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으로 둔갑된 ‘권언유착’의 실체[추적]

‘검언유착’으로 둔갑된 ‘권언유착’의 실체[추적]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0.08.0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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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보수언론의 유착?…집권세력과 어용언론의 유착

▲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가 의혹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한 지난 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검사선서가 걸려있다. 검찰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공모 여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일단 이 전 기자의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지금부터 MBC의 단독 보도 시작합니다. 금융 사기죄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전 신라젠의 대주주 이철 씨 측이 MBC에 제보를 해왔습니다. 채널A의 한 법조 기자가 신라젠 행사에 강의를 한 적이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알고 있으면 털어 놓으라면서 접촉을 해왔는데 그 방식이 취재 수준을 넘어 공포스러웠다는 겁니다. 바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서 가족은 다치지 않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이른바 유 이사장을 엮을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했다는 건데요.”

검찰과 보수언론의 유착,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의 시발점이었던 지난 3월 31일자 MBC 보도의 전문(前文)이다.

MBC 보도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이철 씨 측에 유시민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며 가족까지 거론했다는 채널A 기자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채널A 기자와 친분이 있다는 검사장은 좌천은 물론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법무부 장관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어 채널A 기자와 검사장이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이유로 유시민 이사장과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공모했다는 KBS의 오보까지 초래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검언유착이 아닌 권력과 언론이 유착한 권·언 유착으로 판이 뒤집어지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집권세력과 친정권 성향의 언론이 공모해 검찰조직의 수장과 그의 수족을 부숴버릴 공작으로 의심되는 권언 유착 의혹에 대해 짚어봤다.

공모라더니…궁색해진 사법부

권언유착에 ‘쐐기’박은 권경애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현재 수감 중인 신라젠 대주주 이철 씨를 협박했다는 취지의 지난 3월 31일자 MBC 보도로 검찰과 보수언론의 유착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이어 4월 7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서울중앙지검에 채널A 기자 등을 고발했고, 고발장을 접수받은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달 28일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했으며, 6월 16일에는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이처럼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이철 씨 측이, 다시 말해 이철 씨가 대리인으로 내세운 사기·횡령 전과자인 ‘제보자X’ 지모 씨가 채널A 기자를 만날 때 몰래카메라를 동원한 MBC 취재진과 동행하면서 함정을 팠다는 ‘함정 취재’ 의혹이 제기됐다.

채널A 기자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지 씨가 먼저 ‘검찰과의 교감이 있는 것이냐’며 검찰 간부를 통한 이철 씨의 선처 약속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등 자신을 덫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지 씨는 검언 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장본인이다. 채널A 기자와 지 씨가 마지막으로 만난 것으로 전해진 지난 3월 22일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열린민주당 대표)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면서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고 했고, 지 씨는 황희석 전 국장의 페북 글과 사진을 자신의 페북에 옮기면서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 ㅋㅋㅋㅋ”이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사건의 발단은 사기꾼 지 씨가 최강욱-황희석과 꾸민 작전”이라며 “이들의 음모론을 현실로 둔갑시키는 데에는 MBC가 동원됐다”며 함정취재 의혹에 무게를 더했다.

하지만 집권세력과 친정권 성향의 언론이 꾸민 함정취재라는 의혹 제기는 일각의 주장으로 그치는 듯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손을 떼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사실상 수용한데 이어 채널A 기자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채널A 기자 구속 다음날 나온 KBS 보도

이제 다음 목표는 채널A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심을 받는 한동훈 검사장.

채널A 기자가 구속된 다음날이었던 지난달 18일, KBS는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이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KBS는 “두 사람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유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며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 유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전했다.

MBC에 이어 KBS까지 나서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의 유착관계 의혹에 무게를 더한 것이다.

다만, 이 시점부터 기류가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흐름이 변하는 변곡점이 연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채널A 기자 측은 KBS의 보도에 즉각 반격을 가했다. KBS 보도 다음날이었던 지난달 19일, 채널A 기자의 변호인은 “한 검사장은 (유시민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이 전 기자의 취재를 돕겠다고 독려한 적이 없다”면서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이 지난 2월 13일 만나 대화를 나눈 ‘부산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유시민 이사장이 출국할 것 같다는 채널A 기자의 말에 한 검사장은 “관심 없어.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 그 1년 전 이맘때쯤과 지금 유시민의 위상과 말의 무게를 비교해 봐”라며 유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KBS는 이날 저녁 9시 뉴스를 통해 “다양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지만,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며 오보임을 인정했다.

