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지지층의 ‘역선택’ 전략…달콤한 유혹에 빠진 유승민‧홍준표

범여권 지지층의 ‘역선택’ 전략…달콤한 유혹에 빠진 유승민‧홍준표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8.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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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예비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국민의힘 경선 선거관리위원회가 30일부터 이틀 동안 경선 후보 등록 신청을 받는 가운데,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여론조사 상으로 범야권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예비후보의 경우 당 선관위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인 반면,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홍준표‧유승민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정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방지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역선택이란 특정 정당 지지층이 반대 정당 경선에 의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범여권 지지층이 국민의힘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해 이재명‧이낙연 등 민주당 대선후보가 본선에서 승리하기 쉬운 상대를 지지하는 것이다.

범여권 지지층은 윤석열 예비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유승민‧홍준표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경선 관건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유승민‧홍준표 강력 반발 

국민의힘은 1차 예비경선(컷오프)으로 국민여론조사 100%를 반영해 다음달 15일 경선 후보 12명 중 8명을 추려낸데 이어, 10월 8일 국민여론조사 70%와 선거인단 투표 30%를 합산하는 2차 예비경선을 통해 4명으로 압축한다. 최종 후보는 11월 5일 국민여론조사 50%와 선거인단 투표 50% 방식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관건은 여론조사에 범여권 지지층 등이 참여하는 역선택을 허용하느냐 여부인데, 홍준표‧유승민 예비후보는 역선택 방지 조합 도입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유승민 예비후보는 지난 29일자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후보가 이달 초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을 만난 것을 거론하며 “정홍원 선관위원장이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이라는 걸 넣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졌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윤석열 캠프 주장과 똑같은 주장이다. 대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운운하는 건 정권교체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유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 같은 민주당 후보가 싫어서 국민의힘 후보를 찍겠다는 무당층, 중도층, 민주당원, 정의당원, 국민의당 당원들이 있는데 왜 그 분들을 적으로 돌리고 여론조사에서 배제해야 하느냐”며 “역선택 방지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우리 지지자가 될 수 있는 유권자들을 배제하고 정권교체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확장성을 포기하는 건 정권교체를 포기하자는 것”이라 지적했다.

유 후보는 이어 “역선택 방지가 옳지 않다는 것은 경선준비위원회가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까지 듣고 두 번이나 결정한 사항이고, 당 최고위원회가 추인까지 한 사항”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이걸 뒤집겠다는 게 윤석열 캠프의 주장이다. 불공정의 극치”라고 했다.

나아가 “여야를 통틀어 대선후보 경선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2007년 8월의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간 경선 당시의 여론조사에서도 역선택 방지는 없었다. 그 후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도, 2017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도 역선택 방지는 없었다”면서 “그런데 왜 그동안 한 번도 안하다가 유독 이번 대선 경선만 역선택 방지가 필요하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 중요한 때에 선관위가 판단력을 잃고 특정 후보에게 줄선다면 우리는 또 한번 정권을 내주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그리고 의심받고 싶지 않다면 경준위가 결정하고 최고위가 추인한 경선룰에 손대지 마시라”며 “이제 와서 윤석열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경선룰을, 정권교체를 포기하는 경선룰을 만든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선관위에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예비후보도 “지금 와서 호남을 소외 시킬 수 있는 역선택 방지 조항은 크나큰 역풍을 불러 올수도 있다. 기존의 경선 룰은 후보자 전원이 동의하지 않는 한 바꾸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경선 출발부터 파열음이 일어 경선 자체가 어려워 질수 있다”며 “대통령 후보는 개방 경선으로 가야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되지 우리끼리 모여 골목대장을 뽑는 선거는 아니다. 더 이상 이 문제로 논란이 계속 되어서는 당과 후보들 모두 힘들어 질 것”이라며, 역선택 방지 도입 반대를 분명히 했다.

유승민‧홍준표 지지하는 진보층‧범여권‧호남

이처럼 유승민‧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가 싫은 범여권 당원과 중도층 그리고 호남을 배제해선 안 된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이들의 주장과 달리 민주당 대선후보가 본선에서 승리하기 쉬운 상대에게 전략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공개된 TBS-KSOI의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후보 28.4%, 홍준표 후보 20.5%, 유승민 후보 10.3%를 기록했다.

이념성향별 중 중도층은 29.6%가 윤 후보를 지지했고, 홍 후보 22.4%, 유 후보 12.7%로 집계됐으며, 진보층에선 윤 후보 8.2%, 홍 후보 27.3%, 유 후보 12.6%를 기록했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층은 윤 후보를 5.1% 지지하는데 그쳤으나 홍 후보에겐 28.6%의 지지를 보냈고, 유 후보도 16.4%의 응답률을 보였다.

