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노림수와 이준석의 분열의 정치…적신호 켜진 ‘정권교체’

안철수의 노림수와 이준석의 분열의 정치…적신호 켜진 ‘정권교체’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8.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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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무산됨에 따라 중도·보수진영의 단일대오 전선이 분열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책임론은 물론, 합당 무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은 향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당의 판을 깬 안철수…중도·보수진영 단일대오 붕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에서 멈추게 되었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최종적인 결과에 이르지 못했다. 통합을 기대하신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며, 두 당의 합당 무산을 공식 발표했다.


안철수 대표는 합당의 판을 깨버린 원인에 대해 “(국민의힘은)통합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확산해 가기보다는 오히려 상처를 입혔다”면서 “단지 합당을 위한 합당 또는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지층 확대 없이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며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이 불발되면서, 자칫 중도·보수진영이 분열된 채 제20대 대선을 치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는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무산됨에 따라 대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대표가 외곽에서 머물고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의 연합을 통해 세를 불린 뒤 대권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도·보수진영은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대표 등 분열된 상태에서 대선을 치러야 한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이준석의 ‘판단 미스’…대선 승패 좌우할 캐스팅보트로 떠오르는 안철수

국민의힘은 합당의 판을 깬 안철수 대표를 겨냥해 “야권 통합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양준우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국민의당의)과도한 지분 요구, 심지어 당명 변경과 같은 무리한 요구가 나왔으나 (국민의힘은)모두 양보하고 양해하는 자세로 임했다”며 “하나의 요구를 수용할 때마다 더 큰 요구들이 추가됐던 게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원인”이라며, 합당 불발에 대한 책임을 안 대표 및 국민의당으로 돌렸다.

다만, 국힘의힘 내부에선 안 대표의 책임도 적지 않지만, 이준석 대표의 ‘판단 미스’를 꼬집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직접 협상을 하겠다고 하길래, 그러면서 워낙 자신 있게 이야기를 했다”며 “그래서 사실 그냥 맡겨놓고 있었는데, 협상이 아니라 계속 공격만 하고는 ‘소강상태로 가면 저쪽에서 곧바로 협상이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속 이야기했는데, 저희들은 정말 그걸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국민의당을)공격하고 끊고 일주일이 지나니까 협상 결렬선언을 해버렸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반대로 가버렸다”면서 “이 대표의 판단에 잘못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 대표의 판단 미스를 지적했다.

아울러 김 최고위원은 “우리 당과 더불어민주당 계열, 이른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일합을 제대로 겨뤘던 때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대선이 있었던 2012년인데, 그 때 사실 보수진영이 최대한 동원하고 힘을 기울이고 표밭인 대구·경북에서는 80%이상 투표해서 80%이상 득표를 했던 그 시기에도 3%(포인트 차로)겨우 이겼다”며 “그런데 지금 안철수 대표가 갖고 있는 지분은 그보다 훨씬 높다”고 평가했다.

김 최고위원의 이 같은 언급은 안 대표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당과 야당의 대선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대선국면에서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로서의 자격은 갖췄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김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그러니까 안철수 대표와는 결국 같이 가야되고 점점 가치를 높게 안 대표를 대우해야 되는데, 괜히 ‘소 값 쳐 주겠다’느니 그런 식으로 비하하면서 협상에 나선 것은 상당한 패착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5월 20일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전력의 99.9%라고 생각하기에 굳이 비유하자면 소 값은 후하게 쳐드리겠지만 갑자기 급조하고 있는 당협 조직이나 이런 것들은 한 푼도 쳐드릴 수 없다”며, 안 대표 및 국민의당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과 마찬가지로 이 대표 역시 지난 8일과 10일 지방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내년 대선은 구도만 놓고 보면 우리가 5% 지는 선거”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대선 때 얼마나 인기가 좋았나. 그런데도 51.6% 대 48%로 이겼다. 겨우 3%포인트 차이로 이겼다”며, 현재 대선을 치른다면 5%포인트 차이로 필패할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론조사 상으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권교체를 기치로 야권을 통합해 대선을 치러도 모자랄 판국에 이 대표는 안철수 대표 및 국민의당을 자극시키는 등 야권을 분열로 몰아넣었다는 게 김재원 최고위원의 지적이다.

▲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안철수의 노림수…향후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겐 적잖은 부담

이준석 대표의 판단 미스로 중도·보수진영 통합이 물 건너감에 따라 이에 대한 부담은 향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게 됐다.


안철수 대표 입장에선 지금 당장 국민의힘에 들어간들 대선국면에서 정치적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국민의힘에는 이미 쟁쟁한 대선후보들이 포화상태기 때문에 안 대표가 들어간들 당내 경선을 뚫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적 실익도 없고, 경선을 뚫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안 대표가 과거 서울 노원병을 놓고 경쟁했던 이 대표에게 비하 발언을 들어가며 합당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것.

차라리 판을 깨고, 중도라는 포지션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채 향후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협상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선 안 대표와의 단일화가 절실할 수밖에 없고, 합당의 판을 깬 안 대표도 이 대목을 노렸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안 대표 및 국민의당을 겨냥한 이 대표의 압박은 중도·보수진영 단일대오 전선을 붕괴시키는 모양새가 됐고, 이는 향후 대선후보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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