‘검언유착’ 전제로 구속영장 발부한 판사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은 한동훈 검사장을 구속 기소하기 위해 열을 올렸지만, 한 검사장은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고, 수사심의위원회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한 채 한 검사장을 겨냥한 수사를 지속해 나갔고,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진웅 부장검사의 ‘독직폭행(瀆職暴行-공권력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감금 혹은 폭행하는 것)’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은 채널A 기자를 구속기소 하면서도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 즉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 어떤 혐의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7일 채널A 기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영장전담 판사의 판단은 궁색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채널A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피의자(채널A기자)가 특정한 취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한동훈 검사장)과 연결하여 피해자(이철)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했는데,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를 단정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를 밝히지 못함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 사유가 적법했냐는 지적과 함께 다분히 정치적 판단이 아니었냐는 비판을 자초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를 밝히지 못한데 대해, 한 검사장 측은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애초 한 검사장은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으므로 중앙지검이 공모라고 적시 못한 것은 당연하다”며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왜곡해 부르는 것을 자제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중앙지검이 진행하지 않은 MBC와 소위 제보자X, 정치인 등의 공작 혹은 ‘권언유착’ 부분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지난 5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불러일으킨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민변 출신 변호사의 폭로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도 없던 압박과 공포”

‘검언유착→권언유착’의 변곡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원래 문재인 정권을 지지했지만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조용히 이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며 비판 입장으로 선회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권경애 변호사가 권언유착 의혹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 6일자 <조선일보> 및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권경애 변호사는 지난 5일 오전 2시께 페이스북에 ‘곧 삭제 예정. 옮기지 마세요’라는 글과 함께 “지난해 9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당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했다는 보도를 보고, 페북에 ‘스카이캐슬이 끝나고 하우스오브카드(미 백악관을 배경으로 한 정치 드라마)의 시작이냐’는 간단한 글을 올렸다”면서 “5분도 채 지나기 전에 민정(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전화가 왔다”고 적었다.

권 변호사는 “그날의 보도와 전화통화가 시작이었다. 이 정부의 검찰개혁안에 대한 적극적 응원이 의심으로 바뀌었던 변곡점”이라며 “그 후 꽤 유혹적인 회유의 거래 제안도 왔었고, 입을 다물라는 직접적인 경고와 압박도 꽤 여러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는 정말 나 하나쯤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겠구나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면서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도 없던 압박과 공포였다”고 토로했다.

권 변호사는 “그리고 (지난 3월 31일)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나아가 “날 아끼던 선배의 충고로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지위가 너무 높았다”며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니 말이다”라며 전화를 건 당사자를 추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그때까지도 그 전화에 대고 나도 거의 울먹이듯 소리 지르며 호소를 했었다. 촛불정부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느냐고”라며 “그리고 몇 시간 후 (MBC의)한동훈 보도가 떴고, 그 전화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그리 필요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상혁 “허위사실”‥기억 오류 소동?

“윤석열·한동훈 쫓아내야”…토사구팽

한상혁, 제보자X-최강욱-황희석 작전 알았나?…“명백한 허위사실, 악의적 보도”

권경애 변호사의 주장대로 MBC 보도 직전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 권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고 언급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문재인 정권 고위직 인사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된 것으로 검찰과 보수언론의 유착이 아닌 권력과 언론의 유착, 권언유착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권언유착의 결과물인 MBC 보도는 한동훈 검사장을 내쫓기 위한 목적으로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을 공모로 엮은 ‘정치공작’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권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고 호소(?)한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목됐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5일자 페이스북에서 “MBC 보도를 전후하여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미 지모씨-최강욱-황희석의 ‘작전’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라며 “결국 이 공작에 한상혁 위원장, (열린민주당)최강욱 대표, 황희석 최고위원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간부까지 가담했다는 얘기고, 거기에 MBC가 동원되고 KBS가 이용됐다. 특히 MBC의 경우 이 공작을 위해 매우 치밀한 함정 취재 계획까지 세웠다”고 꼬집었다.

권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 인물로 지목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강력 부인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지난 6일 입장문을 내고 “채널A 기자와 검사장 간 유착 의혹을 보도한 3월 31일 MBC 보도 직전에 권경애 변호사와 통화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통화 시간은 MBC 보도가 나간 후 1시간 이상 지난 9시 9분”이라며 당시 통화한 휴대전화 통화목록 캡처 화면을 첨부했다.

한 위원장은 “통화 내용 또한 MBC 보도와 관련 없는 내용이었고, 해당 보도 이전에 채널A 사건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같은 허위사실을 기초로 해 MBC의 보도 내용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다는 등의 추측성 보도는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중앙일보 보도는 물론 같은 내용의 허위사실을 적시한 이후의 보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책임을 묻겠다”며 더 이상의 확산을 경계했다.


▲ MBC의 '검언유착' 의혹이 보도되기 전에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사자로 지목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강력히 부인했다. 사진은 한 위원장이 권 변호사와 통화한 기록.

“기억의 오류로 권언유착 의혹 덮을 수 없다”

한상혁 위원장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자, 권경애 변호사는 한 발짝 더 나갔다. 자신의 기억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한 위원장이 한동훈 검사장뿐 아니라 윤석열 총장까지 쫓아내야 한다고 했다는 것.

