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대법원이 지난 2020년 7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당시 경기도지사)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 과정에서 재판연구관(판사)들의 법리 검토보고서가 이례적으로 내부시스템에 게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9일자 <문화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판연구관들의 검토보고서가 내부 시스템에 올라오지 않아 작성에 관여한 소수를 제외한 다른 재판연구원들이 열람조차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해당 검토보고서는 권순일 전 대법관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주도적으로 무죄 취지 논리를 펴면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대법원 소부에 오른 2019년 10월 연구관들이 ‘상고 기각(유죄 선고)해야 할 사건’이라는 검토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다가, 이듬해 전원합의체로 회부된 뒤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일부가 무죄 의견을 보이자 ‘파기환송(무죄 선고)’ 취지의 검토 보고서가 추가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선 유죄와 무죄가 5대 5로 팽팽히 갈렸는데, 권순일 전 대법관이 무죄 의견을 내면서 유죄와 무죄가 5대 6이 됐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 따른다는 관례에 따라 최종 유죄 5, 무죄 7 의견으로 이재명 지사는 무죄를 받았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등에서 5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 중 한 명이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 고문을 지냈다.
전원합의체 사건의 경우 통상적으로 공동재판연구관 1~2명이 하급심 판결과 사건 기록 등을 검토해 법리적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대법관들에게 보고하고,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후임 연구관들의 연구 등을 위해 내부시스템에 등록한다. 또한 까다로운 사건은 대법관들에게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 내부 전체 연구관들끼리 치열한 토론을 거친다는 게 <문화일보>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 재판 보고서는 아예 내부 시스템에 등록조자 되지 않았고, 내부 전체 연구관 토론도 이뤄지지 않은 채 보고돼 일사천리로 전원합의체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대법원 내부의 한 관계자는 <문화일보>에 “당시 재판연구관들 사이에선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통령 후보 출마 자격을 결정할)중요한 사건을 너무 소수만 공유하고 결정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 측은 <문화일보>에 “보고서 등록과 연구관 토론 여부는 합의에 관한 사항으로 답변하기 힘들다”고 밝혔고, 또 <문화일보>는 권 전 대법관의 설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고 한다.
김만배‧정영학, 권순일 등 이름 거론하며 50억원 지급 계획 세운 정황
한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를 담당한 정영학 회계사가 대장동 사업 분양수익금 중 일부를 ‘50억 클럽’ 6명에게 지급하는 실행계획이 담긴 녹취록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일자 <한국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정영학 회계사가 2019년 12월부터 8개월간 김만배 씨와 직접 만나 녹음한 대화 녹취록 10회분을 <한국일보>가 입수했고, 이를 분석한 결과 김만배 씨는 2020년 3월 24일 경기 성남시 운중동의 한 카페에서 정 회계사를 만나 50억 클럽과 관련한 계획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이날 정 회계사에게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하고 분양키로 한 대장동 5개 블록 중 하나인 A12블록 분양을 통해 420억 원 정도가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걸로 그 사람들을 충당해야 돼. 모자라는 금액이, 자 50개(억)가 몇 개냐 쳐볼게. 최재경,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홍선근, 권순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씨와 정 회계사가 A12 블록 분양수익을 50억 클럽 인사 등에게 전달할 계획을 세운 정황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다만, 50억 클럽에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은 50억원 약속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