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덕 작가 화문집 ‘음미여운(音美旅運) 이야기’ 출간

박명덕 작가 화문집 ‘음미여운(音美旅運) 이야기’ 출간

  • 기자명 김강석
  • 입력 2022.04.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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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강석 기자] 박명덕 교수의 화문집‘ 음미여운(音美旅運)이 25일 나왔다.

 

박명덕 교수는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동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학교 교수 정년퇴임 후 현재는 겸임교수로 있다. 일본 교토대학 외국인 초청학자, 서울시 문화재위원 및 한옥위원회 위원, 한국건축역사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박 교수는 “이 책은 한 사람의 열정 어린 도전기이고, 고향을 그리면서 가족의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고 품고 산 속마음을 풀어낸 것이다. 풀어내는 솜씨가 모자라지만, 나중에 손주들이 커서 할아버지가 살았던 삶의 일부를 들여다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 책에 담는다”고 말했다.

 

<이하 출판사 김윤태 대표의 이 책에 대한 소개글>

삼가헌(三可軒)에 가본 적이 있다. 대구 근처의 달성에 위치해 있다.

최근에 퇴임 대통령의 사저가 달성군 자리 잡아 입에 오르내린 일이 있지만, 본래 오래전부터 달성군 파회(波回)마을은 유서가 깊은 곳이다.

순천 박씨들이 대대로 모여 사는 집성 마을로, 조선 시대 충절의 표상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육신(死六臣)의 한 분인 충정공 박팽년(충정공 박팽년, 1417~1456)의 후손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다.

삼가란 무엇인가?

중용(中庸)에 나오는 말에서 종택의 이름을 지었다는데, 그 뜻은 이러하다고 한다.

天下國家可均也, 爵祿可辭也, 白刃可蹈也, 中庸不可能也
(천하국가가균야, 작록가사야, 백도가답야, 중용불가능야)

“천하와 국가는 다스릴 수 있고, 관직과 녹봉도 사양할 수 있고, 날카로운 칼날 위를 밟을 수도 있지만, 중용은 불가능하다.”라는 뜻이다.

마지막 문장에 눈길이 간다.

중용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선비들은 그것을 지향하지 않았는가?
그 끊임없는 수양이 곧 선비의 자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덧붙여 설명하면, 천하를 다스림은 지(知)이고, 작록을 거부하는 것은 인(仁)이며, 칼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은 용(勇)에 해당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이러한 내면과 외연의 완성, 선비로서의 덕목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용은 불가능하다고 했으니, 과연 학문의 끝과 선비의 길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삼가헌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몇 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집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풍파를 겪었다. 화재로 소실되거나 전란이 있었거나 풍상에 쇠락하여 부침을 거듭했다. 오늘날의 모습은 4대에 걸쳐 105년 만에 완성했다. 덕분에 더 선명하고 단아하며 깨끗하고 고결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손을 대지 않고 부득이 손을 대더라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 한옥이 대개 불편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참고 이겨내며 오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선비의 내공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마디로 응축해 표현하면 이런 표현이 어울릴 듯 싶다. 역시 중용에 나오는 말이다.

“지극한 정성(至誠)은 쉼 없이 움직이며, 영원하며, 넓고도 두터우며, 높고도 밝다.”

그 삼가헌에서 책의 저자 박명덕은 태어났다. 태생적으로 선비의 자질을 몸에 입었다. 지금도 형님인 박도덕 선생이 종택을 지키고 있다. 몇 백 년의 세월을 통해 응집되고 누적된 선비의 정신이 고스란히 그에게 이어져 오늘날의 그를 완성시키지 않았을까?

삼가헌 편액의 글씨 또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글씨는 조선 후기 전주의 유명한 서예가인 창암(蒼菴) 이삼만(李三晩) 선생의 글씨라 한다. 흔히 ‘창암체’라고 일컫는 독자적인 서체를 이룬 대가로 알려져 있다. 단정한 듯 다정한 듯, 귀 기울여 학문을 정취하며 선현을 생각하고 후학을 도모하라는 깊고 둥근 뜻이 담긴 듯한 글씨였다. 사랑채 마루에는 삼가헌을 지은 내력을 기록한 기문과, 정면에 미수 허목 선생의 글씨체로 알려진 ‘예의염치 효제충신(禮義廉恥 孝悌忠信)’이라는 글씨가 판각되어 있다. 개인적인 소감이지만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한 순간이었다.