권 변호사는 지난 6일자 페이스북에 “지난 3월 31일 제가 한상혁 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시간은 오후 9시경이 맞다”며 “그 날 저는 MBC 보도를 보지 못한 상태로 야근 중에 한 위원장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통화를 마친 몇 시간 이후에 보도를 확인하였기에 시간을 둘러싼 기억에 오류가 있었다”며 한 위원장 주장대로 MBC 보도 이후 통화했음을 인정했다.

권 변호사는 그러면서도 당시 한 시간 반 가까이 이어졌다는 한 위원장과의 통화내용 일부를 공개했는데, 권 변호사가 공개한 통화내용은 이렇다.

 

▶(한상혁)윤석열이랑 한동훈은 꼭 쫓아내야 한다.

▷(권경애)촛불 정권이 맞냐. 그럼 채동욱 쫓아내고 윤석열 내친 박근혜와 뭐가 다르냐,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어떻게 쫓아 내냐. 윤석열은 임기가 보장된 거고. 윤석열 장모는 수사 하면 되지 않느냐?

▶(한상혁)장모나 부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김건희를 잘 안다. 윤석열도 똑같다, 나쁜 놈이다. 한동훈은 진짜 아주 나쁜 놈이다. 쫓아내야 돼.

▷(권경애)한동훈 등등은 다 지방으로 쫓아 내지 않았냐.

▶(한상혁)부산 가서도 저러고 있다. 아예 쫓아내야지. 한동훈은 내가 대리인으로 조사를 받아봤잖아. 진짜 나쁜 놈이다.

▷(권경애)수사 참여할 때 검사가 좋아 보일 리가 있나.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한상혁)곧 알게 돼.

권 변호사는 “(한 위원장과 통화 뒤)뒤늦게 확인한 MBC 보도에서 한동훈 검사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는데도, 보도 직후에 그의 이름이 언급이 되어서 강한 의구심이 들었고, 이런 내용을 지인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자료를 가지고 있다”며 “한상혁 위원장은 왜 3월 31일 MBC가 A검사장으로만 보도하였음에도 ‘한동훈’의 이름과 ‘부산’을 언급하셨는지 내내 의문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권언유착의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권언유착의 의혹을 시간을 둘러싼 기억의 오류로 덮을 수는 없다”며 “앞으로 해야 할 말이 있으면 페북을 통하도록 하겠다. 언론의 취재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취재와 수사로 권언유착 의혹의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집권당은 권경애 변호사의 ‘기억 오류에 의한 소동’이라며 권언유착에 선을 긋고 있다.

집권당은 한상혁 위원장과 권 변호사의 통화 시점이 MBC 보도가 나간 지 1시간 이후여서 한 위원장이 보도 내용을 사전에 알았거나 관여하지 않았음이 분명해 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본질은 MBC 보도에서 한 검사장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는데도, 한상혁 위원장은 보도 직후 윤석열 총장과 한 검사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내쫓아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기관인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수장의 인식이 이렇다 보니 권언유착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 한 위원장이 ‘부산’을 언급한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진중권 전 교수는 “한 위원장이 부산 얘기도 했다고 하는데, 후에 공개될 부산 녹취록 속의 대화를 가리키는 듯하다”며 “그러니까 한동훈 검사장이 부산에서 한 일에 관해 한 위원장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긴데, 그건 당시 MBC 취재팀과 최강욱-황희석 조만 알고 있었을 정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게 공모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적어도 최강욱-황희석이 MBC와 작전을 벌이는 동안 상황을 서로 공유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살아있는 권력도 예외는 아니다!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뜻의 토사구팽(兎死狗烹).

지금의 윤석열 검찰에게 딱 들어맞는 사자성어가 아닌가 싶다.

권경애 변호사의 주장대로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윤석열 총장과 그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내쫓으려 했다면, 여기에 일각에서 지목하고 있는 전직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무부 인권국장, 친정권 성향의 언론까지 가세해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면, 이는 과거 정권 적폐청산 수사로 ‘권력의 충견’ 역할을 톡톡히 했던 윤석열 검찰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는 방증이지 싶다.

윤석열 검찰 스스로가 토사구팽의 빌미를 제공한 것일 수도 있다.

적당히 뭉갰으면 좋았을 것을 기어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를 기소한데 이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국회의원),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현 국회의원)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살아있는 권력의 심기를 몹시도 불편케 했다.

집권세력 입장에선 적폐세력 사냥도 끝났겠다, 감히 살아있는 권력의 역린을 건드린 죄를 윤석열 검찰에게 물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윤석열 검찰에게 죄를 묻기 위해 집권세력이 검언유착이라는 공작을 벌였다면, 이는 실패로 귀결될 공산이 농후해지고 있다. 역풍이 불면서 권언유착의 흐름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판이 뒤집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일 윤석열 총장은 신임 검사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합니다.”라고.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듯 집권세력도 예외는 아니다. 부정부패 및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으면 이를 뭉개려 하지 말고 그에 합당한 죗값을 치르는 게 마땅하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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