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션스 청년 공동칼럼]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안 통과

[굿네이션스 청년 공동칼럼]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안 통과

  • 기자명 재단법인 굿네이션스
  • 입력 2021.05.0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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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칼럼은 재단법인 굿네이션스에서 주관하는 '국회 보좌진 양성과정 STAFF'S INSIGHT'30기에 참여한 청년들이 공동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편집자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세 차례에 걸쳐 다른 법관의 사건에 개입하였다. 첫 번째 개입은 2015년에 있었던 ‘가토 다쓰야 사건’에 관한 것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에 대해 기사를 쓴 당시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하였다. 재판 판결 선고 전, 재판부에게 판결 요약본을 유출해 달라 요구하고 무혐의에서 명예 훼손이 인정된다는 내용으로 판결 내용을 바꾸었다. 두 번째 개입은 2016년 ‘프로 야구 선수 원정 도박사건’에서 발생했다. 사건의 담당 판사가 당초 사건을 정식 재판으로 회부 하려 했으나 이 과정에서 임 판사가 개입하여 정식 재판을 철회시켰고, 약식재판으로 유도하여 결국 벌금형을 받도록 하였다. 마지막 개입은 ‘2015년 쌍용차 집회 사건’에서 일어났다. 이 사건은 임 판사가 판결문 자체에 개입하였다. 판결 원본에 의한 선고가 마무리되었으나 임 판사는 판결문의 2-3곳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라며 삭제·수정하도록 지시했다. 이 세 사건 모두 재판 개입 행위에 해당하는데 이는 곧, 재판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에 위배되는 행위이다.

현재 임 판사는 헌법을 위배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1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의 행위가 위헌적이긴 하나, 조언에 불과하고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범여권 의원이 재판 결과와는 별개로, 재판 개입은 탄핵의 마땅한 이유라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관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었다. 탄핵은 단순히 법관직에서 물러나게만 하는 것이 아니다. 탄핵이 되면, 임 판사는 5년 동안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등의 직업을 가질 수 없게 되고 퇴직 급여, 퇴직 수당 등에서도 불이익을 겪게 된다. 탄핵은 단순 재판보다 개인의 명예와 관련해서도, 경제적인 측면에 관련해서도 강력한 처벌 방법이다.

하지만 이번 법관 탄핵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 리얼미터의 2월 3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관 탄핵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각각 44%, 45%로 팽팽히 갈렸다. 당시 80%가 넘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어긴 공직자를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제도이다. 관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탄핵을 당할 만한 행위를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탄핵을 지지하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 아닐까?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는 높은 찬성 비율이 보이는 반면, 동료 판사에 의해 ‘판사의 재판 독립성을 침해했기에 위헌적’이란 판결문을 받은 법관의 탄핵에는 이처럼 의견이 나뉘는 것일까?

문제는 ‘왜 지금인가’라는 점이다. 잘못된 공직자를 파면시키는 것이 잘못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반대를 하는 사람들은 사법적 정의 구현의 이면에 ‘정치적 셈법’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임성근 판사의 1심 판결이 선고된 것은 2020년 2월 14일이었고, 21대 국회가 개원한 것은 2020년 6월 5일이다. 그리고 탄핵소추안은 2021년 2월 1일에 발의되었다. 사법 개혁을 목 놓아 외치던 사람들은 장작 8개월 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들은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것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지금까지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지 않다가, 왜 지금에 와서야 이러는 것인지, 다른 꿍꿍이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드루킹 사건’, ‘조국·정경심 재판’ 등 여당에게 불리한 재판 결과가 속속히 나오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갈등을 통해 검찰 길들이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정치권이 사법부까지 자신의 발밑에 두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기는 것이다. 처음부터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법개혁을 추진했다면 그 순수성을 의심받지 않았겠지만, 시기적인 상황이‘이제 와서 왜’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당은, 만성적인 사법농단을 타파하기 위해선 이번 사건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폐쇄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법의 심판을 피해 가고, 퇴임 후에도 전관예우를 이용해 계속해서 공직 사회에 남아있는 등, 사법부의 폐단과 관련된 여러 사건들은 이러한 여당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공공연하게 강요되던 '사법 신뢰'도 의심을 사고 있다. 사법부가 재판 거래를 부정하면 국민들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도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러한 사법부의 현재 상태는 장기적으로 볼 때도 판사 개개인의 양심적인 판결을 막고, 사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만연한 인식만 강화할 뿐이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말했듯, 이제는 "고비마다 이런저런 정치적 이유로 미루고 말았던, 국회의 헌법상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것도 맞다.

