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수출규제 WTO 분쟁 절차 재개…“부당성과 불법성 입증하겠다”

정부, 日 수출규제 WTO 분쟁 절차 재개…“부당성과 불법성 입증하겠다”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0.06.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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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韓 WTO 절차 재개 발표 유감”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결국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재개 카드를 빼들었다. 일본 정부가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WTO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해서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취한 3대 품목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수출 절차 우대국) 명단인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대해 5월 말까지 일본의 입장을 밝히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일본은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결국 WTO 제소까지 가게 됐다.

2일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브리핑을 통해서 “일본 측의 답변은 있었지만, 우리가 기대한 답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불거진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시발점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판결의 보복성 조치로 지난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꿨다.

또 8월에는 한국을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의 이유로 ▲한일 정책 대화가 열리지 않아 신뢰관계가 훼손된 점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는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캐치올 규제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수출 심사·관리 조직·인력 불충분 등을 들었다.

이에 정부는 일본 정부가 문제로 제기한 사안을 제도 개선 등으로 모두 해소했다.

이와 관련해 나 실장은 “3개 품목의 경우 지난 11개월 동안 운영과정에서 일본이 수출규제 원인으로 지목한 안보상의 우려가 일절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를 원상복귀하지 않으면서, 정부는 WTO 분쟁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WTO 분쟁 절차를 밟는 것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이밖에 다른 대안으로 거론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은 미국의 반대로 인해서 사실상 시행에 옮기기 어렵다.

산업부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서 중단된 WTO 분쟁 해결기구가 재개하면 즉시 패널 설치 요청서를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 실장은 “(WTO)제소를 통해 일본 조치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과 함께 일본이 수출규제를 남용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도 있다.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을 때 한국 수출은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3개 규제 품목 가운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90% 이상 일본산이었고, 불화수소 역시 일본 제품 의존도가 40%를 넘었다. 그러나 수출규제가 지속되자 기업들은 수입처 다변화와 함께 일부 부품의 경우 국산화에 성공했다. 일본 역시도 수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수출 허가를 정상적으로 내줬다.

나 실장은 “지난해 12월 일부 품목에 대해 일본이 다소 수출규제를 완화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완화 역시 당초 3개 품목에 대한 개별허가와 다름없다. WTO 분쟁 해결 절차 재개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서만, 그것도 포괄허가를 개별허가로 바꿔서 수출제한 조치를 하는 것에 대한 불법성·부당성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부의 결정에 일본 측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모테기 일본 외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서 “당국간 대화가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WTO 절차 재개를) 발표한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관리 재검토(수출규제 강화)는 수출관리 제도의 정비(상황)와 그 운용실태에 맞춰 실시되는 것”이라며 일본의 조치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도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그동안)당국간 의사소통을 성실하게 쌓아온 만큼 한국측 발표는 매우 유감”이라며 “향후에도 일본의 입장을 (WTO 등에)확실히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WTO 분쟁 절차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과 최근 미국 등의 견제로 인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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