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도약 ‘발목’ 잡는 랄라블라 잇딴 ‘갑질’…허연수 부회장 리더십 다시 시험대

GS리테일 도약 ‘발목’ 잡는 랄라블라 잇딴 ‘갑질’…허연수 부회장 리더십 다시 시험대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0.12.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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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GS홈쇼핑’ 시너지는?…‘동반성장지수 최우수’ GS리테일의 일탈

최근 유통가에서는 ‘뭉쳐야 산다’라는 트렌드 속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두 회사가 서로 손을 잡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CJ그룹과 네이버가 동맹 관계를 넘어 지분 교환을 통해 e커머스 혁신을 위한 e-풀필먼트(e-fulfillment) 사업 공동추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포괄적 사업제휴를 맺어 화제를 모았다. 

두 공룡 기업의 역사적 만남을 시작으로 유통가의 ‘온·오프라인 대통합’ 생존 전략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금처럼 경쟁이 날로 심화하는 상황에선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나뉜 형태로는 확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 전략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잇따른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번에는 ‘GS리테일’의 몸집 불리기 광폭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덩치를 키워 외풍을 견딜 체력을 비축하는 동시에 시너지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편의점 1위’인 GS리테일은 ‘홈쇼핑 1위’인 GS홈쇼핑과의 합병을 예고했다.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 제반 절차를 거쳐 내년 7월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GS리테일이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하면서 존속법인은 GS리테일이 된다. 합병 비율은 1 대 4.22로 GS홈쇼핑 1주당 GS리테일 신주 4.22주가 배정된다.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GS리테일과 온라인 모바일 커머스에 강점을 가진 GS홈쇼핑의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 9조원, 연간 거래액 15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온·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이 탄생한다.


GS리테일이 벌써부터 오는 2025년 기준 거래액 2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자 유통가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을 두고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오린안 연구원은 “유통업 내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구분짓는 것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며 “이런 측면에서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온·오프라인 통합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합병에 따른 기대효과는 양사의 고객 및 상품 영역에서 시너치 창출, 온·오프라인 플랫폼 통합 구축을 통한 커머스 기업으로의 확장”이라고 내다봤다.


GS홈쇼핑은 무차입 경영으로 유명한 만큼 올해 9월말 기준 40%를 웃도는 GS리테일의 차입금의존도를 안정적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GS홈쇼핑의 보유현금과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자산을 이용해 대규모 자본 확충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업무적으로나 재무적 측면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GS리테일은 올해 유통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뭉치면 산다’라는 말을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기업 중 유독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GS리테일은 로봇 배송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LG전자와 손잡은데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대형마트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농협하나로유통과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KT와는 물류최적화 플랫폼을 통한 물류운송 최적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성장세’ GS홈쇼핑, 저평가됐다?

그러나 모바일과 인터넷 사업부문의 급격한 성장세를 타고 있던 GS홈쇼핑 개인주주 입장에서는 저평가 합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영업이익률이나 부채비율을 따져보면 GS홈쇼핑이 우위에 있지만, 고평가된 GS리테일이 저평가된 GS홈쇼핑을 흡수합병 모양새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합병이 GS홈쇼핑의 주가가 낮은 시기에 결정되면 양사가 산정한 주당가액이 예년 주가에 미치지 못한다. 개인주주들은 오히려 손실을 입고 안정적인 수익창출과 우량한 현금흐름을 보이던 ‘알짜 배당주’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시가배당수익률 4% 중반이던 GS홈쇼핑은 올해 주당배당금과 시가배당수익률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GS홈쇼핑은 지난해 1097억원, 2018년 13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총매출이 6219억원으로, 전년 동기 6013억원보다 200억원 증가했다.


반면 GS리테일은 편의점 사업을 제외하고 슈퍼마켓 ‘GS더프레시’, H&B스토어 ‘랄라블라’, 호텔 등 다른 사업부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건 주력사업인 편의점까이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GS리테일의 지난 상반기 매출액은 4조35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7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그러나 부문별로 살펴보면 주력 사업인 편의점부문은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쳤고, 헬스앤뷰티부문의 적자폭은 더욱 커졌다. 호텔부문의 경우 적자전환했다.


3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8%, 1,1%, 3.7% 줄어들었다. 때문에 GS홈쇼핑이 GS리테일의 부진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GS리테일 측은 중장기적으로 이번 합병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합병가액 산정은 법적 기준에 따라 진행했으며, 합병 이후 배당성향 40% 수준을 지향하겠다는 주주 환원정책도 내놨다.


GS리테일은 합병 이후 핑크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나 시점 등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는 “플랫폼 간 통합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한 세부적인 전략이 미비하다”며 “아직까지 국내에 이종 플랫폼 간 통합을 통해 이상적인 시너지를 내는 뚜렷한 예시가 없다”고 지적했다.


