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윤석열‧원희룡과 각 세우는 진짜 이유…‘유승민+하태경’ 대권 플랜

이준석이 윤석열‧원희룡과 각 세우는 진짜 이유…‘유승민+하태경’ 대권 플랜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8.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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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속이 상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황교안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지난 19일자 페이스북의 한 토막이다.

내년 3월 9일 예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정권교체가 이뤄지길 바라는 국민들이 작금의 제1야당을 보고 있노라면 딱 이 심정이 아닐까 싶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고 치켜세울 만큼, 여의도 정치권에 세대교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제1야당 대표가 대선국면에서 당내 일부 대선후보들과 각을 세우는 등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보니 ‘속이 상해 눈물이 날 지경’이라는 황교안 예비후보의 심정에 동조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황교안 예비후보는 비록 지난해 4·15 총선에서 ‘공천실패’로 역대급 참패를 당해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한국당 대표 시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철회를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하거나,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청) 법안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강력한 ‘대여투쟁’의 결기를 보여준 바 있다.

물론 야당의 대여투쟁은 정권의 일방독주 견제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투쟁 일변도로 일관할 경우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다만, 삭발이나 단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제1야당 대표라면 정권의 독선과 일방독주에 제동을 걸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등 일정 부분 대여투쟁에 나서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해 정권 비판 보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라 의심받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집권세력이 사활을 거는 현 시국에, 제1야당 대표에게서 대여투쟁의 결기는 찾아볼 수 없다.

당 안팎에서 ‘방송 나가서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정작 대여투쟁에는 소홀하다’, ‘당 대표가 대여투쟁은 외면한 채 내부의 적과 싸우는데 열중하고 있다’ 등의 비판이 잇따르자, 이를 의식했는지 집권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의결을 강행하는 시점에서야 규탄 시위에 참석했다.

이에 <더퍼블릭>이 자신과 가까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판을 까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제1야당 대표의 ‘염불보다 잿밥’ 행태에 대해 들여다봤다.

악법 ‘언론재갈법’에 손 놓고 있던 제1야당 대표

집권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언론이 허위·조작보도를 했을 때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의결을 강행했던 지난 19일, 제1야당은 집권당의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문체위 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제1야당 원내대표 주도로 진행된 이날 시위 현장에는 당의 수장인 이준석 대표도 참석했는데, 이 대표는 “국민의힘은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 말살, 언론장악 기도에 대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강력하게 투쟁’하리라는 것을 말씀 드리겠다”며 “꼭 이 악법을 막아낼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힘을 모아 주시라. 저희가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이른바 ‘언론재갈법’이라 비판받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절대적이라면, 제아무리 집권당이 171석을 갖고 있다한들 입법독주를 강행하기란 여의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들께서 힘을 모아 달라’고 촉구한 제1야당 대표가 정작 국민들이 제1야당에 힘을 모아주게끔 대여투쟁의 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드루킹 특검을 관철시키기 위한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단식 투쟁과 공수처·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집권당에 철회를 요구했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강력투쟁에 이어, 삭발에 단식까지 강행했던 황교안 전 대표의 결기까지는 바라지는 않더라도 악법 저지를 위한 대국민 호소 등 국민들이 힘을 모아줄 명분 정도는 제시했어야 했다.

대선을 앞두고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해 정권 비판 보도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8월 임시국회 내(오는 25일)에 처리하려는 집권당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제1야당 대표는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당 안팎에서 ‘방송 나가서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정작 대여투쟁에는 소홀하다’, ‘당 대표는 무대를 만들고 공정하게 심판을 보는 역할인데 대선주자들을 본인 프레임에 넣으려고 한다’, ‘당 대표가 대여투쟁은 외면한 채 내부의 적과 싸우는데 열중하고 있다’ 등의 쓴 소리가 잇따르자, 그제 서야 국민들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하니 국민들 입장에선 어이가 없을 것이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규탄하고 있다.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혹독한 토론 레이스…누구를 위해 판을 까나?

지난 18일 제1야당 대표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저지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면담을 가졌다고 한다.


이준석 대표는 이 자리에서 “언론노조의 문제의식에 크게 공감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안건조정위원회를 통해 강행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아 안타깝다”며 “이럴 거면 오히려 우리가 처음에 더 강하게 투쟁했어야 한다는 반성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 대표가 자성할 만큼, 그동안 제1야당이 강하게 투쟁하지 못했던 건 이준석 대표가 대여투쟁보다 당내 일부 대선후보들과 대립각을 세우는데 더 몰두했던 탓이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입당압박 ▶기습입당 논란 ▶봉사활동 불참 논란 ▶탄핵 발언 논란 ▶경선준비위원회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 참여 논란 ▶통화내용 녹취록 유출 논란 등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갈등구도를 연출했고, 최근에는 원희룡 예비후보와 ‘저거(윤석열 또는 갈등) 곧 정리된다’는 통화 발언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가 대여투쟁은 등한시하고 내부총질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대해 ▶자기정치 ▶자기 과시형 리더십 ▶존재감 강화 등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석들은 결국 2030세대 지지층을 앞세워 당 대선후보들을 줄 세우려 한다는 의심으로 귀결된다.

아울러 지지율이 높은 특정 후보를 흠집 냄과 더불어 좀처럼 오르지 않는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도록 판을 깔기 위함이라는 의심도 있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는 당초 당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9월부터 최종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11월까지 방송사 토론회, 팀 배틀 토론회, 각 시도별 토론회 등 최대 20여 차례에 달하는 혹독한 토론 레이스를 기획했다.