정의당 지지층은 윤 후보 11.5%, 홍 후보 5.2%, 유 후보 20.8%의 지지를 보냈고,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선 윤 후보 4.2%, 홍 후보 37.7%, 유 후보 6.4%로 조사됐다.

호남에서 윤 후보는 8.2%, 홍 후보 21.7%, 유 후보 17.3%를 기록했다.

25일 공개된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연출됐다.

중도층 30.3%는 윤 후보를 지지했고, 홍 후보 20.4%, 유 후보 12.6%를 기록했다. 진보층에선 윤 후보 13.0%, 홍 후보 24.1%, 유 후보 15.2%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층은 윤 후보를 5.2% 지지하는데 그쳤으나 홍 후보에겐 26.8%의 지지를 보냈고, 유 후보도 17.6%의 응답률을 보였다.

정의당 지지층은 윤 후보 7.7%, 홍 후보 15.4%, 유 후보 13.4%의 지지를 보냈고, 열린민주당 지지층에선 윤 후보 9.6%, 홍 후보 30.1%, 유 후보 14.2%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호남의 경우 윤 후보 17.4%, 홍 후보 21.5%, 유 후보 15.4%를 기록했다.

여야 후보 모두 모아놓은 여론조사…역선택 거품 빠져

유승민‧홍준표 후보의 주장대로 범야권 차기 대선후보 조사에서 범여권 정당과 호남에서 이들의 지지율이 높게 집계됐다.


다만, 본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을 범여권 지지층의 역선택을 거둬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까?

앞서 거론한 TBS-KSOI 여론조사의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다시 말해 범여권 후보 및 범야권 후보별이 아닌 여야 대선후보들을 모두 모아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중도층의 30.0%가 윤 후보를 지지했고, 홍 후보(8.7%)와 유 후보(3.7%)는 한 자릿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다.

진보층에선 윤 후보(6.9%)와 홍 후보(4.3%), 유 후보(1.8%)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고, 범여권 정당 지지자들 및 호남지역에서도 야권 후보는 한 자릿수 지지율을 면치 못했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결과적으로 범여권 지지층 등은 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예비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홍준표‧유승민 예비후보와 맞붙을 경우 정권재창출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판단 하에 이들을 지지하는 것이지, 본선에서도 이들을 지지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

범여권 지지층의 전략적 역선택…방조야말로 정권교체 포기 행위 

경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포기하는 행위라는 게 유승민‧홍준표 후보의 주장이지만, 오히려 자신의 지지율 상승에 유리하다고 여겨 범여권 지지층의 전략적 역선택임을 알면서도 이를 방조하는 것이야말로 정권교체를 포기하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본선에서 야권 대선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을 범여권 지지층이다. 이들이 지금 지지를 보내는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야말로 거품이 껴있는 게 아닌가.

최재형 캠프 측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유승민 후보를 겨냥해 “역선택 방지는 무당층과 중도층 또는 같은 야당인 정의당, 국민의당 지지자들을 배제하는 게 아니다”라며 “막강한 동원력을 가진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이 좌표를 찍고 국민의힘 경선에 끼어들어 결과를 조작하려는 시도를 막자는 것”이라 일갈했다.

최재형 캠프 측은 이어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이 유 후보를 찍는 게 정말로 본인을 좋아해서 그런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믿는다면 최소한의 상식도 없는 심각한 정치적 난독증”이라며 “또 유 후보는 ‘과거에 없던 역선택 조항을 왜 넣느냐’고 하는데, 아니 여론조사를 보면 선거 결과를 훼손하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개입이 명백한데 바라만보고 있으라는 것인가. 도대체 유 후보는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 후보인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홍준표 후보를 겨냥해서는 “그는 당 대표이던 2018년 3월 19일 당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 지지층과 정의당 지지층,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당 후보를 뽑는데 투표권을 줄 수 없다. 과거 우리 여론조사 규정이 엉터리 중에 엉터리였다. 그래서 당헌을 전국위원회에서 바꿨다. 여론조사가 득표수가 환산되기 때문에 어차피 본선에 우리 안 찍을 사람이 역선택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던 분이 이번 경선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신을 선택해 지지도가 올라가는 양상을 보이자 갑자기 역선택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홍 후보의 말 바꾸기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말로는 정권교체를 외치면서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 선관위는 대선후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자문 등을 종합해 다음달 5일까지 역선택 방지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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