시너지 넘어선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 효과

이번 양사의 합병은 ‘시너지’ 측면에서 관심받고 있지만 사실상 오너일가가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하다.

 
GS그룹 오너일가는 GS리테일-GS홈쇼핑 합병으로 유통 주력사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게 된 것이다. GS홈쇼핑 대표 이사 출신인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품에서 벗어났던 GS홈쇼핑이 다시금 오너일가의 직접 경영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지주사인 주식회사 GS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오너일가 50여 명이 지분 51.32%를 보유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주)GS는 GS리테일 지분 65.75%, GS홈쇼핑 지분 36.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주)GS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을 통해 나뉘어 있던 재원을 통합해 운영하는 동시에 보다 일원화된 전략 수립이 가능해졌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GS그룹 오너 일가 간 지배력 확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GS25의 편의점업계 1위 수성에 혁혁한 공을 세운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입지가 한층 탄탄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허 부회장이 GS그룹 허태수 회장과 3세 경영 ‘투톱 체제’를 공고히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잘 나가는 GS리테일 발목 잡는 랄라블라

합병을 계기로 그룹 내 영향력을 높인 허연수 부회장의 책임도 더욱 막중해졌다. 양사의 ‘알짜 협력’이 매우 중요해진 지금,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GS리테일의 내실 있는 운영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부회장 승진 후 첫 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난데 이어 상황에서 최근 잇따라 터지는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허 부회장이 GS리테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적극적으로 추진한 ‘H&B’사업이 뚜렷한 성과없이 구설에만 휘말리면서 그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GS리테일의 H&B스토어 랄라블라는 업계 2위라고는 하지만 시장 점유율은 5%를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업계 1위 CJ올리브영의 점유율은 약 50%다.


지난 2005년 허 부회장은 홍콩 AS왓슨과 합작으로 ‘왓슨스코리아’를 설립한 이후 2017년 6월 홍콩 AS왓슨 지분 50%를 119억원에 인수해 독자 경영을 선언했다. 그 다음해에는 ‘왓슨스’에서 ‘랄라블라’로 이름을 바꾸고 점포 확대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랄라블라로 새출발한 2018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내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GS리테일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을 때, 랄라블라는 지난해 심각한 적자를 못 이기고 점포 수 17%가량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올 1분기에 4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올해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9.1% 감소한 333억원을 기록해 적자폭이 더 커졌다.


최근 GS리테일이 주력인 편의점 사업과 함께 성장세 흐름을 탄 상황에서 랄라블라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상생’ GS리테일의 갑질 행보…허 부회장 책임론 커져

게다가 최근 랄라블라는 ‘갑질’ 행위로 구설에 오르면서 유통업계 최초로 동반성장위원회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등급을 받은 GS리테일의 명성에 먹칠까지 하고 있는 형국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랄라블라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5800만원을 부과했다. GS리테일이 다수 납품업체를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거래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거래를 한 기간도 2015년부터 2018년 5월까지로 상당하다. 왓슨스코리아는 랄라블라를 운영하면서 해당 기간 동안 353개 납품업체로부터 직매입한 98억원 어치의 상품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했다.


또 38개 납품업자에 ‘헬스·뷰티 시상식’ 행사비 명목으로 5억3000만원을 납품대금에서 공제했고, 2016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213건의 세일행사를 열면서 76개 납품업체에 서면약정 없이 행사비를 부담하게 하는 등의 부당행위도 적발됐다.

같은 시기 30개 납품업체에게는 지급 목적이나 액수에 관한 서면 약정 없이 판매장려금 2억8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공정위는 왓슨스코리아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GS리테일이 모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합병 전에도 왓슨스코리아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GS리테일이 이번 위법 행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건과 별개로 GS리테일은 올해에도 갑질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지난 7월 GS리테일 본사 MD A 씨는 9개 식음료 업체 납품 담당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 내용의 요지는 "당사 전 센터에 발주한 상품이 정상 입고되었는지, 미납이 발생했는지, 미납된 상품명과 수량 그리고 사유까지 작성해 매일 오후 3시까지 메일로 회신 달라. 회신이 없으면 저를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상응한 응대를 반드시 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9개 남품업체 담당자들은 MD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느꼈다. 특히 메일 말미에 “상응한 응대를 반드시 드리겠다”고 한 대목은 보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갑의 횡포라고 보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GS리테일은 동반성장지수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만큼 잇딴 갑질 논란의 흠집이 더욱 뼈아프다.

 
기업의 갑질 문제는 기업 신뢰에도 타격을 주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된다. 기업의 수장 역시 이같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다.


특히 최근 GS리테일이 GS홈쇼핑과의 합병을 통해 ‘유통 공룡’으로서 도약을 시도하자마자 구설수에 오른 만큼 허연수 부회장의 책임이 더 막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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