술교사(2급 정교사)’라고 쓴 데는 “영락여자상업고등학교 미술강사로 근무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또한 한국게임산업협회 설립 전 기획이사 재직 경력을 적어낸 데는 “상시적인 활동이 없었음에도 이력서에 그럴 듯한 경력처럼 기재한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김건희가 제출한 재직 증명서는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재직 증명서라는 문서에 기본적인 한자를 틀리게 써서 발급하는 회사가 있을까? 사과 내용에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 남편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뤄 하락하는 지지율에 내몰려 마지못해 선택한 사과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윤석열 후보는 부인 김건희 사과에 대해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 유튜브 채널에서 "온전히 국민이 판단할 몫" 이라고 평가를 유보하고 있지만, 윤 후보가 그간 내세운 공정과 정의라는 잣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허위이력에 대한 26일 김건희 사과는 과연 국민적 용서를 얻을지, 아니면 국민적 분노를 키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퍼블릭 / 김정순 언론학박사 lee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