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무관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고발 사주’ 의혹…김웅·손준성·제보자 핵심 키워드

윤석열과 무관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고발 사주’ 의혹…김웅·손준성·제보자 핵심 키워드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9.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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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당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를 겨냥했던 이른바 ‘윤석열 고발 사주’ 또는 ‘윤석열 청부 고발’ 의혹은 점점 윤석열 예비후보와는 무관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한 <뉴스버스> 및 범여권은 시종일관 윤석열 후보가 연관됐다는 프레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윤 후보가 지시 또는 개입한 정황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제보자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윤 후보가 연관됐을 개연성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지난해 4월 3일 당시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사법연수원 동기인 미래통합당 김웅 국회의원 후보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 등 3명, 언론사 관계자 7명, 성명 미상자 1명 등 총 11명에 대한 고발장을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전달했고, 김웅 후보는 이를 통합당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고발장에 적시된 피해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윤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 한동훈 검사장 등 3명이었고, 뉴스타파가 지난해 2월 보도한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보도와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이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고발장 주요내용이었다.

고발장 전달자는 손준성 검사로 지목되지만 <뉴스버스>와 여권은 손 검사는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윤석열 후보의 지시에 의한 고발장 전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시 또는 개입 정황은 없지만…손준성 직책 따져보니 고발 사주 몸통?

그런데 윤석열 당시 총장이 손 검사에게 고발 사주를 지시 또는 개입한 정황은 지금껏 확인된 바가 없다.


고발장을 김웅 후보에게 전달할 당시 손 검사의 직책이 검찰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직책이다 보니, 고발장도 윤석열 당시 총장의 지시에 의해 손 검사가 통합당에 전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뉴스버스> 및 범여권의 논리다.

<뉴스버스>는 8일자 보도에서 윤석열 후보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개연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손 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형사7부장을 지냈고,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2월부터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했다. 지난해 (제보자)A씨가 ‘손준성 보냄’의 고발장 등을 텔레그램으로 받았을 때인 총선 무렵에도 수사정보정책관이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과거 각계 동향 정보 등을 파악했던 범죄정보기획관의 후신 직제이고, ‘검찰총장의 눈·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터였다.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배치되는 만큼 손 검사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파악됐다. 여러 언론 기사에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복심’이란 표현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청구 사유 가운데 하나인 ‘판사 동향 분석 문건’을 당시 윤 총장의 지시로 작성한 이가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기사 내용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피해자가 윤석열 당시 총장과 아내 그리고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검사장이고, 이들에게 피해를 입힌 인물들을 고발하는 고발장 및 증거자료를 야당에 넘겨 고발을 하게끔 사주한 의혹에 대해 윤석열 후보가 관여한 정황은 없지만, 고발장을 전달한 손준성 검사의 직책을 따져봤을 때 당시 윤 총장의 지시로 고발장을 전달하지 않았겠느냐는 것.

다시 말해 명백한 증거나 정황은 없지만 기존 언론 보도를 검색해고, 손 검사의 직책을 따져보니 윤석열 당시 총장이 고발 사주에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뉴스버스>가 공개한 근거자료들…김웅·손준성 모의 정황만 

물론 <뉴스버스>는 고발장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고, 김웅 의원이 손 검사에게 전달받은 고발장 및 증거자료 등을 당시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에게 전달한 텔레그램 대화방도 공개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손 검사와 김웅 의원 간 모의 정황이다. 당시 윤 총장이 지시하거나 개입된 정황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뉴스버스>가 지난 2일 보도한 대로 ‘범여권 인사 야당 고발 사주는 명백한 정치공작…윤석열 검찰권 사유화’ 논리가 성립되려면 당시 윤 총장이 개입 또는 지시한 정황증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뉴스버스>가 내놓은 증거는 손 검사와 김웅 후보가 모의한 정황은 역력하지만 그렇다고 윤석열 후보가 관여된 정황은 아니라는 것.

따라서 손 검사의 직책만을 강조하며 윤 후보가 지시 또는 개입됐을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고발 사주 의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윤석열’이란 이름은 희미해져 가고, 검사 출신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몸 사리기로 일관하고 있는 김웅 의원의 ‘법꾸라지’ 같은 해명과 <뉴스버스>에 제보한 제보자가 누구인지, 제보자를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의문만 커져가고 있다.

尹이 손준성 유임 요구했다는 추미애…총장 지시였다면 지난해 압수수색 때 문제 됐어야 

<뉴스버스>가 윤석열 당시 총장이 개입한 또는 지시한 정황 증거를 내놓지 못하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손윤성 검사가 ‘윤석열 라인’이었음을 강조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다.


추미애 전 장관은 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8월 검찰 인사 때 손 검사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유임시키지 않으려 했으나, 윤석열 당시 총장의 반발로 최종 유임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추 전 장관은 “총장이 (손 검사 유임을)그렇게 강력하게 요청했던 것”이라며 “내 수족인데 왜 자르느냐는 논리였다. 수사정보정책관 자리는 총장의 손발인 자리인데, 지금 와서 나는 몰랐다고 하는 것은 자기 손발이 하는 일을 모른다는 것과 똑같다”며, 고발 사주 의혹의 주체가 윤 후보임을 지적했다.

다만, 추 전 장관의 이 같은 주장에는 반론이 제기된다.

앞서 거론했듯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청구 사유 가운데 하나인 ‘판사 동향 분석 문건’을 당시 윤 총장의 지시로 작성한 이가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이라고 <뉴스버스>가 주장했듯이, 대검 감찰부는 지난해 11월 25일 주요 사건 판사들의 신상정보 관련 문건을 작성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연히 손 검사가 사용한 컴퓨터 등은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이날 압수수색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총장의 직무를 정지한 지 하루 만이었는데,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직무 배제·징계 사유 중 하나로 이른바 재판부 사찰 문건을 지목했고, 이에 따른 압수수색이었다.

 

<뉴스버스> 및 추미애 전 장관 등 여권의 프레임대로 윤 후보의 지시로 손 검사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의원을 통해 야당에 고발을 사주했다면 이 당시 압수수색에서 당연히 탄로가 났거나 문제가 됐어야 했다.


눈엣가시 같은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하고 또 징계 조치를 내리기 위한 명분이 필요했었던 만큼, 철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을 것인데 당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는 일절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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