하지만 그들이 진실로 '사법농단 타파'를 위했다면 임 판사뿐 아니라 행정부와 국회 관련 인사까지 모두 개혁했어야 한다. 임 판사의 사법 개입이 탄핵감은 맞지만, 그가 사법 개입을 유도한 시스템 전체를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청와대와 국회는 법원행정처를 통해 재판에 관여해왔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법원 청탁' 내용, 박근혜 정부 시절 드러난 '임종헌 차장의 공소장'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위헌적인 관행에 충실했던 행동 자체가 탄핵감이라면, 그 관행에 동조하고 묵인했던 주변 인사도 함께 탄핵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또한, '진짜 사법개혁'을 위해서라면 임 판사 이전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이 선행되었어야 한다. 헌법적 정당성 없이 직업 보장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법관으로서의 안위를 위해 자신이 지켜야 할 판사를 탄핵 사건에 방치했기 때문이다. 여당에서 이 점을 언급하지 않고 김 대법원장을 '삼권분립의 수호자'로, 임 판사를 '행실은 물론, 인성도 탄핵감'으로 낙인찍는 것은 사법농단의 심판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권력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이다. 판사가 정권의 입김을 받아 재판에 개입한 것도 잘못된 행위이다. 삼권 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며 동시에 헌법에 위배 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이번 탄핵소추가 법관의 소신을 위협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결을 이끌어 내려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면 이 또한 잘못된 행위이다.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헌법 제101조 1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법권의 독립을 위협하는 행위로 이 역시 위헌이기 때문이다.

이번 법관 탄핵소추안에 대한 평가가 ‘사법부 독주 견제’와 ‘사법권 독립에 대한 위협’으로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인가? 이 상황을 원활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한쪽의 의견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탄핵을 이어가면서도 사법개혁에 대한 의심을 종식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탄핵소추안은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사법개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 임 판사뿐만 아니라 대법원장 등 주변 인사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공개가 필요하다. 사법개혁이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여당은 충분한 탄핵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현재 여야가 사법개혁에 대해서 취하고 있는 입장의 간극을 줄여주고 나아가 국회의 합의된 목소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궁극적으로 법관 탄핵을 둘러싸고 분열되어 있는 국민들의 의견도 통합될 것이며 그에 따라 사법개혁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사법개혁을 위해서도, 헌법의 가치 수호를 위해서도, 국민들의 지지를 위해서도 법관 탄핵소추는 그 정당성을 증명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권력의 남용과 횡포를 방지하고 국가기관 사이의 올바른 견제와 균형을 확립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굿네이션스 청년 인턴 기자단 30기 1조]

조장 : 이승열(dhdgodi15@naver.com)

권민진(lucy7464@naver.com)

김미성(lizimpact258@naver.com)

선희경(seun8204@naver.com)

신민경(minky6724@naver.com)

이인준(injun9807@naver.com)

장다연(rebeckha0912@naver.com)

정영찬(ychan2570@gmail.com)

정현진(jeong.hyeonjin@aiesec.net)

 

*해당 칼럼은 재단법인 굿네이션스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재단법인 굿네이션스(GOOD NATIONS(이사장 심정우))는 대한민국에 국제본부를 둔 비영리 공공정책 재단법인으로, 지역, 국가 및 세계 차원에서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정책 수립 및 제도를 구축하고 이를 운용할 PUBLIC MIND를 가진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리더십 양성 플랫폼입니다. 국회보좌진양성과정, 청년정책아카데미, 입법전문가양성과정 등 다수의 민주 시민 교육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청년들의 정책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더퍼블릭 / 재단법인 굿네이션스 goodnations0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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