정문을 가로질러 마당을 지나 안채를 보고 왼쪽으로 가면 이 집의 백미인 파산서당과 하엽정을 만난다. 그 곁을 기웃거리면 계절에 상관없이 연꽃 향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박명덕은 달성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을 졸업한 공학박사이다. 동양미래대학교에서 정년 퇴임 후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일본 교토대학 외국인 초청학자와 서울시 문화재위원 및 한옥위원회 위원, 한국건축역사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조금도 그 정도(正道)에서 벗어남이 없이 외길을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명덕은 오롯하게 그 길을 걸었다. 굳이 간단하게 자서전이라 칭하고 나누어 보면 그만일 것을, 책의 제목에서 보듯 ‘화문집’이라 붙인 까닭이 거기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책에는 건축을 공부한 사람으로서의 일생의 작업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그림, 악기, 여행, 운동 등등의 기록들이 촘촘하게 나열되어 있다. 또 다른 부제인 음미여운(音美旅運)의 의미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은 흐트러지는 나의 의지를 다시 세우기 위해 고향과 가족을 생각했고, 학생들의 거울이 되어야 하는 선생으로서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기 위해 취미로 그 간극을 메꿔 갔다. 어릴 때부터 손에 익은 그림을 그렸고, 40대 때 마라톤에 도전하여 풀코스 300회를 완주한 이후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올랐고, 50살을 넘어서서는 정년을 대비해 노후 보험용으로 대금을 배웠고, 방학 때는 답사 겸 스케치를 위해 외국에 나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나의 본분은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에 매진해야 하는 교수였기에 남과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쪼개 아껴야 했고, 부지런해야 했다. 남이 보면 두루뭉술하고 그냥 그대로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휴일을 집에서 지낸 적이 없었고, 6시간 이상을 자본 적도 없다. 치열한 도전이었고 처절한 싸움이었지만, 이룬 후의 보람은 또다른 자신감으로 되돌아왔다.”

참 부지런도 하다. 이만한 양의 글을 쓰는 것 역시 소양과 필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면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글을 다루는 솜씨마저 직업적인 문장가에 버금가는 내공이 있다. 그것은 화려함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정확하게 기록할 줄 아는 집중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천천히, 찬찬히 자신에게로 다가가는 것이다. 그가 교수로서의 직업적 가치를 고양시킬 수 있었던 것은 학문적 소양을 지탱할 수 있는 끊임없는 지적 탐구로서의 학자적 지향점이 전방위적이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로서는 아도르노의 말처럼 ‘무식한 전문가’일 수는 없었다. 그 부단한 노력, 그에 수반되는 꼼꼼한 기록에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책을 구성하는 치밀함도 그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다. 사랑, 가족, 도전, 그림, 여행, 배움으로 이루어진 구성의 그 일목요연함이 참 따스하다. 다만 책의 부피에 더불어 너무 많이 할애된 가족 이야기가 약간의 옥의 티이다. 그러나 고향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이 책의 출발점이라고 한다면 굳이 타박받을 일은 아닐 것이다. 책에 수록된 많은 그림과 소소한 설명들이 그런 아쉬움을 훌쩍 상쇄하고도 남으니 말이다.

더러 사람들은 고색창연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법고창신을 더불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어령 교수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살면서 받는 모든 것이 선물이었고, 탄생의 그 자리로 돌아간다.”

너무 외람된 표현일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개인에게는 따스한 기록이고 돌아갈 자리를 탐색하는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 사람만의 인생의 기록으로만 치부될 일이 아닌 잠재적인 가치가 내재돼 있다.

더퍼블릭 / 김강석 기자 kim_ks02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강석 kim_ks02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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