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이제 ‘문재인의 시간’…최후의 결단 ‘검수완박 그리고 사면’

[심층분석]이제 ‘문재인의 시간’…최후의 결단 ‘검수완박 그리고 사면’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2.04.2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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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5년 동안 갈라치기 정치로 끝까지 지지층 결집...퇴임 앞둔 대통령의 '대선 불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2017년 1월 1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카고에 가진 퇴임연설에서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열흘 후 전 세계는 자유로운 선거로 선출된 한 대통령으로부터 선거로 선출된 다음 대통령에게 평화적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민주주의의 특징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 당선인인 트럼프에게 최선을 다해 자연스럽게 권력이 이양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전임 대통령에게 최선을 다한 자연스러운 권력 이양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에게 평화적 권력 이양이 가능했는지 모른다.

이에 반해 문재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구속되는 바람에 최선을 다한 자연스러운 권력 이양을 받아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음 대통령에게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문 대통령은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대담에서, 다음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집무실 이전에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 된다’며 딴지를 걸거나, 새 대통령에 대해 ‘결과적으로 다른 당의 후보가 돼서 대통령 당선된 거는 그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 됐다. 검찰의 정치화를 막는 데서도 중요한 일인데 중도에 (검찰총장직을)관두고 간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고 험담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딴지와 험담을 두고, 6·1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갈라치기를 통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후임 대통령 측도 좌시하지만은 않았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전직 대통령이 협조해서 잘 도왔다’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게 국가 지도자로서 품격이라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후임 대통령 측은 조만간 전직이 될 대통령의 협조를 촉구했지만, 작금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사태나 ‘사면론’이 불거지는 걸 보면, 문 대통령에게 평화적 권력 이양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이에 <더퍼블릭>이 임기말 ‘대통령 문재인’에 남은 마지막 정치적 결단에 대해 짚어봤다.

#검수완박에 대한 文의 선택지 ①공포…정치적 책임 짊어져야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 검수완박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표결 저지에 나섰으나, 28일 0시 임시국회 회기 종료에 따라 필리버스터도 종료됐고, 이에 따라 검찰청법 개정안은 다음 본회의에서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


다음 본회의는 30일 오후 2시로,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로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이날 자정을 기해 임시국회 회기를 종료하는 ‘회기 변경의 건’ 상정 및 의결 절차를 진행한 뒤, 또 다른 검수완박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날 자정까지 형사소송법 개정안 표결을 저지할 것인데, 5월 1일 0시를 기해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필리버스터도 종료된다. 민주당은 5월 3일 본회의를 재차 소집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치는 등 검수완박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나면 ‘국회의 시간→대통령의 시간’으로 전환된다. 이 때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지는 3가지다.

첫 번째 선택지는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는 것이다. 5월 3일 정기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거나, 국회에서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 표결이 지연돼 국무회의 공포가 어려울 경우 퇴임 하루 전인 5월 8일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포 4개월 후인 9월부터 검수완박법이 본격 시행되는데, 이에 대한 향후 정치적 책임은 문 대통령이 짊어져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26일~27일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의 절차 및 내용을 문제 삼아 지난 27일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검수완박 입법 절차 및 내용에 위법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헌재가 검수완박 법안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것이다.

대검찰청도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에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한 다툼이 있을 경우 이를 헌재가 가려달라는 소송이다. 즉, 행정기관인 검찰이 입법기관인 국회의 검수완박 입법 절차 및 내용에 위법한 부분이 있으니 헌재가 이를 심판해달라는 취지다.

검찰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내겠다는 입장인데, 헌재가 이를 인용할 경우 권한쟁의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검수완박 법안 처리 효력은 중단된다.

헌재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권한쟁의심판에서 검찰의 손을 들어줄 경우 검수완박법을 공포한 문 대통령에게 그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헌재 결정에 따라 문 대통령의 판단이 잘못된 선택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는 것.


▲ 헌법재판소 심판정.


