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IBK기업은행 직원의 셀프 76억 대출··· 내부자 공모 가능성 '솔솔'

[추적]IBK기업은행 직원의 셀프 76억 대출··· 내부자 공모 가능성 '솔솔'

  • 기자명 김수영
  • 입력 2020.09.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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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대출 막고 법인대출에 다 뚫린 모니터링…업계선 공모 의심도

▲ IBK기업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김수영 기자]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직원이 수년에 걸쳐 벌인 부당 셀프대출과 관련해 조직적인 공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대출시 지점장이 가진 전결권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데, 사건이 불거지고 난 뒤에도 은행 측은 지점장에 대한 징계는 쉬쉬한 채 대출받은 직원만 징계하며 사건을 일단락시키는 모양새다.

통상 은행들은 내부직원 및 그 가족 등이 대출을 신청할 경우 내부 모니터링을 통해 심사 과정에서 해당 직원을 배제시켜 이해충돌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경우 모니터링에서 배제되는 것은 개인대출 한정이며, 법인대출의 경우 모니터링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은행은 임직원이 대출을 받을 때 시스템에 태워 심사를 받도록 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업은행은 지점장 자체 전결권이 세다”며 “기업은행 건은 법인(대출)이다 보니 사업자·법인정보 외 나머지 정보가 가려지며 발생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업은행은 지점장의 입김이 크게 영향을 미치며 대출승인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갖다보니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내부 공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는 상황이다.

4년간 내부직원 76억 대출, 평가차익만 수십억 추정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일 미래통합당 윤두현 의원실이 기업은행으로 제출받은 ‘대출취급의 적정성 조사 관련’ 문건에 따르면 기업은행 경기도 화성시 소재 한 지점의 차장으로 있던 A씨는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명의를 동원해 총 29건의 담보대출을 받았다. 금액만 해도 76억원에 이른다.

내부 직원이 셀프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자 업계에서조차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은행은 임직원들이 대출을 받을 때 회사 임직원의 부당대출을 방지하기 위해 본인과 가족 대출에 면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적용되는 만큼 기업은행의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A씨의 담보물은 경기도 일대의 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이다. 그의 대출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부동산 규제 정책이 나오면서 본격화됐다. 이렇게 4년여 간 A씨가 매입한 주택은 공교롭게도 부동산 상승기와 일치해 평가차익도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모니터링은 장식, 법인대출에 다 뚫렸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임직원이나 그의 가족 등이 대출을 받고자 할 경우 대출 심사 등 내부 프로세스에서 해당 직원의 참여를 배제시킨다. 담보 및 신용등급 평가 등에서 특혜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직원들 스스로도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의심이나 부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대출시 타행이나 타 지점을 이용한다.

기업은행의 경우 직원 본인에 대한 대출은 모니터링을 통해 아예 막혀 있었다. 하지만 A씨가 본인이 아닌 가족 회사의 법인명의로 대출을 받으며 모니터링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경우 문제시 된 건 법인·개인사업자 대출이다. A씨는 가족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법인(26건·73억3천만원) 및 개인사업자 대출(3건·2억4천만원)을 받았는데, 이 중 가족관계 확인을 위한 증빙서류가 요구되는 건 개인사업자 대출뿐이다. A씨가 시스템 상 구멍을 교묘히 파고든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모니터링 방식은 내부지침이라 저희도 알 수가 없지만 대개 본인확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절차 외에는 심사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걸 기본으로 한다”며 “어떻게 기업은행에서 이런 일이 수년간 이어졌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이 직원이나 가족이라 해서 정상대출까지 막을 수는 없고 보통 다른 은행이나 지점을 이용하도록 권고하는데 내부 직원이 수년 동안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충격적”이라고도 했다.

최종 결정권자 징계는 쉬쉬? 업계선 내부 공모 의심도

기업은행은 A씨를 면직처분하고 부동산 담보대출을 회수하는 등 후속 대처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대출을 최종 승인한 지점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징계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다른 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지점장이 전결권을 행사하며 대출승인의 최종 결정권한을 갖는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A씨만 징계하며 꼬리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A씨의 대출에 지점장이 모를 리 없었다는 것이다. A씨가 고객예금을 가족명의 회사로 흘려보냈지만 정작 이를 가능하도록 승인한 당시 지점장에 대해서는 현재 징계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왜 이런 비정상적인 가족대출을 묵인했는지 알 수 없다”며 “내부 공모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소홀 등의 사유로 상급 결재권자에 대한 인사조치가 있었지만 어떤 조치인지는 밝히기 힘들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관련인(가족 등) 거래 제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은행은 이날 A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직원 관리를 소홀히 한 지점장 등 관련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퍼블릭 / 김수영 기자 newspublic@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수영 newspublic@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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