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잡겠다며 시작한 카톡 검열…정작 근원지인 ‘텔레그램’은 검열 제외

‘n번방’ 잡겠다며 시작한 카톡 검열…정작 근원지인 ‘텔레그램’은 검열 제외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1.1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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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최근 불법 촬영물과 음란물 등의 디지털 성범죄 영상 및 사진 유통을 막기 위해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된 가운데, n번방 사건에 활용됐던 텔레그램이 제외되면서 개인의 사생활만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불법 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 유통을 막기 위한 ‘n번방 방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검열 테스트를 하겠다’는 그룹 채팅방이 수십 개 개설됐다.

오픈 채팅은 사용자가 자신의 실제 카카오톡 프로필이 아닌 임의로 프로필을 사용할 수 있는 익명의 채팅방으로, 사진과 이름 등 개인정보 등이 공개되지 않는다.

실제 100여 명이 모여있는 한 ‘검열 테스트’ 채팅방에서는 사용자가 “어떤 사진이나 영상이 검열되는지 테스트하겠다”며 시간당 수백장의 사진 파일을 공유했다.

불법 촬영물이 아니어서 대부분 필터링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일부 사용자는 “여성의 신체 부위가 노출된 이미지나 동영상을 올리면 검열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카카오톡 검열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것이다. 개정법에 따라 8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고시했다.

카카오톡의 경우 관련 기술은 그룹 오픈 채팅방에만 적용되고, 일대일 오픈 채팅방이나 일반 채팅방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네이버 같은 국내 포털 사이트와 뽐뿌·보배드림·디시인사이드 등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역시 해당 법안이 적용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규정에 따라 해당 기업은 ▲불법 촬영물로 의심되는 콘텐츠 신고 시스템 마련 ▲불법 촬영물 검색에 자주 사용되는 단어 검색 제재 ▲불법 촬영물 등을 게재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전 고지 등을 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검열 규정이 모호하다는 부분이다. 무엇이 불법인지 정의가 모호해 정부의 주관대로 표현물을 검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에 적발·신고된 불법 촬영물을 데이터베이스에서 대조해 필터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새로 유포되는 디지털 성범죄물은 놓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더욱이 N번방 사건이 터진 주 공간은 해외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이었다. 서버가 해외에 있어 정부가 강제로 들여다볼 수 없다. 당초 개인정보를 절대 당국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운영방침을 통해 이용자들을 모았던 메신저다.

즉, 이미 정부가 얼마든지 강제 조처를 할 수 있었던 국내 사업자만 검열을 받게 된 것.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음란물을 구실로 인터넷을 통제하려 든다”면서 “당초 범죄행위가 발생했던 텔레그램을 막지 못하고, 국내 기업들과 이용자들의 규제만 늘어난 꼴”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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