이 같은 토론 레이스는 공개 토론경쟁(나는 국민의힘 대변인이다)을 통해 당 대변인을 선발했던 이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혹독한 토론 레이스는 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으고 당 대선후보들이 경제·노동·복지·외교·통일·환경·안보 등 국정을 이끌어갈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검증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여의도 토론에 익숙한 예비후보들, 특히 대선 토론회를 이미 경험한 바 있는 유승민·홍준표 예비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여의도 토론이 생소한 윤석열·최재형 예비후보 등에겐 상대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원희룡 “이준석, 尹 토론회 두 번 하면 버티지 못한다고 해”

또한 토론회 과정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는 윤석열 예비후보에게 공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이와 관련해 이준석 대표가 한 언론사에 ‘윤 예비후보는 토론회 두 번하면 버티지 못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원희룡 예비후보는 지난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저거 곧 정리된다)이게 발단이 뭐냐 하면 다른 언론사에 그 ‘토론회 두 번하면 버티지 못한다, 윤 총장이’. 그 얘기를 했다는 그 얘기가 있었는데, 저는 거기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게 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그게 정체불명이 아니라는 말이냐’고 묻자, 원 예비후보는 “정체불명이 아니다. 어느 신문에 어느 기자하고 어떤 경과가 있었는지도 직접 전해 들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행자가 재차 ‘이준석 대표가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원 예비후보가 전해들은 바가 사실이라면, 이 대표는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윤 예비후보를 경선에서 낙마시키기 위해 혹독한 토론 레이스를 기획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와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 오늘 오후 6시까지 자신과 통화한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준석의 꿈 ‘유승민 대통령’…“정권교체 필패 코스”

윤석열 예비후보가 토론 레이스에서 집중 공격을 받고 지지율 하락 등의 흠집이 난다면 반대급부로 유승민 예비후보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 예비후보는 이준석 대표 부친의 친구이기도 하거니와, 이 대표는 과거 유승민 의원실에서 국회 인턴생활을 한 바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6일 유튜브 채널 ‘매일신문 프레스18’에 출연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캠프에)오라고 하면 어떡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난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 유승민이다. 당권은 내가 잡을 것”이라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9년 12월 23일 여성신문TV에 출연해서도 “나중에 유승민 대통령 만들고, 하태경 의원이랑 같이 좀 세상을 멋지게 바꿔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은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이 대표와 당 대표직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주호영 의원은 지난 5월 27일자 페이스북에서 “계파정치의 피해자였던 유승민계가 전면에 나서 주역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들의 그림자가 이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신진 세력으로 인기를 얻는 어떤 후보(이준석 당시 당 대표 후보)는 공공연히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가 정치적 꿈임을 고백했다. 공정한 경선 관리가 가능하겠는가?”라고 우려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차기 당 대표는 어느 때보다 중립성·공정성이 요구된다. 특정 계파 당대표가 뽑히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과연 오겠나”라며 “미리부터 당 밖 주자들을 견제하는지 의구심이 드는 발언도 나온다. 정권교체 필패 코스”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 대표는 경쟁자들의 지적에 “당대표가 되면 유승민 전 의원을 위한 제도를 만들거나 경선룰을 만드는 시도를 할 수 없다”며 “여론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 반박했으나, 당 대표가 된 현 시점에 당 안팎으로부터 적지 않은 지탄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 지난 2019년 12월 23일에 공개된 여성신문TV 유튜브 동영상 캡처화면.

‘유승민+하태경’ 연대 시나리오…“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배신하는 것”

이준석 대표는 과거 ‘나중에 유승민 대통령 만들고, 하태경 의원이랑 같이 좀 세상을 멋지게 바꿔보고 싶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하태경 의원 역시 이번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하태경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초기만 해도 차기를 염두에 둔 행보쯤으로 읽혀졌는데, 현 시점에선 유승민 예비후보를 대통령으로 옹립하기 위한 ‘러닝메이트’로 인식되고 있다.

이 대표가 짜놓은 경선판에서 두 후보가 공조를 이뤄 윤석열 예비후보에 협공을 가하다, 일정 시점에 두 후보가 연대하는 방식으로 지지율 상승을 꾀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돈다.

여기에 유 예비후보와 ‘서울대 경제학과-한국개발연구원(KDI)’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윤희숙 의원도 연대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쯤 되면 제1야당 대표가 대여투쟁은 등한시하고 당내 일부 대선후보들과 갈등을 표출하는 등 내부총질에만 열중하고 있는 이유가 짐작된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망각한 채 자신과 가까운 후보를 당 대선후보로 만드는 데에만 함몰돼 있다면, ‘내 사람이 먼저’인 이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저거 곧 정리된다’는 발언을 두고 당 대표와 한바탕 설전을 벌였던 원희룡 예비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공정경선 없이는 정권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경선룰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도 본인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후보들은 이 상황을 즐기기만 했다. 아무도 잘못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다. 나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경선이 짜여져 설사 이긴다 해도, 그런 경선으로 쪼개지고 분열된 우리 당을 국민들은 대선에서 결국 외면할 것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그런 식으로 배신하는 것은 역사에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라고.

또 “공정 경선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앞으로도 나의 모든 것을 던져 할 수 역할을 다 할 것이다. 그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이며, 경선에 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도 했다.

자신과 가까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게 정치를 하는 이유라면, 자신과 가까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경선판을 짜는 것이라면, 이는 원 예비후보의 지적처럼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배신하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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