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94 마스크 신뢰위기, 식약처 책임론 대두

KF94 마스크 신뢰위기, 식약처 책임론 대두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5.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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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에르 마스크’ 제조정지 사태에 사후약방문 지적 잇달아

▲ 식약처 제조업무 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아에르 마스크’ 제조사 ㈜씨앤투스성진의 소비자 사과문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범국민적인 건강 이슈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책적 차원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비전을 갖고 업무를 추진하는 게 아니라, 사건이 발생하면 뒤늦게 적발하고 대응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최근 중국산 김치의 위생문제가 심각한 국민적 이슈로 대두된 바 있는데, 중국에 직접 조치를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이른바 ‘대국-속국’ 발언을 한 식약처 직원의 설명이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다.

식약처는 그 후 5월 중순까지 통관을 기다리는 중국산 김치의 안전문제를 검사했고, 15종의 김치에서 식중독균을 발견해 반송-폐기 조치를 취했다.

국가적으로는 마땅히 대응할 수 없지만 통관 과정에서 심사는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문제는 그동안 어떤 김치가 들어왔고, 식약처는 그 김치들을 어떻게 관리했느냐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은 ‘알몸김치 동영상’에 대한 한국인들의 분노가 심각해지자, 내수용 김치였고, 수출용은 다르다는 등의 해명을 내놓았는데 그러한 조치 이후의 김치에서 이 정도 문제점이 발생했다면, 그 이전의 상황은 어떠했을지 짐작하기도 싫다”면서 “평소 식약처의 중국산 먹거리 관리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태인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중독균 김치’ 사태의 국내버전 같은 일이 마스크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업계 수위의 마스크 업체가 안전성 검사 등을 소홀히 함으로써 제조정지 처분을 받은 것이다.

요즘 학부모를 중심으로 ‘핫’한 마스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에르 마스크’가 마땅히 거쳐야할 안전 관련 시험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을 적발한 식약처는 제조중지 3개월이라는 고강도 처분을 내렸다.

아에르 마스크는 사과했지만, 제품에는 이상이 없다며 유통을 계속하는 모양새다. 여러 가지 대목에서 국민적 분노를 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식약처는 최근 경기도 이천시 소재 (주)씨앤투스성진의 '아에르스탠다드라이트에스보건용마스크(KF80)' '씨에스보건용마스크(KF94)'에 대해 품목 제조업무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7월31일까지 해당 마스크를 생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상 제품은 의약외품 '아에르스탠다드라이트에스보건용마스크', '씨에스보건용마스크(KF94, 중형, 네이비)', '씨에스보건용마스크(KF94, 중형, 베이지)', '씨에스보건용마스크(KF94, 중형, 아이보리)' 등이고, 규정위반 내용은 '안면부흡기저항', '분진포집효율' 시험을 철저히 하지 않고 제조 판매한 사실이 있다는 것. 이는 약사법과 의약품 안전규칙 등을 위반한 것이다.

그런데, 아에르 마스크를 생산하는 씨앤투스성진 측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아에르 마스크 검사 절차상의 착오가 발생하여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고 밝히면서 ‘판매한 제품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안내했다.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에다, 해당제품에 대한 조치도 없는 무성의한 대응이었다.

아에르 마스크 측 씨앤투스성진에서 내놓은 이 같은 사과문을 통해 드러난 식약처 조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들의 지적은 크게 두 가지. △사소한 행정실수에 제조정지 처분을 내렸는가 하는 의문과 △제조정지를 할만큼 심각한 사안인데 제품에는 이상이 없는가 하는 점이다.

식약처가 아에르 마스크가 행정절차 미숙이라고 주장한 것에 동의한다면,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생길 일이 아니지만, 잘못한 것은 맞기 때문에 적발해 처분한 셈이다. 행정적 절차의 문제에 대해 생산업무정지라는 고강도 처분을 내리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만약, 제조를 중단해야 할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식약처가 판단한 것이라면, 정말로 제품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혹은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면, 당연히 기존 유통제품에 대한 조치를 포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마스크를 제조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짧은 기간에 대표적 기업으로 자리잡은 아에르 마스크의 제조 태도와 대응방법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방역-위생당국의 관리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제품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KF94마스크 전체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마스크 제조업체는 약 1500개 수준이고 1주일에 약 1억장의 마스크가 생산되고 있다.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울만큼 커져버린 시장에서 방역당국이 해야 할 일은 투명한 절차를 만들고, 그 절차를 지키지 않을 때는 국민건강의 차원에서 엄격한 처분을 내리는 방식으로 관리했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학부모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끈 제품이 절차를 어겨 제조했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이 크다는 지적이다.

아에르 마스크 사태를 지켜봐온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스크 대란이 발생했던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식약처를 비롯한 방역-안전당국이 유통과정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특정업체 특혜론까지 불거진 것과 비교해 본다면, 제조과정에 대한 감독은 부실했다고 말해도 할말이 없어 보인다”면서 “아에르 마스크 사태는 무엇보다 씨앤투스성진의 책임이 크지만, 1년 넘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마스크 생산과정에 대한 감독, 그리고 KF94라는 공인되고 깂비싼 마스크에 대한 감독에 구멍이 생겼다는 점에서 식약처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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