#검수완박에 대한 文의 선택지 ②거부권 행사…민주당, 검수완박 추진 동력 상실

다른 선택지는 5월 3일 정기국무회의에서든 5월 8일 임시국무회의에서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헌법 제53조는 대통령 거부권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해당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있을 때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는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해당 법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

다만, 민주당이 재의결을 강행하기란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도 공식적으로 검수완박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선 추진 동력을 상실한 것인데, 그럼에도 재의결을 강행할 경우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소지가 크다. 민심의 역풍을 맞아 지방선거에서 참패라도 한다면 조직력 와해로 2년 뒤 있을 총선을 장담하기 어렵고, ‘여소야대→여대야소’의 결과가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110석의 의석수(4월 29일 기준)를 확보하고 있는 국민의힘 전원이 재의결에 출석할 경우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재의결이 불가하기도 하다.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기 전 첫번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검수완박에 대한 文의 선택지 ③무선택…공포와 같은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공포하지도 않거나, 거부권을 행사하지도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헌법 제53조 5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회 법안 통과 이후 15일 이내에 공포나 재의 요구를 하지 아니한 때에도 해당 법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

확정된 법안은 대통령이 지체 없이 공포해야 하는데, 만약 문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공포나 재의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시기상 확정된 검수완박 법안의 공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확정된 법안을 공포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장이 이를 공포하게 돼있다.

문 대통령이 공포하지 않거나 거부권을 행사하지도 않는 선택을 하더라도 검수완박법은 법률로서 확정되는 탓에, 앞서 거론한 것처럼 헌재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거나 권한쟁의심판에서 검찰 손을 들어줄 경우 그 책임을 져야 한다.

특별사면에 대한 경우의 수…①통 큰 사면 ②선별적 사면 ③사면 없이 퇴임

검수완박 법안 공포 또는 거부권 행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정치적 결단 중 하나라면, 다른 하나의 결단은 ‘특별사면’ 여부다.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사면에 대한 각계 요청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듯, 각계각층에서 퇴임 전 사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사면 여부에 대해 청와대 측은 “정해진 바 없다”로 일관하고 있지만, 사면은 결정됐고 최종 명단 결정만 남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면 대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석기 전 의원 등 정치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단한다면 퇴임 하루 전날인 내달 8일 석가탄신일에 단행할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는데, ‘사면심사위원회→대통령에 최종 명단 보고→국무회의 의결’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내주 초까지는 사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다만, 사면 대상에 대한 각계 입장이 달라 결단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간담회에서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 여부가 우리가 따라야 할 (사면)판단 기준”이라며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민주당과 진보 시민단체는 이재용 부회장 및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겨냥해 “비리 기업인에 대한 특사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 달라”는 입장이고, 국민의힘과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대법원 판결문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점에 김경수 전 지사와 정경심 전 교수의 특사를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각계 입장이 다른지라 문 대통령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 모두를 통 크게 사면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보수‧진보 등 각계각층의 비난이 빗발칠 소지가 크고, 그렇다고 누군 해주고, 누군 안 해줘도 비난 여론에 직면하는 건 마찬가지다.

통 큰 사면을 하든 선별적 사면을 하든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탓에 문 대통령이 마지막 특사 없이 퇴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 국민청원 답변을 하고 있다.

“끝이 좋아야 다 좋은 법이다”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열흘도 채 안 남았는데, 지난 5년간의 문재인 정권을 반추해보면 ▶부동산 폭등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최저시급 급격한 인상 ▶탈원전 ▶공공주도의 알바 일자리 ▶결과적으로 국민세금이 들어간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로 돌아온 대북정책 ▶중국몽과 3불 정책 ▶조국 사태가 초래한 국민 분열 ▶캠코더 인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구속 ▶반일 정책 ▶K-방역 등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인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과연 역사는 문재인 정권 5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국민들은 이미 문 대통령이 임명했던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면서 5년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이제 문 대통령의 마지막 결단이 남았다. 문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에 따라 역사는 형사사법체계 붕괴 위기를 막아낸 인물로 평가할 수도, 부패가 완전히 판을 치는 ‘부패완판’ 사회의 시초로 평가할 수도 있다.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유명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제목처럼 끝이 좋아야 다 좋은 법이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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